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민원실 옆에 구청장실…소통 공간으로 개방”

초선이 민선 7기 서울 구정 이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

등록 : 2018-08-30 15:38
민선 7기 행정 모토로 ‘포용과 협치’

10월에 카페 형태로 구청장실 개방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슬로건 좋아해

시의원 시절부터 관악 교통문제에 초점

구의원 8년·시의원 8년 등 16년 누벼

‘관악경제 살려내는 경제구청장’ 목표

상생·협력·사회적·청년 경제 표방

지역 국회의원 소속당 달라도 협력 기대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기존의 구청장실을 민원실이 있는 청사 1층으로 옮겨 구민들의 민원을 직접 들을 계획이다. 지난 8월22일 인터뷰를 하러 찾아간 구청장실도 마침 세금 행정에 대한 민원을 들고 찾아온 지역상공인대표단으로 북적댔다.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쓴 그의 소통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오는 10월 개방 예정인 청사 1층 ‘관악혁신청’ 앞에서 박 구청장이 민원실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박준희(55) 관악구청장은 큰 체격에서 풍기는 이미지만큼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판을 듣는다. 초선인데도 부임하자마자 학계와 관계, 정계 인물들을 모아 정책추진단을 꾸려 자신의 임기 4년간의 추진 과제 71개를 뽑아냈다. 구정을 함께할 조직 개편과 인사도 속전속결식으로 끝냈다. ‘소통과 협치’라는 자신의 구정 모토를 초반부터 관철하려는 듯 “직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는 10월 청사 1층 민원실 부근에 구청장실을 열 예정이다. 1987년 평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를 시작한 박 구청장은 구의원과 시의원을 각각 두 차례 거쳤다. 이번 선거에서 그가 얻은 58.9%의 지지율은 ‘문재인 바람’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지지율이 아닐 것이다. 4년 전 전임 청장이 얻은 득표에도 살짝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악구의 국회의원 2명(김성식·오신환 바른미래당)이 모두 같은 민주당이 아니라는 점도 단체장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점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박 청장은 “예선과 본선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경제구청장’이 되겠다는 저의 약속을 유권자들이 믿어주었기 때문”이라며 “임기 4년 동안 최선을 다해 관악 경제를 살려내 반드시 주민들의 박수를 받겠다”고 다짐했다. 박원순 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살이를 마치면서 발표한 강북 경제살리기 프로젝트에 관악구 경전철(난곡선) 건설이 포함된 것은 ‘경제구청장’을 외친 그에게도 정치적 호재가 되었다.

구의원과 시의원 생활을 16년이나 했는데, 막상 단체장이 되어보니 어떤가?

“구의원 8년을 하면서 관악구 돌아가는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시의원 8년은 서울 시정의 관점에서 관악 내부를 들여다볼 좋은 기회였다. 그런 경험과 시야를 바탕으로 직접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위치가 되고보니 정말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취임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구정을 이끌면서 새롭게 느끼거나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의원 시절에는 그냥 민원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는데, 구청장이 되고나선 그럴 수가 없더라. 직접 담당 공무원들과 현장을 찾아가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민원이 신속하게 해결되는 사례도 경험했다. 지난달 남현동에서 좁은 도로를 넓혀달라는 오래된 민원이 있어 나가봤다. 가서보니 공원녹지 관련 법규 적용 때문에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집행권자인 제가 함께 있다보니 주민과 공무원 사이에서 절충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고, 그 자리에서 제가 결론을 내리자, 주민들과 담당 공무원이 너나없이 박수를 쳤다. 새로 단체장이 된 저로서도 현장이 답이란 우문현답의 위력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인으로서, 단체장으로서 구정 운영의 모토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사람이 먼저다’를 대선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저도 그 모토를 참 좋아한다. 이념보다 권력보다 사람 그 자체가 먼저인 행정을 실현하고 싶다. 그래서 저는 민선 7기 관악구의 행정 모토를 ‘포용과 협치’ 로 정했다. 항상 주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직접 현장을 찾아, 주민과 같이 느끼고 함께 살피는 행정가가 되려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관악구에 ‘혁신청’을 만들 계획이다. 구청장과 민원실을 나란히 청사 1층에 두어 언제든지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 개방을 목표로 구청장실을 카페 형태로 만들고 민원실도 좀더 열린 형태로 바꿔보려 한다.”

관악구는 교통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번에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재정을 투입해 난곡선을 건설하기로 했다.

“처음 구의원이 되고나서 시도한 일이 신림, 봉천4거리에 횡단보도를 만드는 일이었을 만큼 교통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시의회에 들어가서는 저의 의정 목표가 관악의 교통문제 해결이다시피 했다. 시의회 예결위원장 시절 관악을 통과하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서둘러 착공하도록 했고, 교통량 분산을 위해 시흥과 낙성대를 잇는 신봉터널 개통을 2023년 목표로 착공하는데도 나름 기여했다. 전철도 인구가 적은 이웃 동작구가 5개 노선인데 관악은 2호선 하나뿐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경전철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동안 난곡지역 경전철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민자 유치가 어려웠는데 이번에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재정을 투입하는 용단을 내려줬다. 그동안 저도 틈나면 시장과 시의회 전문위원들에게 건의도 하고 사정도 했는데 이번에 시장께서 저의 균형발전론을 들어주신 것 같기도 해 뿌듯했다.”

경제구청장을 표방했기에 당선될 수 있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악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가?

“크게 네 트랙으로 나뉜다. 첫째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는 ‘상생경제’이다.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임대료 안정화를 위한 안심상권 조례를 제정하려 한다. 장기임대를 하는 임대인에게도 다양한 지원을 강구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실리콘밸리의 관계처럼 서울대를 중심으로 우수 인재와 기업이 몰리고 그것이 도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혁신경제’를 구상한다. 서울대와 협력해 ‘대학 캠퍼스타운’을 조성하려는 계획도 그 하나다. 세 번째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다. 마을기업과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고 활성화해 주민들과 상생하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다양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려 한다. 마지막 네 번째 트랙은 ‘청년 경제’다. 관악은 인구의 39%가 청년으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사당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남태령 지역 돌산에 청년을 위한 지식산업센터, 창업지원센터, 문화활동 공간 등을 갖춘 공간(청년청)을 개발해 관악에 청년 경제 붐을 일으키고 싶다.”

로스쿨 도입으로 고시촌이 슬럼화된다고 들었다. 대학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서울대는 관악에 있는데, 서울대에 가기 위해 강남으로 이사 갔다가 서울대에 합격하면 다시 관악으로 와야 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서울대가 관악에 자리잡은 지 40여 년 됐지만 그동안 우수한 자원과 지역을 제대로 연계하지 못했다. 로스쿨 문제도 같은 범주에 있다. 우수한 졸업생들이 관악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무엇인가 미래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대학 캠퍼스타운은 100억원대 규모의 서울시 공모사업이다. 현재 고려대, 중앙대, 광운대, 세종대 등이 있는 지역에서 관심을 가진다고 알고 있다. 우리 구는 서울대와 손잡고 내년에 이 공모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다.”

관악은 민주당 의원이 없는 구인데, 지역발전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현실정치로 보면 같은 민주당 소속인 것보다는 여러모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관악갑의 김성식 의원(바른미래당)은 오랫동안 민주당 후보와 경쟁해온 분이라 저도 잘 알고 있다. 관악을의 오신환 의원(바른미래당)은 옛 한나라당 소속 시절에 저와 시의회 진출을 놓고 경쟁한 적 있는 분이다. 정치적으로는 달라도 다 같이 지역을 위해 일해온 만큼, 지역 발전을 위해 기꺼이 서로 손을 내밀고, 또 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악구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방자치의 성패는 결국 주민들의 참여 여부라고 생각한다. 꼭 관심을 가지고 잘하면 격려해주시고 잘못하면 가차 없이 채찍질해주기 바란다. 그래야 관악이 좋아지고 저도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봉천동 ‘자취’로 관악과 40년 인연…평민당에서 정치 입문

△제3~4대(1998~2006) 관악구의원 △제8~9대(2010~2018) 서울시의원(민주당) △1987년 평민당 입당 △한광옥 의원 지역구 정책실장(1998) △완도 금일고, 경기대 행정학과, 동국대 행정대학원 졸업 △55살, 전남 완도 출생, 부인과 2남.

지방정치인 박준희가 관악이란 지역과 정치라는 직업에 함께 연결된 것은 그가 1980년대 관악구 봉천동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한 전남 완도 출신의 젊은이였다는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63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완도에서 초·중·고교를 마친 박준희는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와 당시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 중 하나인 봉천3동에 80만원짜리 전세를 얻어 자취를 시작했다.

대학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1985년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대변인으로 나중에 관악구 국회의원이 된 한광옥 전 의원 진영과 연계를 맺었고, 이어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민주당을 창당하자, 그를 존경하던 박준희도 당원으로 가입한다. 평민당 당원 신분은 그가 관악에서 지방정치를 펼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관악 지역에서 한광옥 의원 정책실장으로 활동하던 박준희는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1998년 치러진 3대 구의원 선거(봉천9동)에 출마해 거뜬히 당선된다.

이어 구의원을 한 차례 더 한 뒤 2010년 제8대 서울시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시의원이 됐다. 두 차례의 시의원 시절에는 주로 교통위원회와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활약하면서 지방정치인으로서 튼튼한 내공을 길렀다. 그는 “시의원 초선 시절에는 4년 내내 교통위원회에 소속돼 관악 주민의 숙원 사업인 경전철(신림선·서부선) 도입에 앞장섰고, 재선시에는 도시계획관리위원과 환경수자원위원장으로 도시재생과 개발에 대한 관점과 지식을 쌓았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한결 유리해진 이번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는 전임 집행부와 시의회에서 모두 5명이 출마하는 치열한 당내 경합이 벌어진 끝에 최종 후보로 낙점되는 저력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후보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관악에서만 40년 가까이 살면서 16년간 구·시의회를 경험한 점, 집권당 후보로서 주민복지보다는 지역경제 살리기를 전면에 내건 점을 유권자들이 높이 사준 것 같다”고 분석한다.

“앞으로 4년간 관악이 발전하려면 1조5천억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서울시와 중앙정부 재정을 끌어와야 하는데, 제가 다른 후보보다 좀더 잘할 것으로 본 게 아닌가 한다. 저 역시 손쉬운 복지 공약 대신 리스크가 큰 경제 공약으로 승부한 게 적중했다. 사람들은 내가 운이 좋다, 바람을 탔다고들 했지만 저는 저대로 나름 탄탄한 기반을 갖춘 구청장 후보라고 자부한다.”


나를 있게 한 이것

낡은 운동화, “3종경기 선수처럼 동네 누벼”

박준희는 1987년 정치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생활 밀착형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1998년에 구민의 지지를 받아 처음 구의원이 된 것도, 16년간 구의원·시의원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부지런히 골목을 누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1년 365일을 철인 3종경기 선수처럼 동네 곳곳을 누볐다. 그 시절의 낡은 신발이 지금의 박준희를 만들어주었고, 앞으로도 이끌어줄 나의 힘이다.”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