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삼중고 속에서도 “우리 동네 잘 알게 됐다”는 소득
진보 정당 후보자들, 6·13 지방선거 ‘고군분투 속 얻은 것’
등록 : 2018-07-12 15:08
기성 정당 벽·낮은 인지도에다
선거 뒤 2천만~3천만원 빚 감당해야
그래도 정치인으로서 지역의 현안
잘 알게 됐다는 소감 소중히 여겨
“선거를 한번 치르고 나면 크게 상심하는 후보자들이 많습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진보 정당 구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문제를 상의했을 때 김하철 정의당 서울시당 정책기획국장이 던진 말이다. 그 말의 의미는 <서울&>의 설문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설문에 응답한 후보들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 정치(20명 응답)와 풀뿌리 민주주의(5명) 확산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기성 정당의 벽(18명 응답)과 낮은 인지도(7명), 선거 비용 부담(2명)이라는 3중의 어려움에 부닥쳐야 했다.
그 벽을 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과 좀더 많이 만나야 했다. 그런데 유인물 하나 개별적으로 나눠줄 수 없는 현행 선거법의 제약 등으로 유권자와 만날 기회는 부족했다(매우 부족 8명, 부족 14명).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김 정책기획국장은 ‘선거 뒤의 빚’을 진보 정당 후보들이 떠안아야 하는 또 다른 문제로 제시했다. “후보자들은 선거가 끝나면 선거 과정에서 생긴 2천만~3천만원 정도의 빚을 갚기 위해 1~2년을 생활전선에서 분투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일까? 현행 선거법은 지방의원선거에서 법정 선거비용으로 4500만원 이하까지 쓸 수 있다고 돼 있다. 후보자의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준다. 10% 이상~15% 미만이면 절반을 지원해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후보는, 당의 인지도도 높고 조직도 안정돼 있어 대부분 득표율이 15% 이상이다. 법정 선거비용만 쓴다면 ‘공짜’로 선거를 하는 셈이다. 진보 정당의 후보는 다르다. 평균적으로 진보 정당 중 득표율이 높았던 정의당도 26명의 기초의회 출마자 중 15% 이상 득표자는 5명의 당선자(김희서 구로구의원, 설혜영 용산구의원, 이기중 관악구의원, 임한솔 서대문의원, 주희준 노원구의원)와 조영권 마포구의원 출마자(18.29%), 문대영 강서구의원 출마자(15.20%) 7명뿐이다. 10% 이상 득표한 김수정 관악구의원 출마자 등 7명은 그나마 법정 선거자금의 절반이나마 돌려받지만, 나머지 12명은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정의당 중앙당에서 지원해주는 선거자금은 일반 후보 1천만원, 여성 후보 1500만원, 청년 후보 2천만원이 전부다. 청년후보는 정의당 서울시당의 경우 35살 이하인 청년 후보 비율 20%를 넘겨 특별히 중앙당에서 지원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진보 정당 후보자들은 상당수가 적잖은 선거 빚을 떠안게 된다.
그런데도 설문에 답한 후보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먼저 얘기한다. 후보자들은 선거를 통해 자신을 지지해준 “5704명 지지자”(강미경 민중당 노원구의원 출마자) 한명 한명에 감사하며, “우리 동네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봤다”(나익수 녹색당 마포구의원 출마자)거나 “새로 우리 동네가 생긴 것 같다”(이상희 녹색당 은평구의원 출마자)며 기뻐한다. “지역 주민들이 후보에 대해 지역활동가에서 지역정치인으로”(박미경 정의당 노원구의원 출마자) 보게 되는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 인식되게 된 것”(왕복근 서울시 관악구의원 출마자)을 큰 소득으로 꼽기도 한다. 그럼으로써 이들은 진보 정치의 ‘가능성’을 본다(강미경 민중당 노원구의원 출마자).
물론 모자란 점이 많았다는 자책도 없지 않다. 선거를 통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사업이 부족하다”(박희진 민중당 서대문구의원 출마자)는 점을 다시 느끼며, “출마 결심이 늦어져, 실제 선거 준비 기간이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이상희 녹색당 은평구의원 출마자)는 점을 반성하기도 한다. “정책을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언어능력”(나익수 녹색당 마포구의원 출마자)이 부족하다거나, 일반적으로 ‘정치인’이 갖는 이미지보다 젊기에 “청년으로서 나이가 주는 한계”(남일 정의당 강남구의원 출마자)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를 통해 만난 지역민들과 후속사업을 짤 수 있는 인력과 재정 부족”(권대훈 정의당 강동구의원 출마자) 등 개인 역량으로서 극복하기 힘든 문제들에 이르면 후보자들은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된다.
그래도 후보들은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금씩 더 성장한다. 그리고 ‘더 성숙한 정치인’으로 다음 선거에 후보자로 나설 것을 다짐한다. 설문에 응한 후보자들 29명 중 28명이 “지역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한 명은 “노력하겠다”고 했다. ‘4년 뒤 선거에 다시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는 21명이 “그렇다”고 말했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고민 중” “뜻이 맞다면”이라며 고민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들이 4년 뒤에 다시 맞이할 선거는 지난 6월 치렀던 선거와는 조금은 다른, 다양한 목소리에 조금은 더 열린 선거이기를 기대해본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김 정책기획국장은 ‘선거 뒤의 빚’을 진보 정당 후보들이 떠안아야 하는 또 다른 문제로 제시했다. “후보자들은 선거가 끝나면 선거 과정에서 생긴 2천만~3천만원 정도의 빚을 갚기 위해 1~2년을 생활전선에서 분투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일까? 현행 선거법은 지방의원선거에서 법정 선거비용으로 4500만원 이하까지 쓸 수 있다고 돼 있다. 후보자의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해준다. 10% 이상~15% 미만이면 절반을 지원해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후보는, 당의 인지도도 높고 조직도 안정돼 있어 대부분 득표율이 15% 이상이다. 법정 선거비용만 쓴다면 ‘공짜’로 선거를 하는 셈이다. 진보 정당의 후보는 다르다. 평균적으로 진보 정당 중 득표율이 높았던 정의당도 26명의 기초의회 출마자 중 15% 이상 득표자는 5명의 당선자(김희서 구로구의원, 설혜영 용산구의원, 이기중 관악구의원, 임한솔 서대문의원, 주희준 노원구의원)와 조영권 마포구의원 출마자(18.29%), 문대영 강서구의원 출마자(15.20%) 7명뿐이다. 10% 이상 득표한 김수정 관악구의원 출마자 등 7명은 그나마 법정 선거자금의 절반이나마 돌려받지만, 나머지 12명은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은평구의원으로 출마한 녹색당의 이상희 출마자(맨 왼쪽)와 김민수 출마자(오른쪽에서 셋째)가 지난 6월5일 서울 연신내역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했지만, 지역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녹색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