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재개발 마을의 흔적

백사마을 변천사 기록 ‘기억의 방’ 작가 이성국

등록 : 2018-10-18 15:14

“20년 전 1차 재개발 때 문제를 또다시 반복하지 말아야죠.”

서울에 남은 마지막 달동네를 채록한 작가 이성국(57)은 19일부터 11월2일까지 백사마을(노원구 중계동 104)에서 여는 <기억의 방> 전시(사진) 개막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해왔던 전작들을 살펴보면 작가는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도심의 마지막 모습’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이번 전시의 배경인 ‘104마을’도 1967년 도심을 재개발할 때 겨난 철거민들이 모여들어 마을이 된 곳이다. 서울이 주변부를 식민화한다는 의미에서 한때 이곳을 “식민마을”이라고도 했다. 백사마을은 개발제한구역과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지금까지 1960년대의 주거 형태가 거의 그대로 보존되었다.

이 작가는 20여 년간 백사마을의 변천사를 기록한 결과물인 사진, 회화, 오브제를 마을 곳곳에 남아 있는 폐가와 빈 점포에 설치했다. 마을이 변해온 과정을 2003년부터 찍은 사진들은 영업이 정지된 슈퍼마켓에서, 외곽으로 쫓겨난 기층민의 생활상을 담은 초상화를 `104랑 재생지원센터'에서 전시한다.

전시장을 나와 마을의 골목길로 들어서면 물지게, 호롱불, 양동이 등 이 작가가 수십 년간 동고동락하며 수집한 추억의 생활용품들이 공개된다. 무엇보다 이 작가는 “초등학교 3학년에 이주해 이곳에서만 30년 넘게 산 한 주민이 들려주는 45분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빈집이 80% 이상인 백사마을을 소재로 전시회를 여는 이유를 그는 이렇게 말했다. “반세기 전 철거민 강제 이주 촌으로 시작된 백사마을이 20년 만에 또다시 재개발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떠난 황무지에서 추억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언젠가 사라지고 없어질지 모를 지난날의 기억을 가슴속에 담아두기 위해서죠.”


■ 이성국은 세종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인간의 삶과 사회를 담을 수 있는 미술을 지향한다. 주요 전시로는 <경계155>(2017, 서울시립미술관), <아파트 숲이 된 북서울>(2016, 서울역사박물관), <강북의 달>(2014,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중계동·104>(2012, 104마을, 노원문화예술회관) 등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