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이 조례

버스킹에 날개를 달아주다

서울시 거리공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김용석 의원 대표 발의

등록 : 2018-05-17 15:24
버스커들의 어려운 사연 듣고

전통시장 활성화 등 취지로 발의

조례 이후 거리예술존 사업 활기

단체장 바뀌어도 사업 지속성 보장

‘서울시 거리공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용석 서울시의원(가운데)이 지난 12일 도봉구 창2동 신창시장에서 거리예술제 공연에 앞서 이날 무대에 오르는 남성 듀엣 ‘트라이플’ 멤버 김현석(오른쪽), 임현승씨와 함께했다.

“헬로~ 닥크니스, 마이 올드 프렌드~.”

지난 5월12일 오후 2시. 도봉구 창2동의 대표 전통시장인 신창시장에 사이먼과 가펑클의 유명한 올드팝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가 울려퍼졌다. 언더그라운드 가수 김현석(33)과 임현승(31)으로 구성된 남성 듀엣 ‘트라이플’의 거리예술존 공연이 시작된 것이다.

시장 정육점 옆 상인회 사무실 앞에 마련된 거리예술존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팝송 선율에 몇몇 시민들이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그 시민들 속에 김용석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도봉1)의 모습이 보인다. 김 의원은 2017년 4월 ‘서울시 거리공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거리공연 활성화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날 트라이플의 신창시장 공연은 김 의원이 조례를 제정한 목적에 가장 가까운 공연이었다.


당시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전통시장 활성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2016년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송년회 행사 때 초청했던 거리공연팀에게서 들었던 버스커들의 어려운 사연이 떠올랐다고 한다. 길거리 공연인 버스킹이 퍼지고 있다지만 안정된 공연 기회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수입 또한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만일 공연무대가 부족한 버스커들이 전통시장에서 공연한다면, 젊은 버스커들과 전통시장 상인들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거리공연 활성화 조례’을 입안해 제안했다고 한다.

이 조례는 우리나라에 버스킹을 ‘거리공연’이라는 이름으로 법률화한 최초의 조례다. 사실 ‘서울시 거리공연 활성화 조례’ 제정 이전에 이미 다른 시·도에 버스킹을 지원하는 조례가 있다. ‘경기도 거리예술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2016년 11월8일 제정), ‘전라북도 거리예술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2017년 3월10일 제정)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조례들은 버스킹 지원을 표방하면서도 이를 거리예술로 표현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조례 명칭을 통해 버스킹에 ‘거리예술’이 아닌 ‘거리공연’이라는 자기 이름을 찾아줬다.

“전통적으로 ‘거리예술’은 기존 예술에 대한 저항의 형태로 전문 예술가 그룹이 다양한 예술 형식을 자유로운 거리 공간에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버스킹이 활성화하면서 이를 전통적 거리예술과 달리 거리공연으로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이론이 학계에서 정립돼가고 있습니다.”

조례는 서울시장에게 거리공연 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을 마련(제3조)하고, 거리공연가에게는 공연 도중 지역주민들의 일상을 방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제4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 서울시장에게 거리공연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제5조)하도록 하고 있다.

‘거리공연 활성화 조례’ 제정에 서울시는 환영 입장이었다. 그동안 법률적 근거 없이 진행해왔던 버스킹 등 시민공연활동 지원 사업에 날개를 달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0년대 들어와 버스커들의 거리공연에 관심을 두어왔다. 당시 서울시는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버스킹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시민이 곧 예술가이며 예술가가 곧 문화 향유 시민’이라는 모토로 ‘문화복지 정책’을 추구했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열린예술극장’이라는 이름의 버스커들의 거리공연활동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김미현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정책과 주무관은 “이후 시민들의 거리공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2015년부터 공연 규모가 많이 늘어난 ‘거리예술존’ 사업으로 확대했다”고 밝힌다.

서울시는 이때 공연 장소를 지역 특색에 맞게 ‘상생공간’ ‘밀착공간’ ‘특화공간’으로 구분해 버스킹 공연 지원을 좀더 체계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상생공간’ 공연은 트라이플의 신창시장 공연과 같은 전통시장 공연을 가리키며, ‘밀착공간’은 지하철·공원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무대 공간을, ‘특화공간’은 관광 명소 등의 무대 공간을 가리킨다.

서울시의 ‘거리예술존’ 사업은 ‘거리공연 활성화 조례’ 제정 이후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김 의원은 “조례 제정으로 단체장이 바뀌거나 담당 부서장이 바뀌더라도 사업의 지속성이 보장되게 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따라 2011년 36곳이었던 공연 장소는 2018년 현재 160곳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40팀이던 공연팀도 150여 팀으로 규모가 커졌다.

김 의원은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해 “현재 조례에 규정돼 있는 ‘거리공연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서울시가 이른 시일 안에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해 “조례와 관련된 공청회 등을 열어 시민들과 버스커들의 희망사항을 더 모아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