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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선진국 에스토니아 사례를 공부하자”

서울시 2018년 블록체인 행정 도입 원년 선언…에스토니아는 도입 이후 행정처리 99% 온라인으로

등록 : 2018-08-02 15:13
김정환 코인토스 이사 포럼서 사례 소개

행정·사법·의료 등은 물론

상업적 시스템에 블록체인 적용

인구 적고 IT 기반 없다는 점 고려해야

서울시가 7월20일 양재 R&CD혁신허브에서 개최한 제2회 AI혁신포럼 ‘아이포닷 블록체인’(AI-FOR.BLOCKCHAIN)에서 참가자들이 행정 영역 등에서 블록체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에스토니아를 넘어서는 강력한 블록체인 도시가 될 것인가?

‘2018년 블록체인 행정 도입 원년’을 선언한 서울시가 블록체인 사업과 관련해 에스토니아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가 7월20일 양재R&CD혁신허브에서 연 제2회 AI혁신포럼 ‘아이포닷 블록체인’(AI-FOR.BLOCKCHAIN)에서 블록체인 연구·개발업체인 코인토스의 김정환 이사는 ‘에스토니아의 블록체인’ 주제 발표에서 에스토니아의 블록체인 도입 현황을 설명하고 “서울시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할 가치가 있나?” 하고 질문을 던졌다.

김 이사에 따르면, 1991년 옛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강의 블록체인 강국이다. 에스토니아는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오기 6개월 전인 2008년부터 세계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블록체인을 행정에 도입하는 연구를 했다. 에스토니아는 연구 성과에 힘입어 2012년부터 블록체인을 의료·사법 기록에 도입했다. “2018년 현재는 건강보험·의료·입법·사법·치안은 물론 상업적 거래 시스템에도 블록체인을 사용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행정 절차의 99%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며 “부동산 거래, 결혼, 이혼을 제외한 모든 절차는 온라인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스토니아에서 개발된 이 블록체인 행정 시스템은 현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미 국방성, 유럽연합(EU) 정보 시스템에서도 쓰인다.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인구 130만 명의 작은 나라가 과감하게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도입해 세계적인 블록체인 강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서울시도 블록체인 도입 목적이 에스토니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는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을 행정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 “행정 서비스의 혁신적 변화를 주도하고, 선도 사업으로 블록체인 확산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여러 번 밝혔다. 서울시는 “각 기관을 블록체인으로 연결하면 행정처리 비용이 줄어들고, 시민의 행정 편의성은 높아진다”고 한다. 또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유통·제조·통신 등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인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글로벌 기술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서울시는 블록체인을 행정 영역에 적용해 ‘시민 편의성 향상’과 ‘국내 블록체인 기업 기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한다.

2017년 4월28일 박원순 시장이 블록체인 기술을 행정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볼 것을 요청한 이후, 서울시는 블록체인 정보전략계획(ISP) 수립 방침을 정하고(2017.8.30), 블록체인을 ‘2018년 미래과제 사업’으로 선정(2017.9.18)했으며, 삼성SDS를 정보화 전략계획 수립 자문사로 정하는(2017.11.26) 등 블록체인 도입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서울시는 2018년을 ‘블록체인 도입 원년’으로 삼고 ‘블록체인 행정서비스 실증 사업’도 올해 할 것이라 한다. 다만 아직 그와 관련한 마스터 플랜은 발표하지 않았다.

서울시의 블록체인 사업이 어떤 것이 될 것인지는 ‘2018년 서울시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선정 공고를 통해 그 윤곽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공고의 핵심 내용은 ‘서울시 블록체인 표준 플랫폼 도입’이다. 서울시가 앞으로 다양한 행정 영역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에 앞서 표준을 먼저 정하려는 것이다.

공고에는 또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프로젝트와 엠보팅(mVoting) 프로젝트를 블록체인 선도사업으로 제시했다. 중고차 매매시장 프로젝트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중고차 매매 계약서와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 등의 위·변조를 막고, △소유권 이전이나 주행거리, 사고 정보 등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공고에서는 △서울 시민카드 통합 인증, △마일리지 프로젝트, △스마트 계약 등 세 가지를 블록체인 기반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전 검증사업으로 발표했다.

서울 시민카드 통합 인증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시민카드에 연결된 여러 시설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인증하는 프로젝트이며, 마일리지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5가지 마일리지를 하나의 전자지갑에서 관리하는 프로젝트다. 또한 스마트 계약은 서울시가 발주한 사업의 원·하도급자와 소상공인에게 대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코인토스의 김정환 이사는 서울시가 블록체인 사업을 할 때 유의할 점이 에스토니아보다 더 많다고 한다. 김 이사는 “에스토니아는 인구가 적었고, 아이티(IT) 인프라도 상대적으로 약해 역설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반면 서울시는 에스토니아보다 인구가 7배 이상 많고, 아이티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으며, 게다가 중앙정부와의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행 계획을 짜는 단계에서부터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