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맛 좋은 친환경 서울 쌀 ‘경복궁쌀’ 아시나요?
40년째 서울 쌀 재배하는 박병삼 경복궁쌀연구회장
등록 : 2018-08-09 15:30
농민 25명과 함께 경복궁쌀 1400톤
5만평 농사, 2001년부터 경복궁 상표
지난해 친환경 인증 쌀 40톤 생산
김포쌀과 마찬가지, 후계농민 없어 고민
서울에도 논이 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강서구 오곡동, 개화동 일대의 285㏊(86만여 평)에서 농민 25명이 해마다 서울 쌀 ‘경복궁쌀’ 1400톤을 생산한다. 박병삼(64)씨도 경복궁쌀 생산 농민이다. 박씨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벼품목 농업인연구회인 경복궁쌀연구회 회원이고, 2015년부터 3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일 낮 오곡동 늘푸른농장에서 박씨를 만났다. 그는 “40여 년 벼농사 지으면서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이다”며 파란 토시를 낀 팔뚝으로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았다. 농사를 짓느라 얼굴이 햇볕에 검게 그을렸다. 그는 모두 5만 평의 농사를 짓는다. 땅을 빌려 짓는 도지 농사로 3만평, 농비(농사에 드는 비용)를 받고 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땅 2만 평이다.
그의 고향은 전북 부안이다. 1979년 25살 때 서울로 왔다. 정미소를 하며 꽤 잘살았던 집안이 부도를 맞아,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오곡동에 자리잡았다. 8천 평 정도를 빌려 벼농사를 지으면서 20년 동안 김포공항에서 장비 차량(급유차, 오수 처리차, 전원 공급차 등)을 운전했다. 2001년부터는 경복궁쌀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농기계를 빌릴 곳이 없어 이앙기(모내기 기계) 3천만원, 트랙터 1억원, 콤바인(벼를 베고 탈곡하는 기계) 1억3천만원 등을 개인 돈으로 마련하다보니 농사지어 제대로 수익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
날마다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4시30분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논에 물을 대어주고, 이삭에 거름 주는 일들을 모두 오전에 한다. “요즘은 낱알이 생기는 기간이에요. 벼의 임신기인 셈이죠. 영양분 주기에 특히 신경을 써요.” 한낮엔 더위를 피해 쉬고, 오후 5시부터는 비료주기와 잡초 뽑아주기를 한다. 이런 노력 끝에 밥맛 좋은 경복궁쌀이 생산된다. 김포공항 주변의 농경지는 서울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농업기술센터(센터)가 나서서 강서 지역 농민들의 의견을 모아 상표를 만들었다. “서울에서 농업은 생산 경제적 가치보다는 농업문화 보전과 농산물 소비문화 확산 등 공익적 의미가 있다”고 진우용 센터 환경농업팀장은 말한다. 지난해 센터는 경복궁쌀을 정식으로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했다. 경복궁쌀 생산량의 30%(400톤가량)는 강서농협이 공공수매하고, 나머지는 농민들이 판다. 품종은 추청(일명 ‘아키바리’)으로 밥맛이 좋고 서울에서 나온 쌀이라고 꽤 인기가 있지만,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판매가 녹녹지 않았다. 2016년 농민, 서울시농업기술센터, 강서농협, 강서구가 협의회를 만들어 방안 찾기에 나섰다. 친환경 인증 쌀을 생산해 학교 급식 공급으로 이어지는 게 살길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경복궁쌀은 농약을 직접 뿌리지 않아 사실상 무농약으로 재배된다. 지난해부터 서울시, 강서농협, 강서구, 농업기술센터가 협력해 친환경 방제제로 항공방제를 한다. 친환경 인증 쌀을 재배하는 논에서는 제초제 대신 왕우렁이를, 비료는 농축 퇴비 등 유기질을 써서 키운다. 쌀 생산량 감소나 미질(밥맛)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했던 농민들도 센터의 기술 지원 등의 교육을 받으며 차츰 친환경 농법 재배지를 늘려간다. 지난해엔 친환경 인증 경복궁쌀 40톤이 생산됐다. 올해는 두 배 늘어 80톤쯤 될 것 같다. 박씨도 4천 평에서 1만평으로 친환경농법 재배지를 늘렸다. 친환경 인증 쌀은 일반쌀보다 30%쯤 비싸 소매로 팔기는 어렵다. “학교 급식으로 이어질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친환경 생산 농가를 지원하는 친환경 육성법, 서울시 조례 등이 있기에 강서구의 조례가 개정되면 내년부터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서울처럼 땅값 비싼 대도시에서 웬 벼농사냐?” “쌀을 키우기에 공기와 물이 괜찮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 지역은 농사만 할 수 있는 곳이다. “오곡동은 그린벨트, 군사보호, 절대농지로 묶여 있어요. 다른 용도로 쓰면 매매가에 15%를 추가해 벌금을 내야 해요.” 품질은 김포쌀에 뒤지지 않는다고 박씨는 자신 있게 했다. “행정구역은 강서구이지만 김포평야의 끝자락이죠. 한강물을 끌어다 쓰고 있고, 토양과 공기도 좋아요.” 여느 농촌처럼 경복궁쌀 재배지도 바통을 이어받을 후계 농민들이 없어 고민이다. 박씨는 “논이 있으니 묵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걱정은 된다”고 했다. 올해 시작된 청년창업농업인 육성 사업, 오래전부터 해온 후계 농업인 사업들이 경복궁쌀 재배지에서도 펼쳐지길 그는 기대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경복궁쌀’이라는 브랜드로 서울쌀 농사를 짓고있는 박병삼 경복궁쌀연구회장이 지난 8월2일 강서구 오곡동 청정농장 논에서 잡은 왕우렁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날마다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4시30분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논에 물을 대어주고, 이삭에 거름 주는 일들을 모두 오전에 한다. “요즘은 낱알이 생기는 기간이에요. 벼의 임신기인 셈이죠. 영양분 주기에 특히 신경을 써요.” 한낮엔 더위를 피해 쉬고, 오후 5시부터는 비료주기와 잡초 뽑아주기를 한다. 이런 노력 끝에 밥맛 좋은 경복궁쌀이 생산된다. 김포공항 주변의 농경지는 서울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가까운 곳에서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농업기술센터(센터)가 나서서 강서 지역 농민들의 의견을 모아 상표를 만들었다. “서울에서 농업은 생산 경제적 가치보다는 농업문화 보전과 농산물 소비문화 확산 등 공익적 의미가 있다”고 진우용 센터 환경농업팀장은 말한다. 지난해 센터는 경복궁쌀을 정식으로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했다. 경복궁쌀 생산량의 30%(400톤가량)는 강서농협이 공공수매하고, 나머지는 농민들이 판다. 품종은 추청(일명 ‘아키바리’)으로 밥맛이 좋고 서울에서 나온 쌀이라고 꽤 인기가 있지만,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판매가 녹녹지 않았다. 2016년 농민, 서울시농업기술센터, 강서농협, 강서구가 협의회를 만들어 방안 찾기에 나섰다. 친환경 인증 쌀을 생산해 학교 급식 공급으로 이어지는 게 살길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경복궁쌀은 농약을 직접 뿌리지 않아 사실상 무농약으로 재배된다. 지난해부터 서울시, 강서농협, 강서구, 농업기술센터가 협력해 친환경 방제제로 항공방제를 한다. 친환경 인증 쌀을 재배하는 논에서는 제초제 대신 왕우렁이를, 비료는 농축 퇴비 등 유기질을 써서 키운다. 쌀 생산량 감소나 미질(밥맛)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했던 농민들도 센터의 기술 지원 등의 교육을 받으며 차츰 친환경 농법 재배지를 늘려간다. 지난해엔 친환경 인증 경복궁쌀 40톤이 생산됐다. 올해는 두 배 늘어 80톤쯤 될 것 같다. 박씨도 4천 평에서 1만평으로 친환경농법 재배지를 늘렸다. 친환경 인증 쌀은 일반쌀보다 30%쯤 비싸 소매로 팔기는 어렵다. “학교 급식으로 이어질 수 있게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친환경 생산 농가를 지원하는 친환경 육성법, 서울시 조례 등이 있기에 강서구의 조례가 개정되면 내년부터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서울처럼 땅값 비싼 대도시에서 웬 벼농사냐?” “쌀을 키우기에 공기와 물이 괜찮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 지역은 농사만 할 수 있는 곳이다. “오곡동은 그린벨트, 군사보호, 절대농지로 묶여 있어요. 다른 용도로 쓰면 매매가에 15%를 추가해 벌금을 내야 해요.” 품질은 김포쌀에 뒤지지 않는다고 박씨는 자신 있게 했다. “행정구역은 강서구이지만 김포평야의 끝자락이죠. 한강물을 끌어다 쓰고 있고, 토양과 공기도 좋아요.” 여느 농촌처럼 경복궁쌀 재배지도 바통을 이어받을 후계 농민들이 없어 고민이다. 박씨는 “논이 있으니 묵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걱정은 된다”고 했다. 올해 시작된 청년창업농업인 육성 사업, 오래전부터 해온 후계 농업인 사업들이 경복궁쌀 재배지에서도 펼쳐지길 그는 기대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