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홀로’ 모여 함께 식사…식구 되는 곳

금천구 청춘삘딩 안 공유주방 ‘대대식당’

등록 : 2018-09-13 16:12

‘어서 오세요, 대대식당입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면 ‘청춘삘딩’ 3층 공유 주방 ‘대대(垈貸, 터를 빌려 쓴다)식당’은 낯설지만 반가운 인사말들이 오간다. 시끌벅적했던 시간이 지나고 곧 건물 전체가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찬다. 청춘삘딩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간, 대대식당의 맛있는 저녁이 깊어간다.

청춘삘딩은 금천구와 청년 비영리민간단체 ‘꿈지락네트워크’가 손잡고 2016년에 문을 연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의 청년 활동 공간이다. 청년의 다양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금천구의 청년정책 사업을 수행하는 중간지원 조직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청춘삘딩 3층에 대대식당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들어섰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며 삶에 지친 청년들이 ‘식’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급히 식사하다보니, 다양한 음식은 생각조차 못하고 편의점 음식을 간단히 데워 먹거나, 배달 음식에 의존하기 일쑤다. 조리 기구를 써본 경험은커녕 주거 공간이 너무 좁아 부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대대식당은 지치고 외로운 청년들이 혼자서라도 편히 찾아와 어설프지만 직접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 기구를 써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청년들은 식문화를 배우고, 혼자서는 해먹기 힘든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으며 삶의 질을 올릴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으니 가족은 아니지만 식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대대식당을 통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동네 친구가 생겼어요!” ‘식’이라는 매개체로 모이게 된 청년들은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관계망을 맺으며 자연스레 목요일만의 동네 친구가 되었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저녁 시간을 함께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청년들은 매주 한 번씩 만나는 특별한 식구가 되고 있다.

금천구의 20~30대 1인 가구 비율(38%)이 높은 만큼 청춘삘딩은 3층 대대식당 외에도 1인 가구를 위한 공간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 2층에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미나 등 소모임과 행사를 할 수 있는 청년홀이 있다. 오는 12월 리모델링이 끝나면 1층에는 1인 가구를 위한 24시간 셀프빨래방(사연 있는 세탁소)과 쉬어갈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들어선다. 옥상에는 연습·공연 공간이 필요한 청년 예술인들을 위해 미니 스튜디오와 공연 데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대식당 이용 신청은 청춘삘딩 인스타그램에서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담당자 ‘대대캐릭터’가 등장하는 웹툰이 매주 공유되며, 상단에 신청 링크가 걸린다. 세미나실, 활동 공간 등을 이용하려면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의 ‘분양 신청서’를 쓰면 된다. 청춘삘딩 공간 이용은 무료로 모두에게 열려 있다.

김희정 금천구 청춘삘딩 센터장, 사진 청춘삘딩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