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그려 더 아름다운 한글 엽서

‘제6회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 900여 점 한글날 청계광장 전시

등록 : 2018-10-04 15:44
컴퓨터 아닌 수작업 엽서만 공모

지난해 2배 가까운 4252점 쇄도

한글 아름다움을 창의적으로 표현

해외 한글학교서 교재로도 사용

일반부 대상 이슬기.

‘한글을 아름답게 그리다’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주최 한겨레신문사 후원 서울시·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2013년 한글날이 다시 국경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첫발을 뗀 공모전은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해(2643점)의 2배에 가까운 응모작(4252점)이 쇄도한 올해는 수상작 33점을 비롯해 900여 점이 한글날인 오는 9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중구 청계광장에 전시된다. 올해 응모 작품들은 일반부 1022점, 중·고등부 1124점, 초등부 1126점 등 고르게 분포돼 있다.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쓰지 않고 오직 손으로 만든 작품만 받는다. 디자인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어려운 공모전이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공모전으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예쁜 엽서 공모전 운영팀은 “친구, 가족, 연인 등과 함께 엽서에 한글 사랑 주제로 직접 손으로 한글을 쓰고 꾸미면서, 한글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역대 수상작들은 체코의 프라하 한글학교, 베트남의 사이공 한글학교 등에서 한글 알리기 교재로 쓰는 등 한글의 아름다움을 국외에 널리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일반부 대상, 십장생도에 의성·의태어 접목

일반부 대상은 십장생도를 소재로 의성어와 의태어를 그림 속 이미지와 접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아동미술 교사 이슬기씨에게 돌아갔다. 이씨는 텔레비전에서 외국인이 한글로 된 간판을 보고선 감탄하는 장면을 보고 우리에게 익숙한 한글이 외국인의 눈에는 하나의 예술로 보인다는 점을 흥미롭게 느꼈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글을 조금 더 친숙하면서도 한국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할 때, 1만원권 지폐에 그려진 민화 ‘일월오봉도’가 눈에 들어왔다. 일월오봉도와 연관된 ‘십장생도’ 속에 아름다운 한글을 숨은 그림처럼 담아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전체를 보았을 때는 하나의 그림, 그 속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자기의 자리에서 조화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한글’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작업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내 그림에 목마름을 가지던 중 이번 공모전을 알게 됐다”며 “디지털 작업에 미숙한데 ‘수작업을 통한 엽서만 응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수작업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등 대상, 한글 창제 과정 재치 있게 시각화

중·고등부 대상 수상자로는 세종과 집현전의 한글 창제 과정을 재미있게 시각화해 심사위원들의 격찬을 받은 강서구 덕원예술고 미술과 3학년 하주현양이 뽑혔다. 전체적으로 무채색 톤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줘 그림의 집중도를 높이고, 창제 과정을 흐름에 맞게 그려내 내용 전달력을 높였다. 하양은 “나와 같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은어와 잘못된 맞춤법 사용 등 한글을 파괴하는 현상이 심각하다”며 “친구들에게 한글 사용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싶어 한글 창제 과정을 일러스트로 그렸다”고 말했다.

중·고등부 대상 하주현.

초등부 대상은 한글날을 ‘하늘 연 달 아흐레’라는 순우리말로 재치 있게 표현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어등초등학교 5학년 박솔비양이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우리말의 특성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흥균 한국복지대 교수는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은 한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창의적”이라며 “초등학생부터 일반에 이르기까지 한글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초등부 대상 박솔비.

수상·우수작 전시에 무료 체험 행사도 다양

오는 9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예쁜 엽서전에서는 수상작과 우수작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체험 행사 열 가지를 무료로 할 수 있다. ‘한글 서예 일일교실’에서는 이상현캘리그래피연구소 소속 작가들에게서 한글 서예를 배운 뒤 가족이 함께 쓴 가훈을 간직할 수 있다. 천연 물감으로 아름다운 꽃과 한글을 얼굴과 손톱에 꾸며주는 ‘한글 얼굴·손톱 꾸미기’도 있다. ‘한글 예쁜 엽서 만들기’ 코너에서 가족·친구·연인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엽서에 적으면 100명을 추첨해 100일 뒤 우편으로 보내준다.

이 밖에도 ‘한글 소망 태그 만들기’ ‘한글 타투’ ‘한글 캘리그래피 일일교실’ ‘훈민정음 퍼즐 맞추기’ ‘한글 빙고 게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한글에 대한 퀴즈를 풀어 다양한 상품을 받아갈 수 있는 ‘우리말 겨루기 대회’도 열린다. 수상작과 우수작은 10월12일~12월9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12월11~31일 국립세종도서관에서 연장 전시된다.

초등부 장려상 계현아.

중·고등부 장려상 김예섬.

일반부 장려상 김여근.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엽서 이미지 ‘예쁜 엽서 공모전 운영팀’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