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는 다른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경계를 넘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연출가 김지나(37)씨는 오는 3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 <당신이 그리운 풍경 속으로 멀어져간다는 것은>(사진)을 통해 ‘이주와 경계’에 대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진다. 작품의 곳곳에는 경계인의 몸부림이 처절하게 표현된다. 한국에서 버림받은 ‘입양아’와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온 ‘외국인 노동자’가 그들이다.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러시아에서 만난 고려인 2세 할머니 이름을 주인공 이름으로 빌리기도 했다.
연출가는 그의 전작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에서도 이주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는 왜 이주민에게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는 “이주야말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극단적으로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또 인간이 친구와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행위도 ‘이주’라 했다. 그는 그래서 인간의 근원도 ‘이주’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마치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가 주장했던 “인간의 모습은 고독 속에서 나온다”는 말이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 하다.
그는 자신의 이주 경험을 작품에 투영했다. 7년 반의 캐나다 유학 생활이나 2015년 4호선 중앙역에서 발생한 방글라데시 노동자 투신 소식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경계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결정적 도움이 됐단다.
연출가는 작품이 전개되는 방식에서도 ‘경계에서 마주한 불편함’을 그대로 제공한다. 배우의 대사는 배우들이 분한 극 속 인물의 모국어로 한다. 관객들은 오직 스크린 위 자막으로 배우의 뜻을 파악해야 한다. 그는 “이런 불편함조차도 경계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독을 느끼게 하려는 숨은 의도”라고 귀띔한다.
■ 김지나는 정치학과 미술을 공부했으며, 20대에 외국 생활을 하며 느낀 고독에 생명을 담아 사회와 인간의 자발적 외로움에 대해 탐구한다. 연극의 작·연출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이언시 스튜디오’의 대표다. 대표작으로는 <본 공연은 자막이 제공됩니다> <우리 사이는 봄과 같이 불편하고> 등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