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안전 사각’ 건축물, 동대문구 최다

서울시, 시공사 없는 309개 정비구역 내 5만5천여 동 점검…동대문구 7123개동

등록 : 2018-06-21 15:55
용산 건물 붕괴 사고 후속 대책

안전관리 주체 없는 정비구역

20여억원 투입해 10월 말까지

지하 탐사에선 공동 발견 안 돼

지난 4일 오전 용산구 한강로2가 건물이 무너져내린 현장에서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이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3일 용산구에 있는 4층짜리 상가건물이 무너졌다. 이 건물이 자리한 지역은 2006년 4월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용산 국제빌딩 제5구역’이다. 이 구역은 2016년 사업시행 인가 결정이 났지만 시공사가 나타나지 않아 건물들이 낡은 채 방치돼왔다.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 설립 인가 △사업 시행 인가 △시공자 선정 △관리처분계획 인가 △착공 △준공 순서로 진행되는 정비사업에서 정비구역 지정~사업 시행 인가 단계의 정비구역은 안전관리 주체가 따로 없는 ‘안전관리 사각지대’다.

이런 안전관리 사각지대 정비구역에 남아 있는 건축물이 가장 많은 지역은 동대문구로 드러났다. 서울시가 최근 공개한 안전관리 사각지대 건축물 현황(표 참조)을 보면, 동대문구에는 모두 7123개동의 건축물이 안전관리 사각지대 정비구역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성북구(6686개동), 용산구(5752개동), 서대문구(4099개동), 은평구(4047개동), 동작구(3753개동) 순으로 많았다. 반면 광진구와 금천구는 각각 1개동으로 가장 적었다.


정비구역 지정~사업 시행 인가 단계로 안전관리 사각지대 정비구역은 서울 전체에 309개 구역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초구가 27개 구역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등포구(21개), 동대문구(19개), 성북구(19개), 송파구(19개) 순이었다.

최근 서울시는 이들 안전관리 사각지대 정비구역에 있는 건물 5만5천여 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25개 자치구와 함께 10월 말까지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점검해 위험 요소를 없앨 계획이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10년이 지난 건축물 182곳(3만6633동) 점검은 8월까지 마치고, 나머지 구역 지정 뒤 10년 이내 건축물 127곳(1만8932동)도 10월 말까지 단계별로 끝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시 보조금 15억원 등 2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서울시건축사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서울시 전문위원 100여 명 등이 점검에 참여한다. 정밀안전점검 결과 미흡하고 불량한 시설은 구청장이 소유자와 협의해 시설의 사용 제한·금지 또는 퇴거, 철거 등 행정 조치를 하게 된다. 서울시는 “건축법에 따라 건축물의 유지관리 의무자는 건축물 소유자이지만 이번 용산 노후 상가 붕괴 사고로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드러난 만큼 시장이 점검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들여 전수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구역 지정 뒤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지역은 시가 안전점검 비용을 부담하고, 조합이 설립된 지역은 관리 주체인 조합에서 자가 점검을 하되 조합이 예산 지원을 요청하면 시가 융자한다. 다만, 이번에 사고가 난 용산 국제빌딩 제5구역은 조합이 구성돼 있지만 시급성을 고려해 예외로 시가 비용을 부담해 지난 8일부터 안전점검을 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정비사업은 구역 지정 뒤 완료까지 평균 18.3년이 걸리는 장기지속사업으로, 노후 건축물이 철거되기 전까지 사업구역 내 노후 건축물 거주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8일 서울시가 실시한 용산 상가건물 주변 땅 밑 추가 탐사에서 공동(지표 밑에 생긴 빈 공간)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5일 건물 잔재가 쌓여 있어 지표투과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 탐사에서 제외되었던 한강대로 28길 35m 구간을 8일 오전 추가 탐사·분석한 결과 빈 공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5일 진행한 사고 건물 주변 도로 4.5㎞ 구간 공동 탐사에서도 공동은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붕괴 사고 감식반에서 사고 주변 도로 안전 여부 확인을 요청해와 땅밑을 탐사한 결과 빈 공간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는 사고 주변 땅 밑은 안전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붕괴 상가 일부 상인과 전문가들은 주변 대형 공사장의 발파 작업 등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고, 서울시는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합동감식단 요청에 따라 탐사를 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