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남산예술센터가 최초로 제작한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

손 없는 색시(~5월7일)

등록 : 2018-04-26 14:44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색시는 날마다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당신의 가슴을 만지는 일은 없을 거야!”라고 외치며 떠나버린다. 고통을 못 이긴 색시가 목을 매려는 순간 노인의 얼굴을 가진 갓난아이가 태어난다.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워 떠나버린 손을 찾아나선 모자는 위기에 빠지고, 어디선가 손이 나타나 이들을 돕는다. 죽음과도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한 이야기 <손 없는 색시>(작 경민선, 연출 조현산)가 오는 5월7일까지 중구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른다.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이 잘린 처녀가 혼인과 출산을 겪으며 손이 재생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내용의 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작품은 설화와 다르게 사라진 손이 재생되는 기존 서사 구조를 손이 스스로 떨어져나간다는 상상으로 비틀었다. 작가는 “욕망을 상징하는 손이 떨어져나간다는 것은 인간에게 죽음과도 같다”며 “상처가 회복되는 것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기꺼이 인정하고 견뎌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 역사상 최초로 제작하는 인형극인 <손 없는 색시>는 ‘인형극은 아동을 위한 것’이라는 선입견을 깬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는 이야기꾼이자 연기자이다. 배우들의 몸이 인형이나 오브제로 변하고, 세트와 소품으로 채워진 무대는 인물과 공간을 새롭게 창작한다. 작품의 핵심인 ‘의인화된 손’은 색시를 떠나버린 물질로, 때로는 전쟁의 상처를 껴안은 땅으로 해석된다. 작품은 정교한 인형술과 도르래를 활용한 무대 구조를 시적으로 구현했다. 선율 없이 효과음만으로 이루어진 음향은 주인공이 겪는 순탄하지 않은 계절 변화를 보여준다. 공연 개막일에 맞춰 동명의 희곡집이 발간되며, 6월에 발간되는 창작그림책에 선보이는 그림을 미니어처 인형으로 재현해 공연하는 동안 로비에 전시한다. 시간: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758-215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