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조선소 노동자들의 애환 ‘생생’

말뫼의 눈물(4월6~22일)

등록 : 2018-04-05 14:58 수정 : 2018-04-05 19:15

“나는 저 꼭대기 꼭 올라가 볼 끼다. 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마 세상이 다 내 꺼 같지 않겠나?” 어릴 적부터 조선소 직원이 되고 싶었던 미숙은 크레인(기중기)을 쳐다보며 다짐한다. 동네에 거대한 크레인이 설치되며, 미숙은 자신의 바람대로 조선소 직원이 된다. 조선소 하청업체에 취직한 진수는 정규직 전환에 애쓴다. 그러던 중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나는데, 이를 무마하려는 회사와 사고에 무감각한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진수는 고공농성을 하러 크레인에 올라간다.

조선소 노동자들의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낸 연극 <말뫼의 눈물>(작·연출 김수희)이 4월6~22일 용산구 백성희장민호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초연 당시 관객의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던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민간 극단과 손잡고 기획 초청한 올해 첫 작품이기도 하다. 1980년대까지 세계 조선업을 주름잡았던 스웨덴 말뫼에 있던 조선소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매물로 내놓은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사들였던 일화에서 착안했다. 연극의 제목인 ‘말뫼의 눈물’은 실제로 크레인 해체를 지켜본 지역 주민들의 눈물에서 유래됐으며, 이후 쇠락한 도시와 산업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인용되곤 했다.

국내에서도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을 세운 지 8년 만에 가동을 멈춘 군산조선소가 있듯 공연은 조선업의 몰락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작품은 거제도에 살았던 연출가의 경험을 토대로 실제 조선업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해 제작됐다.

국립극단 이성열(56)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그동안 자주 다루지 않았던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뚜렷한 주제의식을 드러낸 <말뫼의 눈물>은 우리 시대의 건강한 리얼리즘 극으로, 인물들을 보편적 시각에서 다룬 연출력이 돋보인다”고 했다. 시간 : 월수목금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화 쉼 관람료: 3만원 문의: 1644-2003, www.ntck.or.kr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