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서울을 걷다

서달산 줄기 따라 편안한 숲길·오솔길

동작구 동작충효길 1·2호 코스 6㎞

등록 : 2018-06-21 14:42
본동·흑석동 감싸는 고구동산길

국립서울현충원을 감싸는 현충원길

밥 짓는 냄새가 숲에 스미는 길

동작대에서 본 노을

서울시 동작구에서 만든 동작충효길 1코스(고구동산길)와 2코스(현충원길)를 이어 걷는다. 서달산 줄기를 따라 도는 이 길은, 노들역에서 출발해서 서달산 정상을 지나 동작역에서 끝나는 약 6㎞ 코스다. 고구동산길은 본동의 일부와 흑석동을 감싸고 있는 숲길이다. 마을에서 피어나는 밥 짓는 냄새가 숲에 스미기도 한다. 현충원길은 국립서울현충원을 감싸고 있는 숲길이다. 전망 좋은 곳에서 깊게 숨을 쉬기도 하고, 나무그늘 쉼터를 만나면 편안하게 쉬었다 간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들역 주변 명소들

서달산의 뿌리는 관악산이다. 관악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도심을 비집고 북쪽으로 이어지다 한강을 앞두고 서달산을 밀어 올렸다. 서달산은 삼지창을 닮았다. 가운데 산줄기를 기준으로 서쪽 품은 흑석동이고, 동쪽 품은 국립서울현충원이다.


동작충효길 1코스인 고구동산길은 본동의 일부와 흑석동을 품은 서달산 서쪽 숲길이다. 서달산 정상을 지나 국립서울현충원 상도출입문 앞에서 2코스인 현충원길이 이어진다.

출발지점인 노들역 주변에 동작충효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명소가 몇 곳 있다. 세조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긴 단종의 복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묻힌 사육신묘(사육신공원),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러 가던 정조가 머물렀던 용양봉저정이 노들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노들역 바로 옆 노들나루공원은 조선시대 노들나루터였다. 나루가 있던 곳을 알리는 작은 안내판이 공원 한쪽 남부수도사업소 건물 옆 잔디밭에 세워졌다.

노들역에서 동쪽으로 약 1㎞ 떨어진 한강가 언덕에 효사정이 있다. 효사정은 조선시대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노한의 별서(농장이나 들 근처에 별장처럼 지어놓고 농사짓던 집)였다. 원래는 노량진 한강가에 있었는데, 그 자리를 찾지 못해 20여 년 전에 지금 자리에 새로 지은 것이다. 어머니 시묘 3년을 모신 노한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효사정은 공사 중이다).

길을 걷기 전에 들를 곳이 한 곳 더 있다. 노들역 3번 출구로 나와 뒤로 돌아 걷다보면 ‘소문난 잔치국수’ 집이 나온다. 진한 멸치육수의 잔치국수가 유명하다. 여름에는 콩국수도 판다. 경기도 연천군 대풍콩으로 콩물을 낸다. 여름이면 잔치국수 못지않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출발지점인 노들역 4번 출구로 나와 뒤로 돌아 걷는다. 상도터널 위로 난 길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동작충효길이 시작되는 곳이 나온다. 계단을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잣나무길 지나 동작대에 오르다

고구동산길

숲길을 걷는다. 바람 부는 숲 그늘은 이른 더위가 넘보지 못한다. 쉬엄쉬엄 걸어 고구동산 노량진근린공원 운동장에 도착했다. 운동장 한쪽 게이트볼장 옆에 전망 좋은 곳이 있다.

한강 북쪽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한강에 놓인 원효대교와 한강철교가 보인다. 한양도성의 성곽이 이어지는 인왕산, 백악산(북악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는 북한산 앞에 자리잡았다. 인왕산 서쪽에는 안산이 있고, 남산도 눈에 들어온다.

고구동산을 넘는다. 중앙대학교 후문 앞 건널목을 건너서 직진한다. 푸른색 철책을 따라 걷다보면 동작충효길 안내판이 보인다. 그 옆 계단으로 올라간다. 중앙대학교 후문~동작충효길 안내판 구간은 도로 옆 인도를 걷는 구간이다. 이 구간을 제외하면 길은 모두 숲길이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잣나무숲길을 만난다. 서울 도심에서 만난 잣나무숲길이 반갑다. 웃자란 풀과 키 큰 나무가 있는 초화원을 지나면 바로 암석원이다. 마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운동기구가 있는 곳을 지나 현충원·피톤치드체험장 이정표 방향으로 가면 도로 위에 놓인 생태다리가 나온다. 생태다리에서 남산의 남쪽 산등성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생태다리를 건너서 동작대 이정표 방향으로 걷는다. 동작대는 서달산 정상에 있는 전망 누각이다. 동작대로 가기 전에 연리목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흔들그네의자’가 있는 쪽으로 올라간다. 달마사 위에 있는 거북바위(전망 좋은 곳) 앞에 펼쳐진 풍경을 즐긴다. 이 길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중 백미다.

거북바위 앞에서 본 저녁 풍경

한강 남쪽 여의도에서 송파구까지, 한강 북쪽 노을공원에서 북한산 능선을 지나 불암산까지 보인다. 서울의 북쪽을 병풍처럼 둘러친 북한산 능선 앞에 안산, 인왕산, 백악산(북악산), 남산이 가지런하게 이어진다. 숨을 한껏 들이마신다. 배 속 깊은 곳에 닿은 숨을 다시 꺼내어 길게 내뿜는다.

동작대는 서남쪽으로 시야가 트였다. 그래서 해 질 녘 풍경이 볼만하다. 동작대에서 내려와 초록색 철책을 왼쪽에 두고 걷다보면 국립서울현충원 상도 출입문에 도착한다. 이곳이 동작충효길 1코스(고구동산길)가 끝나고 2코스(현충원길)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인위적으로 코스를 나누었을 뿐이지 가던 길을 계속 걸으면 그만이다.

철책 옆 오솔길, 그 끝에서 만난 풍경

현충원길

현충원길은 현충원 담장인 초록색 철책 옆에 난 오솔길이다. 시야가 트이는 곳은 없지만 호젓한 오솔길을 걸을 수 있다.

풍경이 지루해질 때쯤이면 우뚝 솟은 키 큰 나무 아래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보고 있으면 걷고 싶어지는 길이다. 띄엄띄엄 있는 나무 그늘 쉼터에서 숲 향기 맡으며, 새소리 들으며 쉬는 시간이 여유롭다.

동작역 방향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되는데, 중간에 샛길로 빠지는 이정표가 여러 개 보인다. 다 무시하고 동작역까지 계속 걷는다. 동작역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가파른 내리막 계단이 나온다. 긴 계단 중간에서 시야가 트인다. 이 길의 마지막 전망 좋은 곳이다.

서달산에 있는 터널 입구가 보인다. 터널로 드나드는, 이수역과 동작역 사이를 오가는 지하철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이다. 동작역 역사 지붕도 보인다. 현충로에서 밀려드는 차들과 동작대교 남단에서 빠져나오는 차들이 몰려 이수교차로 쪽으로 달린다.

한강으로 흘러드는 반포천과 동작대교를 눈에 넣고 멀리 바라보면 남산의 남쪽 산등성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뚝 솟은 남산 서울N타워에서 시작된 능선이 동쪽으로 잦아들며 흐르다 응봉산 아래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지점 부근에서 끝난다. 길은 그렇게 마지막까지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에 풍경 하나 남겨놓는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