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1만~2만원이면 누구나 목공예 체험

양천구 ‘나무마을 목공방’

등록 : 2018-09-06 16:37

“툭탁툭탁, 탕탕탕!” 빌딩 숲 가득한 도심, 어디선가 들리는 낯선 소리에 지나는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망치 소리다.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도 섞여 있다. ‘어디서 공사라도 하나’ 생각할 찰나, 깔깔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사 현장은 아님을 알게 해준다.

111년 만의 폭염이 비껴간 자리에 가을이 살포시 고개를 드는 주말, 윤철훈(40)씨는 아들(8)과 함께 집 근처 오목공원을 찾았다. 윤씨 부자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나무마을 목공방’이다. 망치 소리에 나무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로 지나는 이들을 궁금하게 했던 바로 그곳이다.

40평 남짓한 나무마을 목공방은 2016년 겨울, 목동 오목공원 안 버려져 있던 물품 창고를 정리한 공간이다. 목동 지명에서 ‘나무마을’이란 이름을 따왔다. 목재를 이용해 의자, 테이블, 책꽂이, 도마 등 실생활에서 요긴하게 쓸 물건을 만들어보는 곳이다. 자기가 만든 작품은 가져갈 수도 있다.

완성까지 과정을 함께해주는 목공 지도사가 있어서 목공예 초보라도 문제없다. 수강료와 재료비도 1만~2만원선이면 충분하다. 주중엔 학교나 유치원 아이들이 단체로 많이 찾고 주말엔 윤씨처럼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오는 부모가 많다. 일주일에 두 번 운영하는 전통 목공반도 꾸준히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양천구 ‘나무마을 목공방’의 연필꽂이 만들기 과정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목공 지도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있다. 양천구 제공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곳인만큼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안전 문제다. 체험교육실과 목공기계실을 분리해 체험하다 기구 때문에 다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참가자에게 목공 체험을 시작하기 전 안전교육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목공방이 문을 연 지 1년 6개월이 넘었다. 이곳을 찾은 사람이 벌써 7400여 명에 이른다. 입소문을 타면서 한 달 400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나무마을 목공방은 양천구의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꾸물거리다간 신청조차 못할 수 있다. 윤씨도 아들의 부탁에 지난 7월 말, 접수 첫날 ‘광속 클릭’으로 신청에 성공했다. 목공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산속에 들어선 듯 나무 향기가 반겨준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함께 나온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먼저 와 있다. 오늘 만들 물건은 보물 상자다. 곧 다가올 엄마의 생일에 자기가 만든 선물을 주고 싶다는 아들의 기특한 생각에 윤씨도 동참하기로 했다. 처음이지만 2시간여 목공 지도사의 설명에 따라 열심히 만드니 제법 그럴듯한 보물 상자가 완성된다.

양천구는 더 많은 사람이 목공방을 쉽게 가까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추가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목공 체험 외에도 다양한 공예품도 만들고 감상할 수 있는 전시판매장과 목공예 거리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하고 있다.

일상 속 작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소확행’이 대세다. 잠시나마 도심을 잊고 자연, 나무 향기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나무마을 목공방. 올가을, 목공방에서 소확행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정선희 양천구 홍보정책과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