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B학점’. 좌담 참석 구청장들이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 매긴 점수다. 높은 점수일 거라는 일반적인 예측이 빗나갔다. 주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고, 자신이 이르려 했던 목표치에 견줘 아쉬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오후 제7회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구청장 5인의 ‘서울& 좌담회’에서 구청장직을 마무리하며 스스로 매기는 졸업 평점과 주민이 매기는 점수에 대해 솔직한 얘기가 오갔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스스로 주면 B제로 정도”라고 평가했다. “돌이켜보면 큰 잘못은 없었던 것 같고, 지난해 7월 불출마 선언 뒤 외부 평가는 더 후해져 주민들은 좀더 괜찮은 점수를 주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 섞인 말도 덧붙였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70점 정도라고 자평하며,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되묻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전엔 평가에 굉장히 연연했는데, 8년간 맡았던 구청장을 마무리하는 지금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영 은평구청장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그는 tvN 드라마 <미생>의 대사처럼 ‘더할 나위 없었다’며 주민들도 열심히 했다고 평가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차 점수를 묻는 말에 “어릴 때부터 점수 매기고 평가받는 걸 진짜 싫어했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주민들 평가는 감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지역 지하철 노선 연장 등 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있어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며 “스스로 평가는 임기 말로 갈수록 박해질 것 같아 지금은 좀 후하게 쓸까 한다”고 말했다. 점수로 따지면 80점 정도란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처음 구청장 선거에 나왔을 때 그 좋은 경력(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 대학교수) 갖고 왜 정치를 하려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주민들의 정치에 대한 낮은 신뢰를 체감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지난 8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았다. “마무리가 다 되지 않은 사업이 몇몇 있지만, 믿을 만한 구청장, 부끄럽지 않은 구청장이 되려 노력했으니 70~80점 정도는 될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5년 뒤 자신의 모습은 구청장 경험을 바탕으로 ‘여의도행’ 등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을 것이란 대답이 많았다. “좋은 정당과 정치집단을 만들어가기 위해 선출직 공직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할 것 같다.”(김영배) “요즘 미래학에 관심이 있다. 4차 산업혁명, 뇌과학, 미래학 등을 정치적으로 접목하는 걸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김우영)고 대답했다. 유종필 구청장은 우선은 지구상에서 숨 쉬고 있으면 좋겠다(웃음)며 “현재 거대 정당들과 전혀 다른 차원의 정당을 만들어 국민 속에서 문화운동과 같은 정치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구청장일 때 아쉬웠거나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고 싶다는 대답도 있었다. 이해식 구청장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인생다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텃밭을 일구며 본격적으로 도시농부로 살아보고 싶다”면서도 “자치분권운동도 계속하고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성수 구청장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지만, 존중받는 어른이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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