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평생학습 방법도 상황 맞게 변해야

제3회 서울 평생교육 대토론회 ‘백가쟁명’식 의견 분출

등록 : 2018-10-18 15:48
김영철 진흥원장 ‘타 영역과 통섭’ 강조

자유시민대학 장애인과도 소통해야

“평생학습이 마을자치와 만나야”

시민 필요에 따라 학습 재구성해야

정은희 경남대 교수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제3회 서울 평생교육 대토론회’에서 경남대가 중심이 돼 해본 리빙랩(생활실험실)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평생교육도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고사합니다. 다른 영역들과 통섭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난 12일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주최 ‘제3회 서울 평생교육 대토론회’에서 김영철 진흥원장이 한 말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급격히 이행하며 4차 산업혁명도 동시에 겪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시민이 성장하고 도시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평생학습 또한 꾸준히 변신해야 한다는 말이다.

2016년 시작된 서울 평생교육 대토론회는 김 원장의 말 그대로 평생교육 부문의 통섭 현장이다. 해마다 평생교육 현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상황 변화에 따라 평생교육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자리다. ‘서울은 학교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올해 대토론회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원봉사와 평생교육의 관계’ 등 모두 7개 주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논의는 ‘서울자유시민대학’ ‘동네배움터’ ‘모두의 학교’ 등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의 세 가지 중점 평생교육 프로그램 점검에서 시작됐다. 이 가운데 시민들에게 열린 대학교육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문을 연 서울자유시민대학에 대해 학습자인 시민 김은숙씨는 “비장애인에서만 그치는 교육이 아니라 장애인과도 소통하는 장소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지역 내 유휴 공간을 지역 주민을 위한 학습 공간으로 활용해, 주민 맞춤형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네배움터에 대해 전민주 서울시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평생학습이 마을자치·주민자치와 만날 때가 됐다”며 “둘이 만날 때 동네배움터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했다.

평등한 관계에서 함께 배우는 ‘서로 배움’을 강조하는 ‘모두의 학교’에서는 이날 시민이 직접 교육프로그램을 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기획 툴킷 체험을 진행했다. 모두의 학교에서는 오는 11월 이 툴킷에 대한 개발을 마친 뒤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양질의 프로젝트형 교육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토론회에서는 또한 교육협동조합, 자원봉사 등 관련 부문과 교류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박혜경 서울교육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주로 40~50대 사회교육 시민 강사로 구성된 서울교육협동조합은 존재 자체가 평생교육의 유용성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시민 강사 중 상당수가 평생교육 이수자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현재 서울시에만 653개가 존재하는 교육협동조합과 평생교육진흥원 등 평생교육기관이 긴밀히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형모 ‘자원봉사 이음’ 실행위원은 자원봉사와 평생교육이 ‘다르지만 같은 길’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의 성장 과정에서 “실천과 배움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평생교육은 시민의 필요성에서 출발하고, 시민의 필요성이 변하는 데 맞춰 끊임없이 재구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은희 경남대 교수는 이런 점에서 “시민과 함께 지역 문제를 풀어가는 리빙랩(생활실험실)도 평생교육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개입해 지역 문제를 풀어가는 리빙랩은 이후 평생교육 지역공동체로 발전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석연 행정안전팀 시민소통팀 과장도 리빙랩과 평생교육의 상호보완성이 높다는 데 동의했다. 황 과장은 “제가 전국 최초로 개방직으로 금천구 독산4동 동장을 맡았던 2016년, 동네 쓰레기 문제를 연세대 공대생들과 주민들이 함께 리빙랩 방식으로 해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던 주민들이 이후 평생교육의 씨앗으로 남았다고 한다.

김종선 자유시민대학 국장은 마지막 종합토론에서 “시민이 문제로 여기고 있는 것에서 평생교육이 시작돼야 한다”며 “일상의 문제에서 출발해, 그것에서 질문을 던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은 이날 토론된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이라는 도시를 전혀 다른 의미의 학교로 가꾸어가는 구체적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의 동시 성장이라는 평생학습의 오랜 숙제를 풀어볼 것”이라고 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