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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편에서 바라보니 민원 해결 두 배로 늘어”

2돌 맞는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 정기창 위원장

등록 : 2018-03-22 14:49
시정 감시, 권리 구제하는

독립 합의제 행정기구

전 세계에 유례 드물어

“행정관료적 시각 벗어나”

정기창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공직윤리 관련 업무를 맡았던 베테랑이다. 그는 “다산콜센터, 상담전화, 인터넷 누리집 등 다양한 민원청구채널이 있다”며 “시민들이 권리의식을 가지고 위원회를 적극 활용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출범 2년을 맞았다. ‘시민감사옴부즈만’ 제도는 기존의 시민감사관제도와 옴부즈만제도를 하나로 묶어 2016년 서울시가 출범시킨 위원회로,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감시하고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인한 시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독립된 합의제 행정기구”이다. 이런 형태의 공공기관은 전 세계에도 유례가 드물다. 초대 위원장을 맡아 지난 2년간 위원회를 이끌어온 정기창 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시민보고대회에서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창적이고 앞서나가는 제도”라며 “시민 권익보호와 행정의 투명성·공정성을 감시하는 선진 모델로 더욱 착실히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정 위원장을 만나 최근 활동과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알다시피 주민·시민감사는 자치단체의 불합리한 제도·부실 공사 등에 대해 주민이 감사를 청구해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다. ‘옴부즈만’은 자치단체의 부당한 행정처분이나 위법 조처로 생기는 민원과 시민 고충을 조사해서 해결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이 두 기능을 묶은 것이 우리 기구다. 현재 위원장을 비롯해 임기 3년(단임·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옴부즈만 6명과 31명의 조사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통합기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통합하게 되었나?

“원래 통합된 것은 2008년부터다. 그러나 시 감사 기구에 소속돼 있다 보니 시민 입장의 감시 기능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한마디로 기구의 독립성과 업무상의 전념성, 전문성에 모두 문제가 드러났다. 이런 문제점을 박원순 시장이 깊이 인식하면서 시장의 지휘로부터도 독립된 ‘반관반민’의 위원회가 발족할 수 있었다.”

현 위원회 출범으로 과거와 달라진 점을 꼽는다면?

“위원회 활동이 과거의 행정관료적 시각에서 벗어나 시민의 자리에서 사안을 보고 민원을 경청할 수 있게 된 점이다. 이에 따라 민원인의 신뢰가 높아지고 각종 조정·중재 활동과 해원 기능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본다.”

위원회에 따르면, 시민 고충 민원은 위원회 출범 후 2년 동안 총 2795건이 접수돼 위원회 출범 전 같은 기간의 2471건보다 13.1%가 늘었다. 이 가운데 34%의 민원이 해결되었다. 민원배심 법정을 통한 조정·중재도 위원회 출범 전보다 17.6%가 늘었다. 주민감사 청구 건수도 과거 17건에서 28건으로 늘었고, 공공사업 감시활동은 총 762건이 진행돼 210건을 현장에서 시정했고, 81건을 시정 권고했다.

대표적 처리 사례를 꼽는다면?

“도시철도 역사 안에 안경원을 내려던 시민이 구청으로부터 등록을 거부당해 제기한 민원이 있었다. 민원배심 법정을 열어 시민참여배심원들이 조사·토론한 결과, 구청의 조처가 지나치게 경직되었다고 판단해, 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에 맞춰 민원인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권고한 사례가 있었다. 구의회 의원들의 해외 연수에 대해 주민이 제기한 감사 요구도 일부 수용돼 여행 비용 일부를 환수토록 했고, 시장 정비사업을 놓고 벌어진 상인 간의 대립에서 공무원이 한쪽을 비호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여 문제 규정을 보완해 재발을 방지하도록 권고한 사례가 있었다.”

위원회 활동에서 좀더 보완 강화할 부분이 있다면. 

“아직도 위원회의 존재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다.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설 필요성을 느낀다. 이와 함께 위원회의 내부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옴부즈만이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역량을 다각화하기 위해 자체 워크숍이나 교육활동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옴부즈만의 신분과 임기도 연구 과제다. 현재의 3년 단임제는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점에 비해 전문성을 확대하는 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위원장 임기가 1년 남았다.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할 부분은?

“역시 홍보 활동인 것 같다. 올해는 활동 사례집을 이야기 형식으로 엮어 각 기관에 배포해볼 생각이다. 대학생 대상으로 유튜브 공모전도 열 계획이다. 공공사업 감시활동에 시민감사옴부즈만을 참여시켜 시민의 시각에서 조사 활동을 강화해보고자 한다. 우리 위원회는 시민에 의한 시정 감시의 플랫폼이 될 때가 가장 바람직하다. 언론에서도 많은 지적과 관심을 가져주기를 부탁드린다.”

정기창 위원장은 행시(27회)를 통해 관계에 들어와 국무조정실, 국가청렴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주로 공직윤리 관련 업무에서 역량을 쌓은 베테랑이다. 국민권익위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상임위원을 지냈다. <희망 대한민국, 신뢰와 청렴에 답이 있다청렴선진국을 향한 33대 정책 과제>를 펴내기도 했다.

글·사진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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