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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한 명당 15~30분 진료…이용자 이야기 충분히 듣겠다”
주치의 프로그램 운영 첫 동네의원 ‘건강혁신 살림의원’ 김신애 원장
등록 : 2018-07-12 14:53
조합원 2400명, 개원 대비 8배 증가
하루 100명 넘어 마을주치의 어려워져
이용 인원 제한해 통합 처방할 터
비용 대비 효과 좋은 게 주치의 장점
주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첫 동네의원이 문을 열었다. 지난 2일 은평구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참여동에 ‘건강혁신 살림의원’이 들어섰다. 살림의원은 ‘살림 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살림의료사협)이 운영한다. 의료사협은 주민, 조합원, 의료인이 협력해 비영리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자율적인 주민자치조직이다. 서울엔 5곳이 있다.
살림의료사협은 2012년 구산동에 첫 ‘살림의원’을 열고, 이번에 두 번째로 ‘건강혁신 살림의원’을 차렸다. 일반 진료에 주치의 프로그램을 더했다. 건강혁신 살림의원의 김신애 원장(42)은 “1차 의료기관에서 등록제로, 정기적으로 건강 체크와 상담을 하는 주치의 프로그램 시행은 처음이다”며 “이 실험이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살림의료사협이 주치의 프로그램 실험에 나선 이유는? “개원할 때 348명이었던 조합원이 현재는 2400명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조합원 수가 크게 늘면서 하루 환자가 100명이 넘었다. 애초 내걸었던 ‘우리 마을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 고민을 많이 했다. 진정한 주치의 프로그램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건강혁신점이 실험을 해보는 공간이다.” 건강혁신살림점 주치의 프로그램의 특징은? “주치의가 프로그램 이용자를 정기적으로 만난다. 매달 만나는 걸 기본으로 한다. 쿠바의 주치의 제도와 비슷하다. 프로그램 이용자는 하루 30~40명으로 제한해 예약을 받는다. 진료 시간은 15~30분 정도다. 이용자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문제를 풀어주려 한다. 건강을 해치는 습관 교정을 위한 생활 처방과 운동 처방을 곁들여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진다.” 주치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은 점은?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빠른 해결 방법이다. 불안하고 무서우면 무턱대고 큰 병원을 찾기 일쑤다. 쓸데없이 의료비 지출이 많아진다. 주치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개인 사정에 맞는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불안감을 덜 수 있게 조언해준다. 전문적인 진료와 수술 등이 필요하면 2, 3차 병원으로 연계해 병이 커지는 걸 막는다. 사실 80%가량의 질병은 1차 병원을 잘 활용하면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지난 1주일간 진료한 소감은? “재미있다. 대놓고 잔소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게 좋다. (웃음) 약 처방 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있어 좋다. ‘눈에 염증이 생길 것 같으면 따뜻한 수건을 눈에 얹어 분비물 배출을 도와줘라’ 등 아프기 전 예방할 수 있는 팁을 최대한 준다. 여태껏 살면서 쌓은 생활 팁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이용자들이 주치의라고 생각하면 숨겨온 이야기도 터놓고 한다. 개원 초기라 이용자들과 충분히 얘기할 수 있어 정말 좋다.”
주치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먼저 살림의료사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조합비는 5만원으로 조합 탈퇴 때 돌려받는다. 한 달에 1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진료 예약을 한 뒤 병원에 가면 된다. 현재 주치의 프로그램 등록자는 70여 명이다. 서울혁신파크에서 일하는 20~40대들이 많다. 이번 주치의 프로그램 실험은 서울시와 은평구도 함께한다. 서울시는 사회문제해결형 혁신사업으로 내년까지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고, 은평구는 청년 한 명분 일자리 인건비를 댄다.
주치의 프로그램으로 병원 운영이 되는 건지?
“연간 7천만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하지만 실제 운영해봐야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환자들의 건강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평가해 자료를 만들고,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주치의제 정책 제안을 할 때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김신애 원장은 12년차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다. 2001년 의사 면허를 따고, 전공의 과정을 거쳤다. 김 원장은 병만 보는 게 아니고 몸과 함께 마음도 돌봐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했다.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진, 예방, 1차 진료를 같이 하기도 하고 통증클리닉 기술을 배워 정형외과에서도 운영 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임상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지만 일에 치였다. 휴직을 거쳐 개인병원을 3년간 운영하면서 병고와 생활고를 겪는 노인들을 보면서 답답했다. 방문 진료, 포괄적 관리가 이뤄지는 일본 연수를 3개월 다녀왔다.
지난해 추혜인 구산동 살림의원 원장에게서 주치의 실험을 함께하자는 ‘러브콜’을 받았다. 고민 끝에 지난 4월 마음을 정했다. ‘의사로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능력을 필요한 곳에 쓰면 감사하고 보람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추 원장이 내민 손을 잡았다.
건강혁신 살림의원 접수대에는 “포괄적, 예방적, 지속적인 상담과 진료로 건강의 주체인 ‘나’를 돕습니다”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김 원장은 ‘환자에게 바른말 하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사람끼리 돌보는 관계에서 얻는 기쁨과 보람’ 김 원장이 주치의로 누리고 싶은 행복이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6일 불광동 서울혁신파크에서 ‘건강혁신 살림의원’ 개원식이 열렸다. 김신애 원장(가운데)과 ‘주치의’ 홍보판에 얼굴을 넣은 조합원 두 명이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한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살림의료사협이 주치의 프로그램 실험에 나선 이유는? “개원할 때 348명이었던 조합원이 현재는 2400명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조합원 수가 크게 늘면서 하루 환자가 100명이 넘었다. 애초 내걸었던 ‘우리 마을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 고민을 많이 했다. 진정한 주치의 프로그램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건강혁신점이 실험을 해보는 공간이다.” 건강혁신살림점 주치의 프로그램의 특징은? “주치의가 프로그램 이용자를 정기적으로 만난다. 매달 만나는 걸 기본으로 한다. 쿠바의 주치의 제도와 비슷하다. 프로그램 이용자는 하루 30~40명으로 제한해 예약을 받는다. 진료 시간은 15~30분 정도다. 이용자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문제를 풀어주려 한다. 건강을 해치는 습관 교정을 위한 생활 처방과 운동 처방을 곁들여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진다.” 주치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은 점은?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빠른 해결 방법이다. 불안하고 무서우면 무턱대고 큰 병원을 찾기 일쑤다. 쓸데없이 의료비 지출이 많아진다. 주치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개인 사정에 맞는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불안감을 덜 수 있게 조언해준다. 전문적인 진료와 수술 등이 필요하면 2, 3차 병원으로 연계해 병이 커지는 걸 막는다. 사실 80%가량의 질병은 1차 병원을 잘 활용하면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지난 1주일간 진료한 소감은? “재미있다. 대놓고 잔소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게 좋다. (웃음) 약 처방 외에 해줄 수 있는 게 있어 좋다. ‘눈에 염증이 생길 것 같으면 따뜻한 수건을 눈에 얹어 분비물 배출을 도와줘라’ 등 아프기 전 예방할 수 있는 팁을 최대한 준다. 여태껏 살면서 쌓은 생활 팁을 나눌 수 있어 좋다. 이용자들이 주치의라고 생각하면 숨겨온 이야기도 터놓고 한다. 개원 초기라 이용자들과 충분히 얘기할 수 있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