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예능

“몰랐다”로 피할 수 없다

등록 : 2018-05-17 14:43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 지난 5일 이영자의 어묵 관련 장면을 방영하면서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란 자막과 함께 세월호 뉴스 보도 장면을 내보내 논란이 됐다. 앵커 뒤로 보이는 세월호 침몰 화면은 흐리게 처리했지만, 방송이 나간 뒤 눈 밝은 시청자들이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방송국 안 ‘일베 논란’은 또다시 도마 뒤에 올랐다. 그동안 방송사에서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만든 화면을 프로그램에 사용한 일은 잦았다. 방송사에 일베 회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계속됐다.

방송사에 정말 ‘일베 회원’이 있을까. 일부 제작진은 있다고 추정한다.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팀에서 준비하는 내용이 일베 사이트에 상세하게 올라온 적이 있다. 방송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일베 손가락 모양을 하고 찍은 사진과 함께.”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도 “직원이 아니더라도 외부 스태프 중에서 일베 회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내가 일베’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제작진이 일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몰랐다”며 “주의하겠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말 모를 수 있다. 프로그램은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라 분야별로 쪼개어 업무를 분담한다. 소품 담당자, 촬영 담당자는 물론, 편집만 하는 사람도 따로 있다. 그 과정에서 살짝 넣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최종 방영분을 피디와 책임 피디가 확인해야 하지만, 일정에 쫓기면 못할 수도 있다. 확인하더라도 며칠 밤을 새운 피곤함에 놓칠 수도 있다. 일베에서 만든 사진을 사용해 논란이 됐던 한 케이블 프로그램도 피디가 최종으로 서너 번이나 확인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몰랐다”는 한마디로, “촬영의 고충”으로 언제까지 넘어갈 수 있을까. <전지적 참견 시점>은 알면서도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안일한 행태에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충격’이란 말이 나온 뉴스를 찾았는데 그 가운데 세월호 화면도 있었지만, 그냥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일베 사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아도 언제나 그뿐이었고, 유야무야 넘어갔기 때문은 아닐까.

빠듯한 제작 환경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면, 피디가, 책임피디가 최종으로 책임감을 갖고 두 번, 세 번, 네 번, 아니 열 번이라도 확인해야 할 일이다. 재미를 위해 피해자 아픔 따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