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두 번 낙선 뒤에도 진보 정치 지역에 뿌리내리려 노력”
이기중 정의당 관악구의원 당선인
등록 : 2018-06-21 15:04
관악 아 선거구에서 2등
낙선 뒤 지역활동에 박차
절박한 마음으로 인생 걸어
일할 수 있는 후보 뽑도록 ‘읍소’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한 선거구에서 2~3명씩 뽑는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자유한국당과 민주당 두 거대 양당이 석권하다시피 했다. 서울의 구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59.3%)과 한국당(36.3%) 두 정당 후보들이 96% 당선됐다. 거대 양당에 유리한 ‘2인 선거구’(한 선거구에서 2명을 선출하는 것)에서 진보정당 소속 당선자가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의당 관악 아 선거구(삼성동·대학동)의 이기중(37) 당선인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5일 낮 이기중 당선인이 관악구 삼성동 시장에서 감사 인사를 했다. 많은 상인이 기쁜 얼굴로 축하와 응원의 말을 건넸다. “어! 5번 안 찍었는데”라며 미안해하는 상인도 있다. “다음번엔 꼭 찍어 주세요”라고 그는 웃으며 말한다. 구의원 선거 세 번 도전 끝에 이룬 당선이라 그런지 그의 마음고생을 아는 이들은 눈시울을 살짝 붉히기도 했다. 그가 주민들과 얼마나 가깝게 지내는지 미뤄 짐작이 된다.
선거홍보물에 나온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한 번도 들어가기 힘든 서울대를 그는 두 번 입학했다. 2000년 음대 작곡과에 합격해 다니다, 3학년 때 그만뒀다. 학생운동을 하느라 제대로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다시 수능을 봐서 인문대에 입학해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마친 2010년, 처음 구의원 선거에 나갔다가 19% 득표율이라는 기대 이상의 많은 표를 얻었지만 떨어졌다. 2014년 다시 도전했다. 28%라는 높은 득표율에도 거대 양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돼야지!” 이기중 당선인이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두 번 낙선하면서 주민들은 그가 반짝하다가 상처받고 금세 떠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는 지역에 뿌리내리려 더 노력했다. 지역 방위협의회, 의용소방대, 지역 친목모임, 배드민턴 클럽 등에 가입하고, 아파트 동대표도 맡으며 주민들과 접촉점을 대폭 늘렸다. 노무사이기도 한 그는 주민들에게 무료 노동 상담도 해주었다. “세 번째 선거는 절박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인생 전체를 걸었죠.” 선거 운동은 동네의 특성을 살려 투 트랙으로 했다. 삼성동엔 2만5천 명, 대학동엔 2만 명의 유권자가 있다. 삼성동엔 50~60대가 절반, 대학동은 20~30대 1인 가구가 66%를 넘는다. 삼성동에서는 적극적인 지역 커뮤니티 활동으로, 대학동에서는 주거 등 청년 1인 가구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공약 제시로 다가갔다. 선거구가 걸어서 이틀이면 다 다닐 수 있는 면적이라 거의 매일 유권자들을 찾아 얘기를 나눴다. “선거 운동 막바지에는 정당을 떠나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젊은 일꾼을 꼭 뽑아달라고 거의 읍소하다시피 했어요.” 사실 이기중 당선인은 대학 입학 전까지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입학한 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진보정당에도 가입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총선 운동 지원에 참여했다. 선거운동을 옆에서 보고 겪으며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 “제도권에 들어가 목소리를 내며 많이 바꿀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기초의회부터 차근차근 밟아 주민 신뢰를 얻으며 성장해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오는 7월1일부터 구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관악구의원은 모두 22명이다. 8개 지역구에서 19명, 비례대표로 3명이 뽑혔다. 그는 유일한 진보 정당(정의당) 소속이다. 어깨가 무겁다. “한계가 있겠지만, 당의 선배 구의원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다른 당 구의원들과도 소통하며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려 해요.” 그는 풀뿌리 정치에서는 작은 진보 정당인 정의당이 거대 양당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인다. 가장 먼저 자신의 공약인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과 사회주택 보급에 앞장서려 한다. “정부와 서울시 지원을 바탕으로 고시원, 원룸을 리모델링해 1인 가구 맞춤형 임대주택이 더 많이 공급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려 해요.” 구의회의 잘못된 관행과도 타협하지 않겠다 한다.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외유성 해외연수와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힌다. 그는 ‘구의회가 무슨 일 하느냐’라는 유권자들의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의원들이 먼저 역할을 잘해서, 주민들이 구의회의 필요성 느끼게 해야 해요.” 이기중 당선인은 작지만 확실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생활정치를 해보고 싶다 한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발행해 스스로 집집이 돌릴 생각이다. 주민자치회, 참여예산위원회 등에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알리고 함께할 계획이다. 그는 풀뿌리 정치부터 차근차근 훈련해 성장한 정치인들이 많아지면 정치권이 변할 것이라고 본다.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등의 단계를 밟아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보여주면 유권자들이 제대로 판단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다른 후보가 낸 ‘구의원은 꿈나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격하게 공감한단다. “풀뿌리 정치 꿈나무들이 잘 자라면 우리 정치도 좋은 숲을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15일 오전 관악구 삼성동 시장에서 관악 아 선거구 이기중 구의원 당선자(정의당)가 상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이기중 당선자는 2인 선거구에서 보수정당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됐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번엔 돼야지!” 이기중 당선인이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두 번 낙선하면서 주민들은 그가 반짝하다가 상처받고 금세 떠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는 지역에 뿌리내리려 더 노력했다. 지역 방위협의회, 의용소방대, 지역 친목모임, 배드민턴 클럽 등에 가입하고, 아파트 동대표도 맡으며 주민들과 접촉점을 대폭 늘렸다. 노무사이기도 한 그는 주민들에게 무료 노동 상담도 해주었다. “세 번째 선거는 절박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인생 전체를 걸었죠.” 선거 운동은 동네의 특성을 살려 투 트랙으로 했다. 삼성동엔 2만5천 명, 대학동엔 2만 명의 유권자가 있다. 삼성동엔 50~60대가 절반, 대학동은 20~30대 1인 가구가 66%를 넘는다. 삼성동에서는 적극적인 지역 커뮤니티 활동으로, 대학동에서는 주거 등 청년 1인 가구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공약 제시로 다가갔다. 선거구가 걸어서 이틀이면 다 다닐 수 있는 면적이라 거의 매일 유권자들을 찾아 얘기를 나눴다. “선거 운동 막바지에는 정당을 떠나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젊은 일꾼을 꼭 뽑아달라고 거의 읍소하다시피 했어요.” 사실 이기중 당선인은 대학 입학 전까지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입학한 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진보정당에도 가입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총선 운동 지원에 참여했다. 선거운동을 옆에서 보고 겪으며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 “제도권에 들어가 목소리를 내며 많이 바꿀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기초의회부터 차근차근 밟아 주민 신뢰를 얻으며 성장해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오는 7월1일부터 구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관악구의원은 모두 22명이다. 8개 지역구에서 19명, 비례대표로 3명이 뽑혔다. 그는 유일한 진보 정당(정의당) 소속이다. 어깨가 무겁다. “한계가 있겠지만, 당의 선배 구의원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다른 당 구의원들과도 소통하며 변화의 분위기를 만들려 해요.” 그는 풀뿌리 정치에서는 작은 진보 정당인 정의당이 거대 양당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인다. 가장 먼저 자신의 공약인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임대주택과 사회주택 보급에 앞장서려 한다. “정부와 서울시 지원을 바탕으로 고시원, 원룸을 리모델링해 1인 가구 맞춤형 임대주택이 더 많이 공급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려 해요.” 구의회의 잘못된 관행과도 타협하지 않겠다 한다.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외유성 해외연수와 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힌다. 그는 ‘구의회가 무슨 일 하느냐’라는 유권자들의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의원들이 먼저 역할을 잘해서, 주민들이 구의회의 필요성 느끼게 해야 해요.” 이기중 당선인은 작지만 확실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게 생활정치를 해보고 싶다 한다. 의정활동 보고서를 발행해 스스로 집집이 돌릴 생각이다. 주민자치회, 참여예산위원회 등에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알리고 함께할 계획이다. 그는 풀뿌리 정치부터 차근차근 훈련해 성장한 정치인들이 많아지면 정치권이 변할 것이라고 본다.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등의 단계를 밟아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보여주면 유권자들이 제대로 판단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다른 후보가 낸 ‘구의원은 꿈나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격하게 공감한단다. “풀뿌리 정치 꿈나무들이 잘 자라면 우리 정치도 좋은 숲을 이룰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