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그녀의 수첩에는 동네 엄마에게 전달할 ‘육아 정보’가 빽빽
강동구육아종합지원센터 ‘우리동네 보육반장’ 허은경씨
등록 : 2018-07-12 15:17
보육교사 출신의 두 아이 엄마
동네 주민이어야 알 수 있는 정보와
네트워크 살려서 꼼꼼하게 제공
최우수 활동가 비결은 촘촘한 수첩
“아침에 봤는데 또 보네요, 호호.” “그렇네요, 호호. 허리 아픈 건 어떠세요?”
지난 6월27일 오후 허은경(41)씨가 동네 공원에서 만난 아이 엄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허씨는 강동구육아종합지원센터의 천호동 담당 ‘우리동네 보육반장’이다. 이날 그는 바닥분수가 언제쯤 시작되는지 공고문을 확인하러 공원을 찾았다. 수질검사를 한 뒤 가동 일정표가 나오기 때문에 시기가 해마다 달라진다. 공원 옆 어린이도서관 프로그램도 살펴본다. 공원 야외에서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 펼침막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다.
허씨는 서울의 140명 ‘우리동네 보육반장’(이하 보육반장) 가운데 한 명이다. 보육반장은 서울시가 2013년부터 펼쳐온 양육지원 사업이다. 보육반장은 영유아,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부모에게 육아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도 해준다. 자치구 육아종합정보센터가 자치구마다 3~7명을 해마다 공개 채용한다.
보육반장은 담당 동네의 어린이집, 놀이터, 도서관, 의료기관 등을 찾아 정보를 수집해 온라인에 올린다. 해마다 책자로도 발간한다. 상담은 대개 육아카페·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이나 전화, 문자로 이뤄진다. 공동육아를 위한 자조 모임을 꾸릴 수 있게 지원도 한다. 양육자들은 120다산콜센터에 전화하거나 서울보육포털의 보육반장 연락처로 연락하면 된다. 물론 먼저 보육반장 서비스 제공에 동의부터 해야 한다. 허은경씨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두 아이 엄마다. 강동구에서 16년째 살고 있다. 보육교사로 일하다 출산 뒤 경력이 끊겼다. 2013년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에 서울시 누리집에서 일자리 정보를 찾았다. 뉴딜 일자리로 ‘우리동네 보육반장’이 눈에 띄었다. 주중 하루 2~3시간 활동이라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기 좋은 일이었다. 보수보다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지원했다. 사실 보육반장은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들에게 정식 일자리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징검다리 몫을 한다. 그래서 1년마다 채용하는 기간제 일자리다. 허씨도 몇 해 전 경력을 살려 정식 일자리를 찾아볼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 남편이 지방근무를 하게 돼, 주중에는 아이들을 혼자서 돌봐야 했다. “초등학생인 둘째가 아직은 엄마 손길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보육반장 일이 잘 맞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온라인 육아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그는 차별화된 정보를 주려 노력한다. 일반적인 보육 정보도 꼼꼼하게 알려준다. 아동수당을 신청할 때 뭐가 필요하고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 이달부터 시작된 서울시 출산지원용품이 기존 자치구에서 주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문자나 온라인으로 전한다. 동네 주민이어야 알 수 있는 육아 정보와 네트워크도 차별점이다.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이어줘 자조 모임을 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제 역할이에요.”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는 자치구의 보육반장 근무평가를 해마다 한다. 허씨는 지난해 최우수 활동가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손에 들고 있는 수첩을 보여준다. 수첩에는 손으로 적은 육아 정보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그는 해마다 정보를 업데이트해 수첩을 다시 만든다고 한다. “부모들이 많이 하는 질문을 수첩에 정리해두고 문의가 오면 바로 알려줘요. 휴대폰에는 북마크로 저장해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게 해놓았어요.” 어려움도 있다. 상담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다. 전화를 놓치면 안 되니 항상 긴장 상태다. “아이가 아파 갑자기 병원에 갔는데 상담 전화가 올 때도 있어요. 이럴 땐 우선 전화를 받아 사정을 얘기하고 나중에 여건 될 때 통화를 하죠.” 가끔 학습지나 병원 추천 등의 답하기 곤란한 문의가 온다. “개인적인 견해를 줄 수 없다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죠.” 하지만 육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한다. “아이가 너무 자주 토한다”는 등 걱정이 많은 초보 부모의 소소한 고민에 내 일처럼 응대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할퀴고 와 속상한 엄마의 편이 돼 호응해준다. “자기 고민이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줘 고맙다는 문자를 받으면 저도 힘이 나요.” 허은경씨는 보육반장 경험이 앞으로 자기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우리 집 애들이 커가면서 영유아들의 욕구와 양육자들의 고민, 육아 트랜드 등에 뒤처지게 되는데 보육반장을 하면서 계속 보고 들을 수 있어 좋아요.” 기회가 닿으면 보육교사, 육아, 보육반장 경험을 살려 상담사 공부를 해보고 싶다 한다. “부모와 교사의 입장을 둘 다 알아서 중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6월27일 천호동 천일공원에서 강동구육아종합지원센터의 ‘우리동네 보육반장‘ 허은경씨가 공원 안 천일어린이도서관의 프로그램 안내 펼침막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보육반장은 담당 동네의 어린이집, 놀이터, 도서관, 의료기관 등을 찾아 정보를 수집해 온라인에 올린다. 해마다 책자로도 발간한다. 상담은 대개 육아카페·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이나 전화, 문자로 이뤄진다. 공동육아를 위한 자조 모임을 꾸릴 수 있게 지원도 한다. 양육자들은 120다산콜센터에 전화하거나 서울보육포털의 보육반장 연락처로 연락하면 된다. 물론 먼저 보육반장 서비스 제공에 동의부터 해야 한다. 허은경씨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두 아이 엄마다. 강동구에서 16년째 살고 있다. 보육교사로 일하다 출산 뒤 경력이 끊겼다. 2013년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에 서울시 누리집에서 일자리 정보를 찾았다. 뉴딜 일자리로 ‘우리동네 보육반장’이 눈에 띄었다. 주중 하루 2~3시간 활동이라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기 좋은 일이었다. 보수보다는 일을 다시 시작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지원했다. 사실 보육반장은 경력단절여성(이하 경단녀)들에게 정식 일자리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징검다리 몫을 한다. 그래서 1년마다 채용하는 기간제 일자리다. 허씨도 몇 해 전 경력을 살려 정식 일자리를 찾아볼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 남편이 지방근무를 하게 돼, 주중에는 아이들을 혼자서 돌봐야 했다. “초등학생인 둘째가 아직은 엄마 손길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보육반장 일이 잘 맞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온라인 육아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그는 차별화된 정보를 주려 노력한다. 일반적인 보육 정보도 꼼꼼하게 알려준다. 아동수당을 신청할 때 뭐가 필요하고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지, 이달부터 시작된 서울시 출산지원용품이 기존 자치구에서 주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를 문자나 온라인으로 전한다. 동네 주민이어야 알 수 있는 육아 정보와 네트워크도 차별점이다.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이어줘 자조 모임을 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제 역할이에요.”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는 자치구의 보육반장 근무평가를 해마다 한다. 허씨는 지난해 최우수 활동가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손에 들고 있는 수첩을 보여준다. 수첩에는 손으로 적은 육아 정보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그는 해마다 정보를 업데이트해 수첩을 다시 만든다고 한다. “부모들이 많이 하는 질문을 수첩에 정리해두고 문의가 오면 바로 알려줘요. 휴대폰에는 북마크로 저장해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게 해놓았어요.” 어려움도 있다. 상담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다. 전화를 놓치면 안 되니 항상 긴장 상태다. “아이가 아파 갑자기 병원에 갔는데 상담 전화가 올 때도 있어요. 이럴 땐 우선 전화를 받아 사정을 얘기하고 나중에 여건 될 때 통화를 하죠.” 가끔 학습지나 병원 추천 등의 답하기 곤란한 문의가 온다. “개인적인 견해를 줄 수 없다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죠.” 하지만 육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이 더 크다고 말한다. “아이가 너무 자주 토한다”는 등 걱정이 많은 초보 부모의 소소한 고민에 내 일처럼 응대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할퀴고 와 속상한 엄마의 편이 돼 호응해준다. “자기 고민이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줘 고맙다는 문자를 받으면 저도 힘이 나요.” 허은경씨는 보육반장 경험이 앞으로 자기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우리 집 애들이 커가면서 영유아들의 욕구와 양육자들의 고민, 육아 트랜드 등에 뒤처지게 되는데 보육반장을 하면서 계속 보고 들을 수 있어 좋아요.” 기회가 닿으면 보육교사, 육아, 보육반장 경험을 살려 상담사 공부를 해보고 싶다 한다. “부모와 교사의 입장을 둘 다 알아서 중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