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마트에 없는 수제품에 중독된 ‘플리마켓 덕후맘’
도프 회원 3인의 덕질기 “좋은 물건 득템할 때 가장 기뻐”
등록 : 2018-05-24 14:50 수정 : 2018-06-08 14:15
지난 10일 경의중앙선 망우역 앞 광장에서 ‘플리마켓 덕후맘’ 김연수(왼쪽)·박참빛(가운데)·김재연(오른쪽)씨가 플리마켓에서 물품을 사고 환하게 웃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들은 일반 플리마켓보다 인터넷 플리마켓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소통을 꼽았다. 카페 회원 대부분이 젊은 육아맘이라서 육아 정보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서로 나눌 수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것 못지않게 ‘오프라인 만남’도 중요하게 여긴다. 김연수씨는 “플리마켓에 나오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플리마켓에서 마련한 이벤트에 참여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도프는 ‘아아식떡 이벤트’가 유명한데, 플리마켓에 왔다는 인증 셀카를 찍어 카페에 올리면 아이스크림, 아이스아메리카노, 식빵, 떡볶이를 선물로 준다. 플리마켓 덕후맘들이 가장 기분 좋을 때는 ‘득템’(아이템·물품을 얻었다는 뜻)을 했을 때다. 김재연씨는 비염 있는 아이를 위해 지난달 산 수제 ‘청비고’를 꼽았다. 김씨는 “아들이 체력도 약하고 코도 안 좋아 힘들어했다”며 “미세먼지에다가 5월이라 꽃가루도 걱정됐는데, 비염에 좋다는 청비고를 사서 바른 뒤로는 코도 좋아지고 잠도 잘 자서 한시름 놓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 천연제품으로 유해 성분이 들어 있지 않아 안심하고 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박참빛씨는 5월 초에 산 모기 퇴치 캔들(양초)을 꼽았다. 갑자기 나타난 5월 모기에 콧잔등을 두 번이나 물렸지만 모기 퇴치 캔들을 사서 날마다 켜고 자니 모기가 사라졌다고 한다. 김연수씨는 땀띠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자원고를 샀다. “병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해 발라줬더니 한결 좋아져 한시름 놓았다”며 즐거워했다. 기쁠 때가 있으면 아쉬울 때도 있기 마련이다. 플리마켓 덕후맘들은 ‘핫’한 물품이 완판돼 사지 못했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박참빛씨는 “유명한 마카롱이 11시 개장하자마자 완판돼 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이들은 소비자로만 머물지 않고 판매자로 나선 경험도 있다. 자신들에게는 필요 없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들을 플리마켓에서 팔았다. 꼭 물건을 팔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다. 김연수씨는 이사하면서 정리한 50여 벌의 옷을 지난달 동네 플리마켓에 내다팔아 13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김씨는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이 많아 그냥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내놨는데 모두 팔렸다”고 좋아했다. 김재연씨도 지난해 10월 사용하지 않는 아이 책과 인형을 판 돈으로 아이들과 간식을 사먹었다고 자랑했다. 김씨는 “자기 옷을 다른 아이가 다시 입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에게도 나눔에 대한 좋은 교육이 됐다”고 말했다. ‘도노강중 프리마켓’의 도노강중은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 중랑구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운영자 김현지(37·도봉구 창동)씨는 2015년 겨울에 도프를 시작해 한 달에 4~5회씩 지금까지 100회 넘게 장터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는데, 현재 조합원은 5명으로 앞으로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플리마켓 판매자들에게 받은 참가비의 절반은 해당 구에 기부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독일에서 8년간 생활한 경험이 있는 김씨는 우리나라에도 독일처럼 좋은 플리마켓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도프는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육아맘들이 주로 판매자(작가)로 구성되고, 소비자 또한 육아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대자본으로만 돌아가는 세상은 삭막하다”며 “소자본, 제품 판로가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도프는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열리는데, 육아맘들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낸 뒤 장터를 찾을 수 있도록 개장 시간을 맞췄다. 폐장 시간을 오후 2시로 한 것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을 고려한 것이다. 오후 2시가 되자, 북적이던 장터는 어느새 평범한 역앞 일상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육아와 함께 시작한 플리마켓 활동이 이어지면서 플리마켓 덕후맘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낭비를 없애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였다. 플리마켓을 이용하기 전에는 무턱대고 마트나 백화점을 찾아 이것저것 충동구매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사전에 꼼꼼히 살펴본 뒤 사게 됐다. “매주 장터에 나오지 않으면 허전해요.” 플리마켓 덕후맘에게 플리마켓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육아로 지친 일상에 활력소이자,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 전환의 장이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