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아동학대 예방·치료의 가장 촘촘한 그물망은 기초지자체”
김정한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 총괄팀장…기초지자체 중 첫 기관
등록 : 2018-03-22 15:10
“3년 전부터 전문기관 설립 주장”
문 정부의 위기아동지원 정책 따라
3월 조사·사례관리 10명으로 설립
61개 기관 중 기초지자체로 유일
“기초지자체야말로 학대받는 아이들 예방·치료를 위한 가장 촘촘한 그물을 짤 수 있는 곳입니다.”
김정한(47)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 총괄팀장의 말속에는 전국 최초로 기초지방자치단체(기초지자체)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립한 데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의 말마따나 현재 전국에는 모두 61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지만, 노원구를 빼면 기초지자체가 운영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대부분 민간기관에 맡겨 운영한다. 그래서 지난 1일 노원구가 직접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문을 연 것은, 어쩌면 우리나라 아동보호 역사에서 ‘하나의 사건’일 수 있다.
지난 16일 찾은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매우 활기차 보였다. ‘아동학대 조사’를 맡은 공무원 5명과 ‘아동학대 사례관리’를 맡은 민간인 5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사와 사례관리는 아동보호전문관 업무의 양대 축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조사팀이다. 2인1조로 움직이는 조사팀은 학대전담 경찰과 함께 아동학대 의심 현장을 방문한다. 학대전담 경찰이 주로 부모인 경우가 많은 ‘가해자’를 조사하는 사이, 조사팀은 ‘피해자’인 어린이에게 상황을 듣고 학대 여부를 파악한다. 조사팀이 아동학대로 판정하면 이제 사례관리팀이 나선다. 사례관리팀은 가정방문을 해 ‘가해자’인 부모도 만나고, 학교에서 복지관리 전문 선생님도 찾아간다. 피해 아동이 다문화가정 아이라면 다문화가정센터와도 협력한다. 심각한 아동학대 사례라면 아이를 집에서 분리해야 하지만, 대부분 학대 아동 치유는 가족 기능 회복과 병행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김 총괄팀장은 “아동학대와 관련한 이런 조사와 사례관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은 당연히 기초지자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기초지자체가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 전체에 대한 상황과 지원 방안을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초지자체는 ‘드림스타트’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와 협력해 학대받는 아동 발견과 치료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김 팀장이 말한 드림스타트는 0~12살 미만의 취약계층 아동에게 건강·교육·복지 등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원구의 부서다. 또 찾동을 통해서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의 위기아동 조기발견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지금까지는 아동학대가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자치단체(광역지자체)의 소관 업무였을까? 가부장 문화가 팽배했던 한국 사회에서 아동학대라는 개념이 사회적 공감을 얻은 것이 최근의 일인데다가, 그에 대한 대응도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민간 위탁’ 등의 방식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깨기 위해 3년 전부터 노원구에서 직할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두겠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 실무의 중심에는 김 팀장이 있었다. 그는 1999년 사회복지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방과후 돌봄이나 드림스타트 등 아동복지 등을 많이 다뤄온 베테랑이다. 하지만 중앙의 반응은 계속 “어렵다”는 것이었다. 변화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위기아동 조기발견 시스템 구축’ ‘공공 중심의 아동보호 종합지원 체계 구축’을 강조하면서 일어났다. 이에 따라 ‘공공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결과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총 2억5천만원(국비 50%, 시비 50%)의 예산을 얻어 출범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아동보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만큼 담당 공무원들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조사팀에 합류한 강형수(28) 주무관은 대학생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봉사를 하며 아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다 이번에 자원해서 합류했다. 아직 일을 시작한 지 보름밖에 안 됐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일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퇴근 시간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아동학대가 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오후 5시30분에 현장에 출동해서, 9시30분에 끝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아침에 부부 싸움을 하다가도 아동학대가 일어나기도 하고 밤늦게 아동학대가 생기기도 해서, 한 달에 다섯 번씩 노원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퇴근 후 재택근무’를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강 주무관은 이미 조사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어떤 현장에서는 아이 아버지가 멍들지 않게 아이를 때린 것을 보고, 학대받는 아이들의 현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어요.”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이렇게 일 욕심을 내는 것은, 이런 모델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김정한 총괄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6일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 치료실에서 강형수 주무관(왼쪽 첫 번째) 등 조사팀과 사례관리팀 직원들과 함께 아동 심리치료에 쓰이는 장난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16일 찾은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매우 활기차 보였다. ‘아동학대 조사’를 맡은 공무원 5명과 ‘아동학대 사례관리’를 맡은 민간인 5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조사와 사례관리는 아동보호전문관 업무의 양대 축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조사팀이다. 2인1조로 움직이는 조사팀은 학대전담 경찰과 함께 아동학대 의심 현장을 방문한다. 학대전담 경찰이 주로 부모인 경우가 많은 ‘가해자’를 조사하는 사이, 조사팀은 ‘피해자’인 어린이에게 상황을 듣고 학대 여부를 파악한다. 조사팀이 아동학대로 판정하면 이제 사례관리팀이 나선다. 사례관리팀은 가정방문을 해 ‘가해자’인 부모도 만나고, 학교에서 복지관리 전문 선생님도 찾아간다. 피해 아동이 다문화가정 아이라면 다문화가정센터와도 협력한다. 심각한 아동학대 사례라면 아이를 집에서 분리해야 하지만, 대부분 학대 아동 치유는 가족 기능 회복과 병행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김 총괄팀장은 “아동학대와 관련한 이런 조사와 사례관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은 당연히 기초지자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기초지자체가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 전체에 대한 상황과 지원 방안을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초지자체는 ‘드림스타트’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와 협력해 학대받는 아동 발견과 치료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김 팀장이 말한 드림스타트는 0~12살 미만의 취약계층 아동에게 건강·교육·복지 등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원구의 부서다. 또 찾동을 통해서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의 위기아동 조기발견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지금까지는 아동학대가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자치단체(광역지자체)의 소관 업무였을까? 가부장 문화가 팽배했던 한국 사회에서 아동학대라는 개념이 사회적 공감을 얻은 것이 최근의 일인데다가, 그에 대한 대응도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가 ‘민간 위탁’ 등의 방식으로 처리해왔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깨기 위해 3년 전부터 노원구에서 직할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두겠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 실무의 중심에는 김 팀장이 있었다. 그는 1999년 사회복지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방과후 돌봄이나 드림스타트 등 아동복지 등을 많이 다뤄온 베테랑이다. 하지만 중앙의 반응은 계속 “어렵다”는 것이었다. 변화는,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위기아동 조기발견 시스템 구축’ ‘공공 중심의 아동보호 종합지원 체계 구축’을 강조하면서 일어났다. 이에 따라 ‘공공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기초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결과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총 2억5천만원(국비 50%, 시비 50%)의 예산을 얻어 출범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아동보호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만큼 담당 공무원들의 각오 또한 남다르다. 조사팀에 합류한 강형수(28) 주무관은 대학생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봉사를 하며 아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다 이번에 자원해서 합류했다. 아직 일을 시작한 지 보름밖에 안 됐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일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퇴근 시간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아동학대가 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일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오후 5시30분에 현장에 출동해서, 9시30분에 끝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아침에 부부 싸움을 하다가도 아동학대가 일어나기도 하고 밤늦게 아동학대가 생기기도 해서, 한 달에 다섯 번씩 노원구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퇴근 후 재택근무’를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강 주무관은 이미 조사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어떤 현장에서는 아이 아버지가 멍들지 않게 아이를 때린 것을 보고, 학대받는 아이들의 현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어요.”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이렇게 일 욕심을 내는 것은, 이런 모델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