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폐지 수집 노인 65% 기초수급비 못 받아 서울시 ‘복지 사각지대’ 잡을까

서울시, 폐지 수집 어르신 지원 대책 발표

등록 : 2018-04-19 15:20 수정 : 2018-04-19 15:53
경제적 어려움으로 폐지 수집 82.3%

한국 노인빈곤율 OECD 1위의 상징

어르신 맞춤형 공공 일자리 확대

생계 위기 해소 위해 긴급 지원

서울 시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폐지 수집 어르신. 어르신들의 65%는 기초생활수급비도 받지 못한 채 빈곤하게 살고 있다.

강북구 수유1동에 사는 김명자(63·가명)씨는 새벽에 폐지를 모아 근근이 살아간다. 하루 3~6시간, 일주일에 5일 이상 일하지만 한 달 수입은 20여만원 남짓. 쪽방에서 홀로 사는 김씨는 2017년 9월 강북구의 폐지 수집 어르신 실태조사에서 폐지 수집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고, 걱정거리로는 소득 감소를 꼽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도 기초연금 수급자로도 지정돼 있지 않아, 폐지를 팔아서 얻는 수입만이 김씨의 목숨줄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폐기물 수입 거부 사태로 가뜩이나 턱없이 낮은 폐지값이 ㎏당 40~50원씩 폭락해 김씨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김씨의 일상은 대다수 폐지 수집 어르신의 삶을 대변한다. 서울시가 지난 11일 발표한 서울시 25개구 폐지 수집 어르신 2417명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모은다는 어르신이 82.3%였으며, 1인 가구는 50%였다.

만 76살 이상 폐지 수집 어르신은 74.5%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20만원 안팎인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는 어르신은 35%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대부분이 얼마 되지 않는 폐지 판매 수입으로만 삶을 꾸려가는 것이다. 실제 폐지 수집 어르신의 월수입은 월 10만원 미만이 절반 이상(51.9%)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령사회(만 65살 이상이 인구 비율 14% 이상)에 들어선 한국이 OECD 가입국 중 노인빈곤율 1위(42.7%)라는 불명예를 얻었는데, 폐지 수집 어르신들이 처한 현실이 그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도 지난 3월11일 제100호 특집으로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르신들의 팍팍한 삶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폐지 어르신과 관련해 다양한 지원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서울시는 취약계층 말벗활동(노노케어), 공공시설 봉사활동 등 노동강도가 낮은 일자리 사업 참여를 유도해 건강과 안정적 소득을 모두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시장형 공공 일자리사업을 확대해 지난해 4개 구 289명에게 제공된 일자리를 올해에는 7개 구 537명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폐지 관련 시니어클럽에 소속되면 안정적으로 폐지를 사주고 월 최대 22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이와 함께 생계 위기에 놓인 폐지 수집 어르신에게 특별 지원으로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를 지급한다. 소득·재산 조회와 사례 회의를 거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폐지 수집 어르신들을 최대한 선발해 생계비는 1인 가구 기준 30만원을 지원하고, 의료비와 주거비는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한다. 또한 광역푸드뱅크센터의 희망마차 사업으로 해마다 6개월간 민간 기업에서 총 3억원의 후원을 받아 월 1회, 3만~4만원어치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지원한다.

폐지 수집 어르신 중 1인 가구가 절반인 점을 고려해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주 3회 이상 안전 확인과 생활교육을 하는 등 맞춤형 복지서비스도 제공한다. 주택 노후화와 임대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에게는 자치구당 10~15가구를 선정해 소득·재산 조회를 거쳐 주택 월세를 보조하는 주택 바우처 사업을 시행한다. 이로써 모두 853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새벽에 폐지를 모으는 어르신이 많다 보니 교통사고가 빈번해,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야광조끼와 야광밴드, 방진 마스크 등을 후원업체를 통해 자치구별로 지급한다.

글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