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한강서 콘크리트 걷어내자 시골 강가처럼 ‘회복’
한강대교~원효대교 북단의 이촌공원 1.3㎞ 자연 하천 기능 복원사업 완료
등록 : 2018-03-22 15:04
자연형 호안 만들고 5~6개월 지나
시골 강가처럼 자갈들이 퇴적
한강대교~동작대교의 2.1㎞ 구간
올해 말까지 추가 공사 계획
지난 15일 오전 서울 이촌한강공원. 나직이 내리는 봄비에 흐릿한 강 모습이 더해져 마음이 고즈넉해진다. 한강대교 아래서 원효대교 쪽으로 산책로를 걸으며 강 쪽을 내려다보니 익숙지 않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돌덩이들이 강가를 따라 쭉 널려 있다. 2년 전만 해도 ‘ㄱ’자 모양의 콘크리트 호안(유수로 인한 파괴와 침식으로부터 강가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있던 자리다.
“저 돌들이 뭘 하는지 아세요?”
기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최병언 한강사업본부 생태공원과장이 ‘사석’(死石)이라는 이름과 함께 두 가지 기능을 일러준다. 사석 더미는 먼저 콘크리트 블록을 걷어내고 쌓아놓은 흙더미와 식생매트가 강물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보호한다. 그래서 ‘자연형 호안’이라 한다. 이와 함께 울퉁불퉁한 돌 틈에서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살 수 있도록 해 어류 생태계가 다양해지는 데도 기여한다.
사석 더미를 가까이 가서 살피니 시골 강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자갈들이 쌓여 있다. 최 과장은 “지난해 자연형 호안이 만들어졌을 때는 없었던 자갈들이 5~6개월 만에 퇴적되고 있다”며 “자연 생태계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사석 더미에 앉아 있던 물닭, 가마우지, 검둥오리 등이 인기척에 놀라 강 안쪽으로 달아난다. 흐릿한 강 안쪽에서 청둥오리, 왜가리, 흰죽지,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이 눈에 띈다. 이촌공원의 이런 모습은 지난해 12월 마무리된 ‘한강 이촌권역 자연성 회복사업’의 결과다. 서울시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강대교~원효대교 북단의 이촌공원 1.3㎞ 구간에서 한강의 자연 하천 기능을 되살리는 사업을 벌였다. 콘크리트를 걷어낸 자리에 흙을 쌓은 뒤 물억새, 수크령, 사초 등 물과 친한 식물로 짠 매트를 덮어 강물에 침식되지 않도록 예방해 하천 식생을 복원하고, 자연형 호안을 만들었다. 경남 창녕군에서 우포늪의 습지식물을 기증받아 천변 습지도 만들었다. 새들이 앉을 수 있도록 하천변 곳곳에 만든 횃대는 특히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2030년까지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시킨다’는 기본계획을 세우고 맑은 물 회복 생태환경 개선 친환경 이용의 3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촌권역의 자연형 호안은 이 기본계획의 단기 사업 기간(2014~18년)에 실행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는 한강대교~동작대교의 2.1㎞ 구간에서도 올해 말까지 추가로 자연형 호안과 수변 계단, 소규모 생물 서식 공간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단기 사업 기간에 한강숲 조성사업으로 여의도, 난지, 뚝섬 등 한강공원의 41만5660㎡(12만6천 평) 공간에 49만2874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강사업본부는 밝혔다. 여의도공원 2배 크기다. 또 물재생센터 시설 개선, 하수관로 정비 등의 영향으로 한강 수질도 개선돼, 상수원 최대 남조류 세포수(세포/㎖)가 2015년 8830세포/㎖에서 지난해 951세포/㎖로 줄었다고 한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행주지점에서 2015년 4.9㎎/ℓ, 2016년 3.9㎎/ℓ, 지난해 2.7㎎/ℓ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9일 서울시와 한강시민위원회가 주최한 ‘한강자연성 회복 포럼’에서 “한강 상류 지역에만 서식하는 큰고니가 중류역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생태계가 개선되고, 한강 어디서나 아이들이 멱을 감을 수 있도록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한강의 미래상”이라며 “여기에 자연과 사람의 관계 개선, 지속가능한 강 관리를 통해 자연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미래의 자연유산으로 계승·보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한강 자연성 회복사업의 장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말로 단기 사업 기간이 끝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애초 계획만큼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만 하더라도 2014~18년에 1097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계획됐으나, 실제로는 올해 말까지 300여억원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워낙 장기 프로젝트라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도 떨어지고 정상적인 진행이 방해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된 이촌한강공원을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자연형 호안으로 바뀌기 전인 이촌한강공원의 콘크리트 호안 모습(오른쪽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강사업본부 제공
사석 더미를 가까이 가서 살피니 시골 강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자갈들이 쌓여 있다. 최 과장은 “지난해 자연형 호안이 만들어졌을 때는 없었던 자갈들이 5~6개월 만에 퇴적되고 있다”며 “자연 생태계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사석 더미에 앉아 있던 물닭, 가마우지, 검둥오리 등이 인기척에 놀라 강 안쪽으로 달아난다. 흐릿한 강 안쪽에서 청둥오리, 왜가리, 흰죽지,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이 눈에 띈다. 이촌공원의 이런 모습은 지난해 12월 마무리된 ‘한강 이촌권역 자연성 회복사업’의 결과다. 서울시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강대교~원효대교 북단의 이촌공원 1.3㎞ 구간에서 한강의 자연 하천 기능을 되살리는 사업을 벌였다. 콘크리트를 걷어낸 자리에 흙을 쌓은 뒤 물억새, 수크령, 사초 등 물과 친한 식물로 짠 매트를 덮어 강물에 침식되지 않도록 예방해 하천 식생을 복원하고, 자연형 호안을 만들었다. 경남 창녕군에서 우포늪의 습지식물을 기증받아 천변 습지도 만들었다. 새들이 앉을 수 있도록 하천변 곳곳에 만든 횃대는 특히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2030년까지 한강의 자연성을 회복시킨다’는 기본계획을 세우고 맑은 물 회복 생태환경 개선 친환경 이용의 3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촌권역의 자연형 호안은 이 기본계획의 단기 사업 기간(2014~18년)에 실행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는 한강대교~동작대교의 2.1㎞ 구간에서도 올해 말까지 추가로 자연형 호안과 수변 계단, 소규모 생물 서식 공간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단기 사업 기간에 한강숲 조성사업으로 여의도, 난지, 뚝섬 등 한강공원의 41만5660㎡(12만6천 평) 공간에 49만2874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강사업본부는 밝혔다. 여의도공원 2배 크기다. 또 물재생센터 시설 개선, 하수관로 정비 등의 영향으로 한강 수질도 개선돼, 상수원 최대 남조류 세포수(세포/㎖)가 2015년 8830세포/㎖에서 지난해 951세포/㎖로 줄었다고 한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행주지점에서 2015년 4.9㎎/ℓ, 2016년 3.9㎎/ℓ, 지난해 2.7㎎/ℓ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 9일 서울시와 한강시민위원회가 주최한 ‘한강자연성 회복 포럼’에서 “한강 상류 지역에만 서식하는 큰고니가 중류역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생태계가 개선되고, 한강 어디서나 아이들이 멱을 감을 수 있도록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한강의 미래상”이라며 “여기에 자연과 사람의 관계 개선, 지속가능한 강 관리를 통해 자연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미래의 자연유산으로 계승·보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한강 자연성 회복사업의 장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올해 말로 단기 사업 기간이 끝나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애초 계획만큼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만 하더라도 2014~18년에 1097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계획됐으나, 실제로는 올해 말까지 300여억원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워낙 장기 프로젝트라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도 떨어지고 정상적인 진행이 방해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