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무연고자·저소득층 장례 부담 덜어드립니다”
공영장례 실행하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 김상현 이사장
등록 : 2018-05-31 14:56
서울시 공영장례 조례 시범 사업자
최근 혼자 살다 죽은 남자 장례 집전
대형 상조사, 독과점 비용 과다
한겨레상조, 협동조합식 맞춤형
지난 5월28일 서울의 ㄱ시립병원에서 한 남자(65)의 장례식이 있었다. 지난 폭우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망자를 장송한 ‘상주’는 서울시 공무원과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의 장례지도사였다. 향을 사르고 묵념해주는 이 사람들마저 없었다면, 평생을 혼자 살았다는 망자는 화장장에서 한 줌 재로 뿌려진 채 잊혔을 것이다. 아무 연고 없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이런 정중한 예를 표할 수 있었을까. 우리 사회가 죽은 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제정된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에 따라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사장 김상현)과 저소득 시민의 장례를 지원하는 추모서비스 사업 ‘그리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5월부터 공영장례를 실행하고 있는 김상현(58) 이사장과 김윤식(44) 상포계 부장에게 공영장례의 의의와 바람직한 장례문화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조례 제정 후 처음으로 시 예산을 들인 무연고 사망자 장례 의식을 집전했다고 들었다.
“고인은 한국전쟁 고아로 평생 혼자 살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번 ‘그리다’ 서비스가 없었다면 추모해주는 이 하나 없이, 장례 절차 없이 바로 화장하는 직장으로 ‘처리’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공영장례를 위한 조례가 만들어져 우리 조합 소속 장례지도사를 파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과 돈이 없어 폐기물처럼 취급받는 일이 사라질 근거를 마련했다. 우리 모두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의 품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공영장례 대상과 절차는? “서울 시민으로서 무연고자나 연고자가 있어도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고독사 등 마을장례를 지내는 경우, 기타 구청장이나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등이 지원 대상이다. 사망자가 생겨 주민센터 등에 신청하면 빈소와 제물이 제공되고, 우리 조합의 장례지도사가 장례를 치러드린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조례 제정 이전부터 이런 공영장례 사업을 해왔다고 하는데. “2015년 종로구와 함께 진행한 ‘아름다운 동행’ 사업이 그 시작이었다. 700여 가구가 밀집한 돈의동 쪽방촌 거주자는 대부분 저소득층 홀몸어르신들이다. 이들 중 누군가 사망하면 바로 화장장으로 직행했다. 바로 옆집에 살던 이웃이 죽었는데도 애도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우리가 6평 마을 공간에서 추모식을 치렀다. 조문을 마친 주민들이 우리 손을 꼭 붙잡고 ‘추모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 내가 죽어도 장례를 부탁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주민들끼리 장례위원회를 만들어 이웃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작은 노력이 모여 죽음에 대한 사회의식이 바뀌고 사회안전망이 좀더 촘촘하게 갖춰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한 조합원(임종한 인하대 교수)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조의금 4500만원을 고독사 장례 지원금으로 우리 조합에 기부한 사례도 있다. 그는 고독사가 불행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상조회사가 난립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에서 장례를 치를 경우 평균 1500만~2천만원 정도의 큰 비용이 든다. 병원 장례식장과 대형 상조업체가 부추긴 결과다. 초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상조시장은 더욱 독과점화 고비용화하고 있다. 장례식장의 육개장 등 음식 단가도 시중보다 훨씬 높고 버리는 음식과 일회용품 소비도 엄청나다. 난립 중인 상조회사는 오로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며 원가의 5~10배나 되는 폭리를 남기거나 불필요한 물품을 쓰도록 유도해 유족을 두 번 울린다. 우리 조합은 작은 장례와 공동체 장례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있다. 이제 남의 불행이나 비극을 팔아 돈벌이하는 짓은 그만해야 한다.”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협동조합 방식의 장례사업을 시작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상호부조 정신을 바탕으로 뒷돈과 리베이트를 배제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조합원의 상·장례뿐 아니라 고 리영희, 김근태, 성유보, 백남기 농민 등 민주인사의 장례를 집전하며 공동체 중심의 장례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근 관련 당국이 부실 상조회사를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자본금 규모를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이면서 우리에게도 자본금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비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에 영리기업과 같은 거액의 자본금을 갖추라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그만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관계 당국은 그동안 혼탁한 상조업계에서 ‘잠수함의 토끼’(공기 변화에 민감한 토끼를 이용해 잠수함 속 공기를 측정했던 데서 생긴 말) 같은 역할을 해온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시민을 위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최근 시작된 서울시 공영장례 사업 ‘그리다’의 시범사업을 맡은 국내 유일의 협동조합 상조회 ‘한겨레두레협동조합’ 김상현 이사장(오른쪽 가운데), 김윤식 장례지도사(오른쪽 끝) 등 직원들이 회의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고인은 한국전쟁 고아로 평생 혼자 살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번 ‘그리다’ 서비스가 없었다면 추모해주는 이 하나 없이, 장례 절차 없이 바로 화장하는 직장으로 ‘처리’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공영장례를 위한 조례가 만들어져 우리 조합 소속 장례지도사를 파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과 돈이 없어 폐기물처럼 취급받는 일이 사라질 근거를 마련했다. 우리 모두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의 품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공영장례 대상과 절차는? “서울 시민으로서 무연고자나 연고자가 있어도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고독사 등 마을장례를 지내는 경우, 기타 구청장이나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등이 지원 대상이다. 사망자가 생겨 주민센터 등에 신청하면 빈소와 제물이 제공되고, 우리 조합의 장례지도사가 장례를 치러드린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조례 제정 이전부터 이런 공영장례 사업을 해왔다고 하는데. “2015년 종로구와 함께 진행한 ‘아름다운 동행’ 사업이 그 시작이었다. 700여 가구가 밀집한 돈의동 쪽방촌 거주자는 대부분 저소득층 홀몸어르신들이다. 이들 중 누군가 사망하면 바로 화장장으로 직행했다. 바로 옆집에 살던 이웃이 죽었는데도 애도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우리가 6평 마을 공간에서 추모식을 치렀다. 조문을 마친 주민들이 우리 손을 꼭 붙잡고 ‘추모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 내가 죽어도 장례를 부탁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주민들끼리 장례위원회를 만들어 이웃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작은 노력이 모여 죽음에 대한 사회의식이 바뀌고 사회안전망이 좀더 촘촘하게 갖춰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고독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한 조합원(임종한 인하대 교수)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조의금 4500만원을 고독사 장례 지원금으로 우리 조합에 기부한 사례도 있다. 그는 고독사가 불행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상조회사가 난립하면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에서 장례를 치를 경우 평균 1500만~2천만원 정도의 큰 비용이 든다. 병원 장례식장과 대형 상조업체가 부추긴 결과다. 초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상조시장은 더욱 독과점화 고비용화하고 있다. 장례식장의 육개장 등 음식 단가도 시중보다 훨씬 높고 버리는 음식과 일회용품 소비도 엄청나다. 난립 중인 상조회사는 오로지 영리를 목적으로 하며 원가의 5~10배나 되는 폭리를 남기거나 불필요한 물품을 쓰도록 유도해 유족을 두 번 울린다. 우리 조합은 작은 장례와 공동체 장례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있다. 이제 남의 불행이나 비극을 팔아 돈벌이하는 짓은 그만해야 한다.”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협동조합 방식의 장례사업을 시작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은 상호부조 정신을 바탕으로 뒷돈과 리베이트를 배제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조합원의 상·장례뿐 아니라 고 리영희, 김근태, 성유보, 백남기 농민 등 민주인사의 장례를 집전하며 공동체 중심의 장례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근 관련 당국이 부실 상조회사를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자본금 규모를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이면서 우리에게도 자본금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비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에 영리기업과 같은 거액의 자본금을 갖추라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그만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관계 당국은 그동안 혼탁한 상조업계에서 ‘잠수함의 토끼’(공기 변화에 민감한 토끼를 이용해 잠수함 속 공기를 측정했던 데서 생긴 말) 같은 역할을 해온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시민을 위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