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오후 4시 ‘놀이터 활동가’들이 뜬다
서울시, 12개 구 15개 놀이터에서 ‘움직이는 놀이터’ 첫 운영
등록 : 2018-09-20 16:29
주 2회 오후 4~6시 2~3명씩 배치
기존 공간에 새 놀이 콘텐츠 결합
학부모 “활동적·다양한 놀이 좋아”
적은 예산으로 큰 파급 효과 거둬
지난 12일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마치는 오후 4시가 되자 광진구 구의공원에 어린이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다인(7)양은 공원 한쪽에 펼쳐진 돗자리를 보자 반갑게 다가갔다. ‘놀이터 활동가’라고 적힌 초록색 티셔츠를 입은 전소민(35)씨가 “선생님 안 보고 싶었어?”라고 묻자 다인이는 “보고 싶었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놀이터 활동가는 서울시가 올해 처음 시작한 ‘움직이는 놀이터’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지난 5월부터 광진·성북·영등포 등 12개 구 15개 놀이터에 2~3명씩 배치돼, 주 2회 오후 4~6시 아이들과 다양한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7, 8월 혹서기에 잠시 쉬었다가 9월 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전씨는 “활동 요일이 2학기엔 화·수요일로 달라졌는데, 1학기에 함께 놀았다가 2학기에 바뀐 요일을 몰라 못 왔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다인이는 “화요일에는 피아노 학원도 가야 하고, 집으로 수학 선생님 오셔서 못 와요”라며 풀이 죽었다가 “그런데 수요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올 수 있어요”라며 좋아했다.
이날은 놀이 도구 ‘죽방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죽방울 놀이는 솔방울을 막대기에 매달아 동그란 밥그릇에 담는 전래놀이다. 놀이터 활동가들은 종이컵, 나무젓가락, 솔방울 등 간단한 재료만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죽방울을 만들었다. “게임할 도구를 만드는 거야. 먼저 종이컵에 나무젓가락을 고정할 건데, 단단히 묶어줘야 해.” 최미란(47)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죽방울을 완성한 아이가 죽방울을 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방울을 추처럼 살살 흔들어서 종이컵에 쏙 집어넣는 거야. 하나 둘 셋! 그래 쉽지 않아. 힘 조절을 잘해야 해.” 몇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아이는 “들어갔다!” 함성을 지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저녁 6시까지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움직이는 놀이터’의 마지막은 언제나 긴줄넘기다. 다인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전씨는 “어른 둘이 줄을 넘겨줘야 하는 긴줄넘기는 집에서는 쉽게 해볼 수 없는 놀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긴줄넘기가 시작되자 신이 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공원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짚어서 짚어서 만세를 불러라. 불러서 불러서 잘 가거라. 통과!” 놀이터 활동가의 노래에 맞춰 뒤로 돌고, 땅을 짚고, 만세를 부른 아이들은 흥분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다인이 진짜 많이 늘었네. 봄에는 잘 못했는데!” 전씨의 칭찬에 다인이는 “아녜요. 전에도 잘했어요”라며 으쓱했다. 지나가던 아이들도 줄넘기를 하려고 모여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고은이는 ‘움직이는 놀이터’ 참여는 이날 처음이었지만, 다른 아이들과 낯가림 없이 어울렸다. 나중에는 다인이와 함께 2인 줄넘기도 성공했다. 최진후(4)군의 어머니 김양미씨는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면 할 수 있는 게 다양하지가 않은데, 선생님들이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훨씬 재미있게, 활동적으로 놀아주시니까 아이가 많이 좋아한다. 외둥이인데 형, 누나 등 다양한 연령대와 어울리는 법도 배우고, 저는 2시간 동안 지켜만 보면 되니까 부담이 적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어린이놀이터의 시설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창의놀이터’ 등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 마을 주민, 어린이, 전문가가 디자인부터 시공, 유지 관리까지 참여하는 창의놀이터는 기존 시설물 위주의 놀이터를 모래놀이 공간, 높낮이가 다른 지형, 비정형 놀이기구, 모험놀이 등 창의적 놀이 활동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반면 놀이터 활동가가 아이들과 함께 놀이 활동을 하는 ‘움직이는 놀이터’는 기존 공간에 새로운 놀이 콘텐츠를 결합하려는 시도다. 송형남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 주무관은 “창의놀이터처럼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큰돈이 필요하지만 움직이는 놀이터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변화는 적은 예산으로도 파급 효과는 크다”고 했다. 성북구 동방어린이공원에서는 움직이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이 몰리면서 부모들이 줄넘기를 함께 돌려주고, 간식도 나눠 먹으면서 친해져 작은 동네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올해 12개 구 15개 놀이터에서 시작한 움직이는 놀이터를 여러 자치구로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송 주무관은 “지금은 한 놀이터에서 주 2회 하고 있는데, 요일마다 놀이터를 바꿔 주민들에게 ‘움직이는 놀이터’를 만날 기회를 늘려나가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12일 오후 광진구 구의공원에서 ‘놀이터 활동가’ 전소민(맨 왼쪽)·최미란(왼쪽에서 넷째)씨와 함께 죽방울 놀이에 성공한 아이(왼쪽에서 둘째)가 “들어갔다!” 함성을 지르며 팔짝팔짝 뛰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날은 놀이 도구 ‘죽방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죽방울 놀이는 솔방울을 막대기에 매달아 동그란 밥그릇에 담는 전래놀이다. 놀이터 활동가들은 종이컵, 나무젓가락, 솔방울 등 간단한 재료만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죽방울을 만들었다. “게임할 도구를 만드는 거야. 먼저 종이컵에 나무젓가락을 고정할 건데, 단단히 묶어줘야 해.” 최미란(47)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죽방울을 완성한 아이가 죽방울을 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방울을 추처럼 살살 흔들어서 종이컵에 쏙 집어넣는 거야. 하나 둘 셋! 그래 쉽지 않아. 힘 조절을 잘해야 해.” 몇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아이는 “들어갔다!” 함성을 지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저녁 6시까지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움직이는 놀이터’의 마지막은 언제나 긴줄넘기다. 다인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전씨는 “어른 둘이 줄을 넘겨줘야 하는 긴줄넘기는 집에서는 쉽게 해볼 수 없는 놀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긴줄넘기가 시작되자 신이 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공원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짚어서 짚어서 만세를 불러라. 불러서 불러서 잘 가거라. 통과!” 놀이터 활동가의 노래에 맞춰 뒤로 돌고, 땅을 짚고, 만세를 부른 아이들은 흥분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다인이 진짜 많이 늘었네. 봄에는 잘 못했는데!” 전씨의 칭찬에 다인이는 “아녜요. 전에도 잘했어요”라며 으쓱했다. 지나가던 아이들도 줄넘기를 하려고 모여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고은이는 ‘움직이는 놀이터’ 참여는 이날 처음이었지만, 다른 아이들과 낯가림 없이 어울렸다. 나중에는 다인이와 함께 2인 줄넘기도 성공했다. 최진후(4)군의 어머니 김양미씨는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면 할 수 있는 게 다양하지가 않은데, 선생님들이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훨씬 재미있게, 활동적으로 놀아주시니까 아이가 많이 좋아한다. 외둥이인데 형, 누나 등 다양한 연령대와 어울리는 법도 배우고, 저는 2시간 동안 지켜만 보면 되니까 부담이 적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어린이놀이터의 시설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창의놀이터’ 등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 마을 주민, 어린이, 전문가가 디자인부터 시공, 유지 관리까지 참여하는 창의놀이터는 기존 시설물 위주의 놀이터를 모래놀이 공간, 높낮이가 다른 지형, 비정형 놀이기구, 모험놀이 등 창의적 놀이 활동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반면 놀이터 활동가가 아이들과 함께 놀이 활동을 하는 ‘움직이는 놀이터’는 기존 공간에 새로운 놀이 콘텐츠를 결합하려는 시도다. 송형남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 주무관은 “창의놀이터처럼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큰돈이 필요하지만 움직이는 놀이터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변화는 적은 예산으로도 파급 효과는 크다”고 했다. 성북구 동방어린이공원에서는 움직이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많이 몰리면서 부모들이 줄넘기를 함께 돌려주고, 간식도 나눠 먹으면서 친해져 작은 동네모임까지 만들어졌다. 서울시는 올해 12개 구 15개 놀이터에서 시작한 움직이는 놀이터를 여러 자치구로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송 주무관은 “지금은 한 놀이터에서 주 2회 하고 있는데, 요일마다 놀이터를 바꿔 주민들에게 ‘움직이는 놀이터’를 만날 기회를 늘려나가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