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동물 미등록 지단이와 쮸쮸바, 주인 못 찾고 입양 애타

서울시, 16~30일 광견병 예방접종 실시 “동물 등록도 함께 해달라”

등록 : 2018-10-04 15:06
3개월 이상 개·고양이 접종 필수

4만 마리분 예방 백신 무료 공급

지정 동물병원에선 시술료 5천원

3개월 이상 반려견 동물등록해야

지난 9월18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진료실에서 신기상(왼쪽)·이종명 수의사가 유기견 ‘쮸쮸바’에게 광견병 예방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16~30일 가을철 반려동물 광견병 예방접종을 한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9월18일 오후 마포구 상암동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진료실에 들어온 강아지 푸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신기상 수의사는 “지난 8월9일 교통사고를 당해서 우리 센터로 이송됐는데, 골반이랑 대퇴골 2곳이 부러진 상태였다. 수술은 잘 끝났고, 뼈에 붙인 핀과 플레이트를 조만간 제거할 예정”이라 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는 각 자치구에서 구조한 유기 동물 가운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이 들어온다. 센터 직원들은 이 강아지에게 ‘지단’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박지애 실무관은 “이름만 듣고도 몇 월에 들어왔는지 알 수 있도록 달마다 ㄱㄴㄷ 순으로 이름을 짓는데, 지난 8월에 들어온 동물은 ㅈ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센터는 유기 동물이 들어오면 전염병 검사를 비롯한 건강검진을 바로 한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주요 전염병에 대한 항체가 정상적으로 생기지 않은 동물은 입양 가는 날까지 백신 프로그램에 따라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단이는 이날 5가지 전염병에 대한 종합 백신과 전염성 장염인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지단이 다음으로 진료실에 들어온 믹스견 ‘쮸쮸바’도 부들부들 떨 만큼 얼어 있었다. 신기상 수의사는 “각종 검사와 의료 처리를 받는 곳이라 진료실에만 오면 아이들이 긴장한다. 수술이 끝난 뒤에도 이곳에서 날마다 드레싱을 받았으니 힘든 공간일 수밖에 없다”며 “동물병원에 갈 때 목줄을 안 하고 반려동물을 안고 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동물병원 앞에서 갑자기 도망가는 동물도 있다”고 했다.

10살 정도로 추정되는 쮸쮸바는 유선 종양(사람으로 따지면, 유방암)이 있어 지난 8월28일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센터로 이송됐다. 배 한가운데 긴 절개 자국이 선명했다. 신 수의사는 “두 군데 혹이 있어 제거 수술을 했는데, 어제 실밥을 풀었다”며 쮸쮸바의 항문에 체온계를 꽂았다. 체온이 38도 정도면 정상인데, 38.2도가 나와 예방접종을 할 수 있었다. 쮸쮸바는 종합 백신과 함께 광견병 예방 백신을 접종했다. 온혈동물에게서 발생하는 광견병은 감염 동물이 물거나 할퀸 상처를 통해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파된다. 치사율이 매우 높은 인수 공통 전염병이라 가정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는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 방어능력 유지를 위해 해마다 1회 보강 접종도 필요하다.

서울시는 오는 16일부터 30일까지 15일 동안 가을철 반려동물 광견병 예방접종을 한다. 광견병 예방 백신 4만 마리분을 무료로 공급해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각 자치구에서 지정한 동물병원에서 시술료 5천원만 내면 광견병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예방접종이 가능한 지정 동물병원은 관할 자치구나 120다산콜센터에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나백주 서울특별시 시민건강국장은 “광견병은 예방접종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므로 시민과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이번 기간에 반드시 접종하시길 바란다”며 “길을 잃은 반려동물이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동물등록에도 적극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주택·준주택에서 기르거나, 반려 목적의 3개월령 이상 된 개는 2013년부터 실시한 동물등록제에 따른 의무등록 대상이다. 동물보호법 제47조에 따라 등록 대상 동물을 등록하지 않으면 최고 4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은 3천원,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삽입은 1만원이면 된다. 목덜미 쪽 견갑골 사이에 삽입되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는 보호자의 정보를 담고 있어 유기 동물을 구조했을 때 보호자를 바로 찾을 수 있다. 동물등록이 안 되어 있어 보호자를 찾지 못한 지단이와 쮸쮸바는 현재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새로운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다.

신기상 수의사는 “한국에서는 동물을 키울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너무 쉽게 입양을 하고 있다”며 “자동차를 새로 사는 모든 사람이 등록한 뒤 번호판을 받는 것처럼 동물도 입양하면 바로 동물등록을 하도록 제도적으로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치료가 끝난 동물을 입양하려면 두 번의 입양 의무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입양 전에 받는 1차 교육은 동물을 입양할 때 알아야 할 점과 목줄 등 안전장치 사용법 등 펫티켓을 배운다. 입양 날 받는 2차 교육에서는 가정에서 배변 훈련 요령과 개체별 특징 등을 배운다. 센터는 입양 뒤에도 원하는 보호자들에게 일요일마다 산책법 등 훈련 교육을 제공한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