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무슨 꽃이야?” “같이 검색해보자. 그래! 이건 메꽃이라는 꽃이네!” 호기심 많아 보이는 초등학생 아이와 30대 간편한 옷차림의 엄마가 작은 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 스마트폰으로 꽃 이름 검색에 한창이다.
“어머, 이뻐라! 이건 옛날 우리 집 마당에 피던 개망초꽃인데~.”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산책 나온 40대 여성들 사이에선 꽃이 불러낸 추억 속 첫사랑 이야기가 흘러간다.
최근 들어 다양한 꽃이 피어나면서 도봉구 중랑천변에 꾸며진 들꽃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들꽃단지는 의정부 시계(시 경계)부터 노원구계까지 약 6.13㎞의 중랑천 산책길과 자전거길 주변을 가리킨다.
2014년부터 서울시 생태복원사업으로 ‘중랑천 녹색 브랜드화’ 사업을 펼쳐온 도봉구는 중랑천변의 잿빛 콘크리트 인공 둑을 걷어내고 이곳에 꽃양귀비(개양귀비), 금계국, 안개꽃, 천인국 등 다양한 꽃을 심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날아든 들꽃 씨들이 풀들과 함께 자라나 현재는 알록달록 이색적인 들꽃단지가 됐다. 이 꽃들은 중랑천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고,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곳 도봉구 중랑천변 구간은 다른 구간에 비해 둔치가 넓어 꽃단지 만들기가 좋은 곳이다. 또 근처 아파트와 방학역·도봉역 등 전철역이 가까워 접근성도 뛰어나다. 더욱이 자전거 하이킹족들이 한강을 지나 의정부로 들어가는 길목이기도 해 주말이면 사람들로 더욱 붐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나는 곳인 만큼 도봉구는 산책이나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달력의 숫자가 아닌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들꽃단지를 만들고 꾸준히 관리했다. 최근에는 들꽃단지 중간쯤 참여형 텃밭을 만들어 나비와 꿀벌들이 좋아하는 나무와 꽃들을 심고, 벤치를 놓아 ‘나비정원’을 꾸몄다. 나무와 풀꽃 안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나비정원’이 중랑천변 풍경에 고즈넉한 멋스러움을 보탠다.
들꽃단지에서 걸음을 멈추고 크고 작은 들꽃을 보고 있는 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떠오를지 모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들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자기 생활도 ‘오래 보고, 자세히 보게’ 되지 않을까? 그들은 그렇게 차츰 ‘들꽃의 여유’를 배울 것이다. 들꽃단지는 그런 점에서 어쩌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체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봄부터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뽐내던 들꽃단지 주변은 10월 즈음이면 다시 가을맞이를 하느라 성대하게 변신한다. 들꽃단지 맞은편 중랑천변에 들꽃단지와 함께 단장한 ‘핑크정원’이 그 변화의 주인공이다. 핑크정원은 약 530㎡의 터에 ‘핑크 뮬리 그라스’가 가득한 곳이다. 벼꽃과 식물인 핑크 뮬리 그라스는 여름에는 푸른 잎을 자랑하다 가을에는 온통 분홍빛 꽃차례로 변한다. 그 분홍빛이 뿜어내는 몽환적 분위기 덕분에 핑크정원은 커플, 웨딩사진 촬영지로 인기를 끈다. 아마도 가을 핑크정원을 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지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많은 사업비가 들어가는 큰 사업도 주민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도봉구의 들꽃단지 같은 감성미 넘치는 작은 움직임도, 주민에게 확실하고도 작지 않은 행복을 줄 것이다.
이주영 도봉구 홍보전산과 언론팀 주무관
사진 도봉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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