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신 기자가 12일 여의도한강공원에 있는 ‘한강몽땅 수상놀이터’에서 수상스키를 타던 중 몸의 중심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강에서 처음 수상스키를 탔다. 삼세번 만에 몸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수상스키를 신고 약 15분 만에 물 위로 몸을 띄운 것이다. 물 위에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물을 시원하게 가르며 바라보는 한강과 서울의 모습은 평소 전철이나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정체되고 답답한 느낌이 아닌, 얕은 물에서 시작해 점점 넓고 높게 뻗어가는 도시 공간의 힘찬 고동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오락가락하던 장마가 끝나고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시작됐다. 서울 낮 최고 기온 32도, 밤에는 열대야가 찾아온 12일 오전 10시, ‘한강몽땅’ 행사(서울시 주최·7월20일~8월19일)의 수상레저 체험을 위해 여의도한강공원에 있는 한강파라다이스 선착장 내 한강몽땅 수상놀이터에 도착했다. 수상스키, 패들보드와 투명 카약, 그리고 다양한 수상 물놀이기구 체험을 하기로 했다. 이날 한강몽땅 수상레저 체험은 한강카약클럽 회원들과 대학생들이 함께했다.
수상 안전과 수상스키 이론교육을 30분 정도 받은 뒤 곧바로 실전에 들어갔다. 입수하기 전 수상스키를 신는 게 먼저다. 수상스키에는 발을 집어넣는 바인드가 있는데, 발 앞쪽과 발목 부분을 덮는 토피스와 뒤꿈치를 덮는 힐피스로 구분돼 있다. 수상스키를 타는 도중 물속에서 벗겨지면 안 되니 발에 꼭 맞게 신어야 한다.
수상스키를 신고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서 모터보트 옆에 달린 연습봉을 붙잡았다. 보트가 천천히 방향을 틀면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모터보트의 드라이버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모터보트의 엔진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드라이버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뒤 손을 위로 올렸다. 일어서라는 뜻이다. 드라이버의 손짓을 보고 천천히 힘을 주며 무릎을 펴기 시작했다. 몸이 흔들렸지만 봉을 꼭 잡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얼마 후 봉을 놓고 물속으로 떨어진 나에게 드라이버가 ‘잘했다’며 밧줄(로프)을 던져줬다. 이제 진짜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은근히 걱정이 됐다. 하지만 스타일을 구길 수 없으니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밧줄을 잡자, 팔을 쭉 펴고 무릎을 모으라는 드라이버의 말이 들렸다. 하지만 자꾸 몸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길이 170㎝, 넓이 20㎝나 되는 스키를 물에서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었다. 겨우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뒤 발목에 힘을 주자 어느 정도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드디어 보트가 천천히 움직였다. 밧줄이 팽팽해진다는 느낌이 들자 몸이 조금씩 앞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점점 속력을 올리자 물의 저항이 만만찮았다. 아뿔싸! 스키에 튕긴 물이 자꾸 얼굴 쪽으로 날아와서 숨을 쉴 때마다 물이 입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자꾸 물을 먹자 숨쉬기 곤란하고 멍해져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중심을 잡는 데 급급해 ‘화장실 자세’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잊어먹고 계속 1단계 자세만 하다보니 물을 먹은 것이다. 밧줄을 잡은 팔이 너무 아파서 밧줄을 놓치고 말았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멋있게 수상스키를 타는 상상 속 내 모습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게 아닌데….’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고향이 거제도라서 수영이나 물과 관련된 운동을 잘한다며 나는 ‘거제도 물개’라고 큰소리를 쳐놓았는데,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다. ‘거제도 물개’의 자존심을 걸고 다시 밧줄을 잡았다. 준비 자세를 잡자 드라이버의 격려와 위로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어요. 이 정도면 잘하는 거죠. 자, 천천히 일어나서 화장실 자세를 하세요.”
‘거제도 물개’ 기자 1분 만에 물 먹어…고강도의 근력운동
이충신 기자의 ‘악전고투’ 수상스키 체험기…7종 수상레저 기구 탑승
잘 타려면 기마자세 유지 중요
팔 구부리지 말고 앞으로 쭉 펴야
수상스키, 고강도 운동 근력 받쳐줘야
한강몽땅 15개기구…행사중 30% 할인
다시 보트가 천천히 출발했다. 화장실 자세를 되뇌며 천천히 다리에 힘을 주고 무릎을 조금 폈다. 엉거주춤한 ‘똥 누는 자세’가 나왔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화장실 자세에서 기마자세로 넘어가려면 무릎을 펴고 골반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잘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물 위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발에 힘을 줬다. 하지만 다시 밧줄을 놓치고 물속에 빠졌다.
이제 기마자세만 잘하면 되는데…. 몹시 안타까웠다. 드라이버가 다시 “정말 잘한다”고 칭찬한 뒤 “발에 힘을 주고 천천히 무릎을 펴라”고 알려줬다.
삼세번이라고 했던가. 다시 밧줄을 잡고 팔을 쭉 펴고 무릎을 모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탓인지 첫 자세를 잡은 뒤에도 다음 단계를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드디어 화장실 자세에서 기마자세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시선의 높이와 각도가 달라지니 물에 잠겨서 바라보던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물속에서 답답하기만 했던 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져 보였다.
하지만 기마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힘들었다. 시속 50㎞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물 위에서 중심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순식간에 중심이 무너져 제대로 스키를 타기 어려웠다. ‘화살표 모양’을 하고 엉거주춤 끌려가다가 이내 밧줄을 놓치고 말았다. 팔이 빠질 듯해 너무 힘들었다. “기마자세를 유지하려면 밧줄을 당기면 안 돼요.” 드라이버가 주의를 시켰다. 밧줄을 당기니 중심이 무너져 제대로 설 수 없게 되고 결국 엉거주춤한 자세가 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시도에서는 물에 빠지지 않고 선착장까지 매달려 왔다. 물에서 나오자 스키를 타느라 긴장한 탓인지 온몸이 뻐근했다.
이날 수상스키 교육은 어시준 한강수상레저타운 대표가 맡았다. 수상스키는 수면을 미끄러질 수 있는 스키를 타고 밧줄을 잡은 채 모터보트(동력선)에 매달려 가는 스포츠다. 서핑과 스키의 특징이 결합된 형태로 조정력, 예측력, 균형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전신운동이다.
수상스키를 잘 타려면 무엇보다 자세가 중요하다. 1단계 자세는 밧줄을 잡고 앉아 양발을 ‘11자’로 벌리고 양팔을 곧게 편다. 이때 다리와 발이 90도가 되어야 하고 발목에 힘을 줘야 한다. 플레이트(판)가 물에 많이 떠 있을수록 편하기 때문이다. 무릎과 무릎 사이는 주먹 하나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면 된다. 어 대표는 “플레이트를 90도로 세우지 않고 발가락으로 플레이트를 눌러버리면 일어서자마자 물속으로 들어가버린다”며 90도 각도 유지를 강조했다.
2단계는 모터보트가 스키인(스키어)을 끌기 시작하면 무릎과 가슴을 붙이고 최대한 엉덩이를 발뒤꿈치에 붙인다. 그러면 재래식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기 위해 쪼그려 앉은 ‘화장실 자세’가 된다. 이때 밧줄을 놔도 몸이 뒤로 넘어지지 않도록 중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무게중심은 최대한 앞에 두고 시선은 정면 위쪽을 바라봐야 한다. 이미 수면을 달리고 있으므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초보자들은 팔을 뻗지 않고 자꾸 구부려요. 힘이 좋으니까 팔을 당겨 자꾸 배를 세우려고 하죠.” 팔을 구부리지 말고 쭉 펴라는 어 대표의 농담 섞인 말에 교육생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먼저 교육을 받기 위해 불려나온 한강카약클럽 회원 중 한 명이 충실하게 엉덩이를 발뒤꿈치에 갖다붙여 화장실 자세를 잡았다. 어 대표의 조언과 칭찬이 이어졌다. “네, 앞쪽으로 더 와야죠. 오케이! 이게 정자세입니다.” 교육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3단계는 화장실 자세에서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 기마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적당히 무릎을 구부리고 균형을 잡은 채 모터보트에 끌려가는 주행 자세다.
4단계는 ‘주춤 선 자세’로 안정된 주행 자세를 말한다. 기마자세에서 천천히 일어선 뒤 엉덩이(골반)를 앞쪽으로 밀어넣고 가슴을 쫙 펴준다. 상체를 뒤쪽으로 비스듬히 눕히고 신나게 달려가면 된다.
이후부터는 눈에서 타는 스키나 물에서 타는 수상스키나 똑같다. 가고 싶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움직이면 된다. 어 대표가 엉거주춤한 자세를 하고 있는 교육생을 다그쳤다. “조금만 더 일어서세요. 힘 빼고. 자, 골반 집어넣고, 오케이! 이 자세가 교본에도 나오는 자세입니다.” 또다시 교육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이 자세가 중심 이동도 되고 지그재그로 움직일 수도 있는 자세란다. 뭐니 뭐니 해도 스포츠는 ‘폼’이 중요하다. 자세가 좋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도 이 때문이다.
수상스키를 타려면 수신호도 알아야 한다. 수상스키는 모터보트로 스키인을 끌고 가는 스포츠인데 모터보트의 동력 소음으로 의사소통이 어렵다. 모터보트를 운전하는 드라이버와 수상스키인이 제대로 대화를 하려면 수신호를 써야 한다.
출발하기 전에 드라이버가 “자~, 준비하고 무릎 모으세요”라고 하면, 스키인은 “잘 부탁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서로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드라이버가 서서히 움직인다. 스키인이 “고!”라고 하면, 드라이버가 모터보트의 속력을 높인다. 이후부터는 엔진 소리 때문에 드라이버와 스키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때부터 수신호가 필요하다.
앞에서 드라이버가 손을 뒤로 밀면 그 상태를 유지하라는 뜻이다. 손바닥을 하늘을 향한 채 위로 올리면 일어서라는 뜻이다. 스키인이 한쪽 손을 들어 엄지를 치켜세우면 모터보트 드라이버에게 속력을 높이라는 신호다. 속력을 낮추려면 반대로 엄지를 아래로 향하면 된다. 속력이 맞으면 유지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밧줄의 손잡이(핸들)를 잡고 있는 양손 중에서 한쪽 손을 놓고 다른 쪽 손 위에서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면 된다. 머리 위로 손을 올려서 눌러주듯이 반복하면 출발지로 돌아가자는 뜻이고, 검지를 펴서 원을 그리듯이 돌리면 회전하자는 뜻이다. 드라이버가 한쪽 손으로 목을 치면 그만하자는 뜻이다. 그러면 스키인은 손잡이를 놓으면 된다.
어 대표는 교육 막바지에 다시 한번 기본자세를 강조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끌려가면 무척 힘들죠. 골반을 집어넣고 서면 편하게 갈 수 있어요. 바닥을 보면 중심이 틀어지고 하늘을 보면 미끄러집니다. 중심을 앞쪽에 두고 어느 방향으로 가든 고개만 정확하게 들어주는 자세를 유지하면 되죠.”
수상스키는 물의 저항이 큰 고강도 운동으로 근력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고 반드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어린이나 노인은 근력이 약해 물의 저항을 이기기 어려워 인대가 늘어나는 등 다칠 수 있다. 밧줄을 놓치거나 하면 장비와 충돌해 골절이나 타박상을 입을 수도 있어 주위 안전 확인이 중요하다. 집에 와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려서 살펴봤더니, 호두알 만한 멍이 들어 있었다. 모터보트가 출발할 때 잡고 있던 밧줄의 손잡이가 무릎을 쳐서 생긴 상처였다.
한강몽땅 수상놀이터에는 오리보트를 비롯해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미니 터그보트, 튜브스터 등 총 15종의 수상레저 기구가 있다. 한강몽땅 축제 기간에는 30%쯤 할인된 값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상스키는 초보자일 경우 기초 교육을 포함해 1인당 5만원, 경력자는 2만원이다. 패들보드는 1인당 1시간에 1만5천원, 카누와 카약은 1인당 1시간에 1만원이다. 동력 기구는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동력 기구는 오전 10시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던 수상스키, 멋지게 탈 수 있을 것 같았던 예상과는 달랐지만 일상과 다른 시선으로 색다른 한강, 새로운 서울을 볼 수 있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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