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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고 싶어 했던 김태호

등록 : 2018-04-05 14:57
<무한도전>(문화방송)이 31일 끝났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2005년 4월23일 <토요일>의 한 꼭지로 시작한 지 13년 만이다.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독립 편성된 건 2006년 5월6일부터다. <무한도전>은 시청률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화제성은 늘 최고였다. 광고 수익만 매주 5억원대로 문화방송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런 <무한도전>이 왜 갑자기 문을 닫는 걸까.

<무한도전>의 폐지는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김태호 피디가 연출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부터다. <문화방송>은 김태호 피디 대신 다른 피디를 투입해 프로그램을 이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태호 피디가 손을 놓자, 유재석 등 출연자들도 손을 놓겠다고 했다. 김태호 없는 <무한도전>은 진정한 <무한도전>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일까. 어쨌든, <무한도전> 폐지는 방송사도 전혀 예상 못한 전개다.

진즉에 김태호 피디의 신호를 무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김태호 피디는 쉬고 싶다는 얘기를 꾸준히 해왔다. <무한도전>의 시즌제를 얘기하기도 했다. 약 10년간 <무한도전>을 만들어오면서 많이 지쳤다. 정해진 포맷이 없는 <무한도전>은 매주 새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같다. 나영석 피디조차 “놀라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이전 경영진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자신의 임기 동안 성과가 중요한 경영진이 돈도 잘 버는 대표 프로그램을 잠시라도 쉬게 할 리가 없다. “다음에 쉬게 해줄게”라는 말을 반복하며 그를 붙잡아뒀다. 일 잘하는 이들한테 일이 더 쏟아지는 것처럼, 잘나가는 <무한도전>은 계속 잘나가야 했다.

<무한도전>의 폐지는 한 시대가 저무는 것과 같다. 이런 프로그램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더 안타깝다. <무한도전>의 성공은 시청률 5~6%에 머물렀어도 방송사가 1년간 기다려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획이 중요해진 요즘은 파일럿부터 내보내고 될 것 같은 것만 방송한다. 그마저도 반응이 없으면 바로 폐지된다.

<무한도전>의 폐지가 결정되자 벌써 그 시간대 광고가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일부 간부들은 “왜 하필 지금 폐지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김태호 피디를 원망할 게 아니라, 그가 10년간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한 번이라도 들여다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다른 김태호’는 없는지, 현장의 아우성에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 그래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일이 없을 테니까. <무한도전>의 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고생했어요 <무한도전>. 그리고 김태호 피디.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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