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구민이 제안한 ‘GMO 아웃 사업’, 구와 시가 받았다
도봉구, 도봉구의 어린이집에 비유전자조작 품목 6개 제공…서울시 협치사업으로 선정
등록 : 2018-05-10 15:09
2년 전 도봉구 시민단체 생협 제안
관이 다 챙길 수 없는 사회문제
해결 위한 민관 협치의 모범 사례
GMO 아웃 사업 6개 구 참여로 확대
‘도봉구의 협치사업에서 서울시의 협치사업으로’
도봉구가 올해 본격 시행하고 있는 ‘협치 지엠오 아웃 포럼’의 발전 경로를 가리키는 말이다. 2016년 도봉구의 시민단체인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의 제안으로 출발한 이 협치사업은 올해 도봉구에서 하는 것과 동시에,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시정협치형사업’(이하 시정협치형사업)으로 선정돼 6개 자치구가 참여하는 사업이 되었다.
이는 관이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 현대 도시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과 서울특별시가 공동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평가”(‘서울특별시 민관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 조례’ 제2조)하는 사업을 가리키는 ‘민관 협치사업’의 하나의 모범 사례라고 할 만하다.
출발은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1989년 창립된 뒤 ‘여성·어머니의 눈’으로 친환경 유기농산물 공동구입 사업 등을 벌여온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이사장 안경수)은 2016년 ‘지엠오로부터 안전한 학교 급식’ 문제를 민관이 함께 풀어가자고 도봉구에 제안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식용 지엠오 수입국이며, 유명무실한 지엠오 표시제 때문에 사람들이 지엠오 식품인지도 모른 채 먹고 있는 현실을 학교 급식에서부터 바꿔보자는 것이다. 도봉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10여 개의 도봉구 협치사업 중 하나로 삼았다. ‘협치 지엠오 아웃 포럼’은 그동안 여러 차례 워킹그룹 회의 등을 열었고, 홍보와 협치네트워크 만들기에도 힘을 쏟았다. 이에 따라 ‘협치 지엠오 아웃 포럼’의 협치네트워크는 우리농산물 생산자협회·생활협동조합·학부모단체 등 민간 영역과 도봉구의 교육지원과와 여성가족과, 서울시의 친환경급식과 그리고 교육청과 학교, 도봉구의 보육시설까지 아우르는 등 촘촘하게 구성됐다. 포럼의 이런 노력은 지난 4월6일 도봉구청에서 ‘먹거리 안전도시 GMO OUT! 도봉구’ 선포식을 여는 데 주춧돌이 됐다. 이날 행사에는 도봉구청 관계자와 어린이집·학교 관계자, 학부모, 지역주민 등 120여 명이 참여해 도봉구가 지엠오 식품을 식탁에서 없애나가는 데 앞장서자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도봉구는 지난 4월부터 전국 최초로 도봉구의 어린이집 252곳에 식용유·고추장·된장·국간장·양조간장·옥수수콘 6개 품목을 비유전자조작식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도봉구 모델이 올해 서울시의 시정 협치형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은 ‘밑에서부터 제안된 의제를 민과 관이 함께 풀어가는’ 협치사업이 어떻게 확산돼나가는지 잘 보여준다. 사실 도봉구가 앞장서서 어린이집에 ‘지엠오 아웃 급식’을 하고 있지만, 초·중·고 모든 학생들에게 이런 급식을 하기에는 구 예산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도봉구뿐 아니라 전체 서울시 아이들에게 바른 먹거리 급식을 준다면 이는 더 좋은 일이다. 이것이 서울시가 지엠오 아웃 급식 사업을 시 차원에서 진행하는 ‘시정 협치형 사업’으로 선정한 주된 이유다. 한마디로 자치구의 협치사업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지역의 협치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는 사업’인데, 지엠오 아웃 급식 사업은 자치구 차원을 넘어서는, 서울시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시정 협치형 사업으로 제안된 130여 건 중 최종 선정된 15건에 지엠오 아웃 급식 사업을 포함했다. 올해 들어 이 사업은 도봉구를 포함해 노원·강북·성북·강동·서대문 등 6개 구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확대돼 진행된다. 서울시 친환경급식과가 중심이 되어 6개 자치구 영양교사, 교육지원청에 담당 팀장, 각 구에서 추천받은 학부모단체 관계자를 비롯한 민간 부문 대표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7월까지 이들 6개 구 초등학교 학생들의 급식을 중심으로 지엠오 없는 장류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시정 협치형 사업으로서의 지엠오 아웃 급식 사업이 도봉구 협치사업만큼 강한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에서 이 사업을 담당한 이영휘 협치지원관은 그 이유를 “전체 예산의 대부분이 아직은 비유전자조작 곡물로 만든 장류를 사는 데 대부분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지원관은 “초기에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 쪽에서 제안했을 때는 지엠오 없는 콩으로 학생들이 장류를 같이 만드는 사업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그런 장류 제조 과정이 어려워 현재는 지엠오 없는 장을 업체에서 사고, 시에서 그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협치네트워크도 “아직은 협치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같이 들어와서 좀더 방향성을 잡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업의 방향성이 확실히 잡히고, 참여 자치구도 6개 구에서 앞으로 더 늘려나가면, 협치네트워크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의 시정 협치 실행사업을 총괄하는 조경만 총괄협치지원관은 “도시가 커짐에 따라 협치사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시에서는 자치구의 협치사업과 함께 시 단위 협치사업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협치 GMO OUT 포럼’ 사업 제안자인 안경수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 이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4월6일 도봉구청에서 열린 ‘먹거리 안전도시 GMO OUT! 도봉구’ 선포식에서 동료 협치도봉구회의 위원 등과 함께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도봉구 제공
출발은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1989년 창립된 뒤 ‘여성·어머니의 눈’으로 친환경 유기농산물 공동구입 사업 등을 벌여온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이사장 안경수)은 2016년 ‘지엠오로부터 안전한 학교 급식’ 문제를 민관이 함께 풀어가자고 도봉구에 제안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식용 지엠오 수입국이며, 유명무실한 지엠오 표시제 때문에 사람들이 지엠오 식품인지도 모른 채 먹고 있는 현실을 학교 급식에서부터 바꿔보자는 것이다. 도봉구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10여 개의 도봉구 협치사업 중 하나로 삼았다. ‘협치 지엠오 아웃 포럼’은 그동안 여러 차례 워킹그룹 회의 등을 열었고, 홍보와 협치네트워크 만들기에도 힘을 쏟았다. 이에 따라 ‘협치 지엠오 아웃 포럼’의 협치네트워크는 우리농산물 생산자협회·생활협동조합·학부모단체 등 민간 영역과 도봉구의 교육지원과와 여성가족과, 서울시의 친환경급식과 그리고 교육청과 학교, 도봉구의 보육시설까지 아우르는 등 촘촘하게 구성됐다. 포럼의 이런 노력은 지난 4월6일 도봉구청에서 ‘먹거리 안전도시 GMO OUT! 도봉구’ 선포식을 여는 데 주춧돌이 됐다. 이날 행사에는 도봉구청 관계자와 어린이집·학교 관계자, 학부모, 지역주민 등 120여 명이 참여해 도봉구가 지엠오 식품을 식탁에서 없애나가는 데 앞장서자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도봉구는 지난 4월부터 전국 최초로 도봉구의 어린이집 252곳에 식용유·고추장·된장·국간장·양조간장·옥수수콘 6개 품목을 비유전자조작식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런 도봉구 모델이 올해 서울시의 시정 협치형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은 ‘밑에서부터 제안된 의제를 민과 관이 함께 풀어가는’ 협치사업이 어떻게 확산돼나가는지 잘 보여준다. 사실 도봉구가 앞장서서 어린이집에 ‘지엠오 아웃 급식’을 하고 있지만, 초·중·고 모든 학생들에게 이런 급식을 하기에는 구 예산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도봉구뿐 아니라 전체 서울시 아이들에게 바른 먹거리 급식을 준다면 이는 더 좋은 일이다. 이것이 서울시가 지엠오 아웃 급식 사업을 시 차원에서 진행하는 ‘시정 협치형 사업’으로 선정한 주된 이유다. 한마디로 자치구의 협치사업은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지역의 협치 기반 조성을 목표로 하는 사업’인데, 지엠오 아웃 급식 사업은 자치구 차원을 넘어서는, 서울시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시정 협치형 사업으로 제안된 130여 건 중 최종 선정된 15건에 지엠오 아웃 급식 사업을 포함했다. 올해 들어 이 사업은 도봉구를 포함해 노원·강북·성북·강동·서대문 등 6개 구가 참여하는 사업으로 확대돼 진행된다. 서울시 친환경급식과가 중심이 되어 6개 자치구 영양교사, 교육지원청에 담당 팀장, 각 구에서 추천받은 학부모단체 관계자를 비롯한 민간 부문 대표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7월까지 이들 6개 구 초등학교 학생들의 급식을 중심으로 지엠오 없는 장류를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시정 협치형 사업으로서의 지엠오 아웃 급식 사업이 도봉구 협치사업만큼 강한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에서 이 사업을 담당한 이영휘 협치지원관은 그 이유를 “전체 예산의 대부분이 아직은 비유전자조작 곡물로 만든 장류를 사는 데 대부분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지원관은 “초기에 행복중심서울동북생협 쪽에서 제안했을 때는 지엠오 없는 콩으로 학생들이 장류를 같이 만드는 사업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그런 장류 제조 과정이 어려워 현재는 지엠오 없는 장을 업체에서 사고, 시에서 그 차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협치네트워크도 “아직은 협치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같이 들어와서 좀더 방향성을 잡는 데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업의 방향성이 확실히 잡히고, 참여 자치구도 6개 구에서 앞으로 더 늘려나가면, 협치네트워크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시의 시정 협치 실행사업을 총괄하는 조경만 총괄협치지원관은 “도시가 커짐에 따라 협치사업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시에서는 자치구의 협치사업과 함께 시 단위 협치사업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