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주인공 인생이 펼쳐진다

등록 : 2018-09-13 15:24

“A와 B, 두 가지 노선이 있어. A는 슬프지만 아름답게 오늘 헤어지는 거야. B는 내일이나 모레쯤 헤어지는 거야. 대신 아주 비참하게 헤어지게 돼. 어떻게 할래?” 남자와 여자는 고등학교 때 연인이었다. 남자는 동급생 살인죄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남자는 <우주 알 이야기>라는 소설을 써서 여자가 일하는 출판사에 보낸다. 여자는 소설이 자신들의 이야기인 것을 알고 남자를 찾아 15년 만에 재회한다. 남자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세상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었는지 깨달아간다. 그는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릴 방법을 찾는다. ‘제20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은 장강명의 소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2015)이 오는 16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2011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표백>으로 등단한 장강명은 <댓글부대>(2016년)로 ‘오늘의작가상’에 선정될 만큼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작품은 ‘오직 인간만이 과거에서 현재라는 한쪽 방향으로, 단 한 번씩만 경험할 수 있다’는 전제를 뒤집는다. 그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순서대로 사건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인과관계를 알 수 없게 뒤섞인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모두 주인공의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믐, 또는…>은 연출가, 극작가, 비평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진새가 각색을, 낯설고 절제된 언어의 분절적인 울림과 신체 움직임으로 연극을 제작하는 강량원이 연출을 맡았다. 이번 작품에서 연출가는 과거부터 쌓여온 현재가 아니라 언제인지 알 수 없이 ‘계속되는 현재’를 무대에서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극단 동’의 기법인 ‘신체행동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들을 만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대 안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장소: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시간: 화~금 저녁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02-758-215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