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래 시끄러운 지하철과 자동차 소음 대신 재즈 음악이 흐른다. 야외무대에서 퍼지는 음악 소리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나무 계단으로 모여든다. 동요, 재즈 등 흥겨운 공연에 퇴근하던 직장인도 고개를 끄덕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문화의 향연에 함께 빠져든다.
성동구는 지난 6월부터 옥수역 7번 출구 앞 공공문화공간 ‘다락(樂)옥수’에서 매주 다양한 공연과 문화강좌를 열고 있다. 저녁을 먹고 딸(15), 아들(9)과 함께 다락옥수를 찾은 주민 이성희(45)씨는 “아이들과 함께 이용할 만한 공공문화시설이 없어 아쉬웠는데 다락옥수가 생겨 반갑다”며 “주변 학부모와 주민의 호응이 대단하다”고 했다.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이 교차하는 옥수동은 중랑천과 서울숲, 경부고속도로의 시발점인 한남대교를 끼고 있는 교통의 요지로,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옥수역을 이용하는 주민이 머물며 쉴 수 있는 공간, 아이들과 함께 갈 만한 문화 공간이 없었다. 성동구는 서울시와 함께 어둠침침하게 방치되던 옥수역 고가 아래에 지붕을 설치했다. 지붕 위는 도심에서 숲을 느낄 수 있도록 푸른 색채로 채웠다.
지붕 밑에는 면적 196㎡(약 60평) 규모의 다목적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주민들이 차와 독서를 즐기는 북카페로 문화강좌와 생활문화 동아리 행사가 열리고, 함께하는 소통·휴식 공간이자 시민 모임 장소로 대관된다. 북카페에 들어서면 한쪽으로 책이 꽂혀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이 있다. 다른 한쪽으로는 어린이용 책과 좌식 책상이 있다.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데 아이들이 조용했다. 밖에서 씽씽카나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뛰놀던 아이들도 이곳에 들어오면 얌전히 다니는 게 신기했다.
다목적 문화 공간 밖에는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는 야외무대가 있다. 건물 밖에는 인공 정원을 만들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나무 계단을 앞마당 한쪽에 설치해 광장과 연결했다. 실내 정원 ‘프리가든’의 식물을 키우기 위해 태양광을 끌어모으려고 지붕에 설치한 반사거울과 지붕을 받치는 나무 기둥 모양이 독특했다.
다락옥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평일과 주말 밤 9시까지 운영한다. 지하철역 바로 옆이라 동네 주민들의 만남 장소로 활용된다. 방과 후 학생들이 학원 가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곳기도 하다. 지난 4월 개방한 뒤 이용 인원은 9월 말 현재 1만6347명이며, 월평균 27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주민의 호응이 높다. 보유하고 있는 책 3134권(아동 2523권, 성인 611권)은 주민들의 기증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볼품없이 버려져 있던 삭막한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으로 새로운 공간이 된 다락옥수는 고가 아래 유휴 공간 활용 방안으로 제시해도 좋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김규임 성동구 공보담당관 주무관, 사진 성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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