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누에고치 실 풀고 전통매듭 체험

성북구 성북선잠박물관

등록 : 2018-09-20 16:39

“선잠이 뭐예요?” 성북선잠박물관 관람객 대부분의 질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잠’ ‘선잠제’ 그리고 ‘선잠단’은 낯설다. ‘선잠’은 처음으로 누에를 쳐서 비단을 짜고 옷을 해 입었다는 양잠의 신인 ‘서릉씨’(西陵氏)를 뜻한다. 그 서릉씨를 누에 농사의 신인 선잠(先蠶)으로 받들어 모시고 한 해의 풍요와 안정을 기원했던 제사가 바로 선잠제다.

농사와 누에치기가 발전의 동력이었던 사회에서 선잠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식이었다. 실제 왕은 선잠단에 신하를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고, 왕비는 궁에서 몸소 모범을 보이는 친잠례를 했다. 성북구 성북동에는 조선 시대 서울의 유적 ‘사적 제83호 선잠단지’가 600여 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의생활을 중요하게 여겼던 우리 문화를 알려준다.

성북선잠박물관은 성북구 최초 공립박물관으로 올해 4월 문을 열었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모습을 모던하게 형상화한 외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3개의 전시실과 개방형 수장고를 갖췄다. 개방형 수장고는 발상의 전환이 빛나는 공간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박물관 수장고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옥상 하늘정원에서는 한양도성과 성북동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성북동 대부분에서 문화재 보호를 위한 고도제한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망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공간이다.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은 선잠제, 선잠단의 어제와 오늘을 담았다. 3층 기획전시실은 조선 시대 의복 문화와 관련된 특별전시를 위한 공간이다. 10월3일까지 ‘비단실의 예술 매듭장 김은영展’이 열린다.

전통매듭은 선잠의 꽃이다. 누에고치의 생사에서부터 시작해 비단실을 염색하고, 실을 짜고, 술을 만드는 등 복잡한 과정이 집약돼 있다. 김은영 매듭장(서울시무형문화재 제13호 명예보유자)의 노리개와 비단주머니, 매듭 술 귀걸이, 부채를 장식하는 매듭은 전통의 아름다움을 넘어 현대적 세련미까지 더해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전통매듭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있다. 노미자 서울무형문화재 제13호 매듭장 전수조교가 함께하는 전통매듭교실이다. 전통매듭교실은 6주에 걸쳐 매듭을 활용한 목걸이와 귀걸이, 팔찌 등을 만드는데,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어린이 관람객이 지속해서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소원을 담은 노리개, 선잠역사문화교실 등이 대표적이다. 소원을 담은 노리개는 가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 가족은 사전에 동영상을 감상한 뒤 활동지를 풀고 박물관을 방문해 가족 모두가 마음을 모아 ‘잃어버린 노리개’를 찾는다. 게임의 형식에 노리개 키트로 나만의 노리개를 만드는 과정이 더해진다.


이동이 어려운 경우 직접 교실로 찾아가기도 한다. 선잠역사문화교실은 초등학교 학급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별 맞춤 교육이다. 전통 복식에 담긴 길상무늬(장수나 행복 같은 좋은 일을 상징하는 무늬. 십장생이나 나비, 태극 무늬 등이 있다)에 대해 알아보고, 누에고치에서 실을 풀어보고, 씨실과 날실의 교차 과정과 옷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한다. 이 밖에도 방학 기간에 참여할 수 있는 선잠 여름(겨울)나기 등 재미와 교육적 의미가 풍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오민주 성북선잠박물관 학예연구사

사진 성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