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아마 많은 사람에게 신도림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가는 출퇴근길,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며 지나치는 곳일 것이다.
신도림역에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비밀의 공간이 숨어 있다. 바로 신도림역 3번 출구에 있는 문화예술공간 ‘고리’(사진)이다. 고리는 2012년 초여름의 길목에 기업의 기부채납을 받아 서울시가 조성한 공간으로, 현재 구로문화재단이 운영한다.
고리의 공간은 세미나실, 무용실, 종합음악연습실, 시각예술실기실, 전시공간인 다목적홀 A·B·C실로 구성돼 있다. 다목적홀 통유리벽은 주변과의 교감을 위해 여닫는 구조로 설계됐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전시 작품은 신도림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리 매니저 박흥태씨는 “고리는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 역사 안에 있어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한다. 현재 고리에서는 악기, 댄스, 그림 등을 주제로 50여 개의 동아리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고리는 분기마다 생활예술 동아리들의 공동 연합전시인 <모두의 전람회>를 운영한다. <모두의 전람회>는 동아리 간 활발한 작품 교류를 지원하고자 마련된 상설 전시회다.
다목적홀 B에서는 ‘인생을 담은 예술 작품’ 주제 전시가, 다목적홀 C에서는 식물을 주제로 <정원展>이 9월2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회에는 금화회, 화요그림반, 컬러랑, 라뜰리에 드 미쉘, 스페이스 림, 꽃그림 동우회, 한국원예치료사협회 서울지부 등 8개의 동아리가 참여했다.
개성 넘치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비혼라이프’ ‘휘소(휘발성 소비)가치’ ‘언택트(Un-Contact·비대면)’ ‘노멀크러시(평범한 삶 속 소소한 만족)’ 등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며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감성식탁’이 12월까지 마련돼 있다.
감성식탁은 정신없이 사느라 바쁜 혼밥족의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기획됐다. 격주 토요일마다 열리며 고리 누리집(www.artgori.or.kr)에서 참가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다. 고리 관계자는 “감성식탁은 ‘소셜다이닝’이라는 색다른 소재 덕분에 매달 조기 마감될 만큼 인기가 많다”고 했다.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예술동아리의 활동성과 발표회인 <멍석>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멍석>은 10월에 열리며, 신선한 소재와 주제로 특색 있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고리의 모든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지친 머리를 잠시 쉬고 싶을 때 고리에 들리면, 생각은 비우고 여유는 충전할 수 있다. 운동 뒤 마시는 맥주 한잔, 바쁜 일상 속 커피 한잔처럼 나만의 ‘소확행’을 꿈꾼다면 고리의 문을 두드려보시라. 전시, 동아리, 프로그램 등의 정보는 고리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고리는 평일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밤 9시30분까지 문을 연다. 토요일은 저녁 8시30분까지, 일요일은 오후4시30분까지 운영된다. 월요일은 쉰다.
구예니 구로구 홍보전산과 주무관, 사진 구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