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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예산으로 시 문제 풀려면 시민 역량 키우기에 더 투자해야”

참여예산 지침서 함께 펴낸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등록 : 2018-09-06 16:26
예산편성, 시민들에 개방한 건 큰 변화

참여예산제 부정적 의견에 동의 못해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제는 성공적

민간 네트워크의 균형자 역할 중요

최근 를 공동으로 펴낸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이 8월27일 서울시청사 1층 2019년 시민참여예산 사업 선정을 위한 사업 안내 게시판 앞에 서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올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국민참여예산제가 운영되면서 참여예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시도 지난 1일 ‘2018 시민참여예산 한마당 총회’를 열어 내년 시민참여예산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제도다. 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2011년부터 의무화됐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시행해 올해는 예산의 0.3%가량인 약 700억원을 시민이 직접 결정했다.

최근 참여예산 전문가와 현장활동가 4명(임성일·송창석·최인욱·김상철)이 참여예산의 지침서 <참여예산: 시민이 정부를 바꾼다>(해남출판사)를 펴냈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자 중 한 명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공공재정의 혁신 방안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2012년 만들어진 네트워크형 조직이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4명의 상근 연구원과 10명의 연구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연구소는 2016년 10만 쪽에 이르는 예산서를 살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예산 관점에서 분석한 책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정창수 외)을 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서울시 참여예산제도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올해 5월까지 참여예산지원협의회 위원과 회장으로 7년간 활동했다. 그는 “참여예산 규모를 늘리는 것과 더불어 사업 제안에서 더 나아가 사업 추진, 예산 집행에도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발전해갔으면 한다”고 했다. 참여예산제가 일방적인 감시 제도나 민원 창구를 넘어서서 시민 스스로가 정부의 주인으로서 역량을 갖춰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서울시 참여예산제도의 특징으로 탄력적인 운영을 꼽는다. 애초부터 열린 형태로 추진해 다양한 제도 실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권한 조정, 기구의 분리와 통합 등 내부 운영 과정의 실험도 이뤄졌다. 지원 기구로 2015년 참여예산지원센터를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전담부서인 시민참여예산담당관으로 확대했다. 개인뿐 아니라 시민모임, 단체도 사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 유형도 다양화했다. 사업 건수는 절반으로 줄였다. 선정하는 시민들이 좀더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비슷한 사업은 통합한 것이다.

올해 시민참여예산제도 변화로 김 연구위원은 시 전체 예산을 들여다보는 ‘온예산위원회’ 상반기 활동을 눈여겨봤다. 이제까지 시민참여예산위원회의 온예산위원들은 하반기 해당 부서들의 예산편성안을 보고 의견을 냈다. 올해부터는 부서의 예산편성에 앞서 상반기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간 행정에서 예산편성은 보호 영역이나 다름없었어요.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은 엄청난 변화죠.”

김 연구위원은 참여예산제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한다. “시민제안 사업이 기존의 사업과 비슷하고 새롭지 않다”든지 “시민들은 결정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불만과 지적에 대해 “시민들이 참여예산 사업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검증되고 안정적인 사업을 선택하기 마련이다”며 “행정이 참여예산 사업으로 시 문제를 풀어가려면 일상적인 시민 역량을 키우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시민이 책임까지 지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도 부여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제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참여예산제 시행에 강한 의지를 가진 단체장, 재정 감시 역량을 갖춘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제도의 성공적인 진행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펴낸 책이 참여예산제에 관심 있는 전국의 주민과 공무원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외국 사례가 대부분인 다른 책과는 달리 전국의 참여예산제를 참조해 실제 시행에서 활용할 수 있게 절차와 과정(기구, 사업, 집행 모니터링, 전체 예산 참여, 교육 등)에 대한 매뉴얼을 담았다. “한국의 맥락에서 참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책이 기초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었으면 해요.”

김 연구위원은 현재 서울시 협치 사업으로 민간 참여예산 네트워크를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 “참여예산제를 잘 발전시켜나가려면 민간 네트워크가 동반자로서 행정이 균형을 잡도록 역할을 해야 해요.” 그리고 앞으로도 전국 각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참여예산제에 관심을 갖게 서울의 경험을 나누는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참여예산제는 행정 의지와 더불어 시민사회의 역량이 같이 만나야 제대로 이뤄져요. 시민사회 역량은 참여예산제가 더 나아지게 하는 데 핵심이에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