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난해한 현대무용에 성적 억압 등 스토리 가미

22일 창작무용 개막하는 김남진

등록 : 2018-07-19 14:48

“현대무용을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관객들의 공감을 얻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현대무용 안무가 김남진(50)이 늘 해왔던 말이다. 그는 이 말을 오는 2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개하는 창작무용 <에스>(S)의 개막을 앞두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클래식·모던·재즈 등 다양한 춤 스타일이 결합된 현대무용은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다. 잘 훈련된 무용가들이 펼치는 현대무용은 예측하기 어려운 리듬과 속도, 방향의 변화 등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로 인식됐다.

김 안무가는 현대무용에서는 낯선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 사회적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 연극적 요소도 자주 도입했다. <에스>도 ‘억압받는 여성들의 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안무가는 “우리는 원치 않게 희롱당하고, 사죄받지도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을 방치했다”고 말한다.

1·2부로 구성된 작품에는 ‘과거’와 ‘현재’를 대표하는 두 부류의 여성이 등장한다. 1부에서는 일제 치하에서 성노리개가 돼 절규하던 위안부들이 나오고, 2부에서는 미투(#Me too) 운동을 주제로 다룬다. 이때 ‘송곳’이 주요한 연극적 소품으로 활용된다. 송곳은 때로는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며, 때로는 여성을 강제로 농락하는 도구로 이용된다. 배경음악을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관혁악곡 ‘볼레로’를 쓴 것 또한 절묘하다. 1928년 초연 당시 ‘마치 포르노 같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작품이다.

“민감하고 부끄럽고 어색한 이야기들을 감추고 싶은가요? 그러나 우리가 보호하지 못한 이 여성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아닌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김 안무가가 스토리 없는 것으로 이름난 현대무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다.

■ 김남진은 부산경상대에서 연기를 전공했으며, 1991년 뒤늦게 다시 부산 경성대 무용학과에 입학했다. 1998년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렌 국립현대무용단에 입단했고, 2002년부터는 벨기에 세드라베 현대무용단에서 활동했다. 2006년 서울에서 댄스씨어터창, 2015년 부산에서 김남진피지컬씨어터를 창단했다. 그는 사회의 굵직한 문제를 작품에 투영하는 안무가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