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제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젊은 연출가 이강욱(35)은 오는 14일까지 명동의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외국인들>(사진)을 통해 이 질문에 답을 들려줄 것이다.
2003년 연극 판에 뛰어든 뒤 줄곧 연기를 해온 그는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으면서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한국식 옴니버스극을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옴니버스’란 한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를 엮어내는 영화 용어가 아닌가. 그런데 한 작가에서 파생된 여러 개의 에피소드는 봤어도, 여러 작가가 한 작품을 위해 모인 사례는 없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그 자신도 “대학로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라 했다.
이 연출가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사건의 다양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창작 기법’을 채택했다. 우선, 극작가 집단 ‘창작집단 독’에 소속된 9명의 작가에게 각각 하나씩 작품을 써서 총 9개의 에피소드를 만들게 했다. 제작에 앞서 작가들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외국에서 허기를 느끼는 한국인이 등장한다”는 전제만 던져줬을 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외국인들>에는 인도, 일본, 이탈리아, 중국, 미국 등 9개 공간을 배경으로 18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는 상처받은 여자와 여행을 떠난 커플, 사막에 남겨진 신혼부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외국인이 되어 겪는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는 “하나의 조건에서 파생된 작가 9명의 상상력이 담긴 인생사를 보면 9개국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 것”이라 했다.
■ 이강욱은 한양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공부했다. 현재는 ‘극단 아어’에서 연출가이자 배우로 활동한다. <누수공사> <카르밀라>를 연출했으며, <죽음의 집> <미인> <과학하는 마음-숲의 심연> <오해> <템페스트> <말들의 무덤>에 출연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