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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는 대답 어렵다”

등록 : 2018-03-22 14:41
정우성이 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는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을 맡는다. 그는 지난해 파업 중이던 <한국방송>(KBS) 노조원들한테 응원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강동원은 박근혜 정권 시절에 ‘위험’을 무릅쓰고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에 출연했다. 그가 출연을 결정한 덕분에 <1987>은 투자를 제대로 받는 등 힘을 얻어 30년 전 정신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았다. 가수 신화의 김동완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뉴스타파>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7년>의 스토리 펀딩에 후원했다.

얼굴 알려진 유명인들의 소신 있는 행동들이다. 내 뜻대로 하는 게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연예인들은 ‘내 뜻’보단 ‘네 뜻’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티브이와 스크린 등으로 불특정 다수를 만나야 하기에 의견이 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적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에는 세월호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연예인들이 많았고, 심지어 선거철에 투표하자는 말도 피했다. 생각이 없는 이도 있겠지만, 있어도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정우성과 강동원 등의 소신 있는 행동이 빛나는 이유다.

많은 이들의 백 마디보다 유명한 이들의 한 마디는 큰 힘이 된다. 그들이 뭔가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

강동원이 나온다는 소리에 <1987>을 보고, 뭔지도 몰랐던 민주항쟁을 뜯어보고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10대들이 많다. 정우성의 응원 영상에 <한국방송> 파업을 톺아봤다는 이들도 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어떤 판단을 내리든 개인의 몫이겠지만, 그들의 소신 행동은 그런 판단을 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에 침묵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세월호, 선거’처럼 이제는 미투가 연예인 사이 민감한 주제로 떠올랐다.

남자 연예인은 “동료가 가해자로 몰렸는데 응원한다는 목소리를 할 수 없다”며 언급을 꺼렸다. 뮤지컬 <레드북>은 여성의 인권을 강조하는 작품인데도 관계자는 “미투 질문은 민감하니 대답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대중문화에서 벌어지는 미투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이 왜 민감할까. 지금껏 성폭력 문화가 바뀌지 않은 건, 침묵했기 때문이다. 소신 있는 말 한마디는 정우성이, 강동원이 그랬듯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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