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간판·공장 기계 등 탁본 성수동 거리 기록

<성수동 일요일> 전시 여는 정희우

등록 : 2018-06-21 14:56 수정 : 2018-06-22 17:04

‘젠트리피케이션과 탁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지만, ‘도시를 기록하는 작가’로 알려진 정희우(45) 작가가 오는 7월5일~8월31일 성수동 레이블갤러리에서 여는 전시 <성수동 일요일>에서 서로를 명징하게 밝혀준다.

정 작가가 이 전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을 성수동 거리 간판과 공장 내부의 탁본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탁본으로 독특한 질감을 얻은 한지들은 저마다 ‘한진기계’ ‘세화정밀’ ‘대성식품’ 등 한때 성수동을 상징하던 섬유·가죽·신발업체의 이름을 담아 전시실을 빼곡히 채운다. 그는 이런 이미지들이 젠트리피케이션에 몰린 성수동을 ‘셔터가 내려진 일요일’처럼 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왜 탁본일까?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점차 희미해지는 전통 기법으로 현대 도시를 재현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탁본도 어찌 보면 새로운 표현 기법에 의해 둥지 내몰림을 당한 전통기법이다.

정 작가는 미술 기법이건 도시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정이 깊은 작가다. 그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묵묵히 차량과 인파가 북적거리는 강남대로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번화한 거리에서도 사라짐은 존재한다. 오래된 건물이 헐리고 더 높은 새 건물이 들어서는 일이 날마다 반복된다.

그래서일까.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작업 노트 첫머리에 “우리가 변화의 증인이 되어야 하며, 그 증인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 정희우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과를 졸업했으며,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석사,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그동안 강남대로를 기록한 <시간을 담은 지도>(2011)를 비롯해 거리의 표시를 탁본한 <필링 더 시티>(2012) 등 다양한 전시를 이어왔다.

■ 이번주부터 연재하는 ‘키워드 예술’에서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울문화재단 지원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살펴본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