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과 외국인에 다가간 ‘한방’

전현주 기자의 서울한방진흥센터 탐방기

등록 : 2018-10-25 14:47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장에 위치

서울한방진흥센터는 작년 10월 개관

한방 인기 중흥과 젊은층 흡수 위해

찜질과 족욕 등 각종 체험 시설

일본인 등 외국인에게도 인기

지난 21일 오후, 동대문구 제기동 서울한방진흥센터 족욕체험장에서 피로를 풀고 있는 일본인 손님들. 서울한방진흥센터 단골이라는 와카나 마리에(왼쪽)는 “개관 때부터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며 깨끗한 시설과 합리적인 이용요금을 장점으로 꼽았다.

“아이가 평소에 ‘보제원’이 뭔지 궁금해했어요. 여기 유일하게 그 정보가 있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어요.” 동대문구 제기동 서울한방진흥센터 2층 한의약박물관에서 만난 박미정(45)씨가 말했다. <동의보감> 진열장 앞에서 고서를 살피던 윤상연(9)군은 “꿈이 의사”라며, 투명한 뿔테 안경을 고쳐 썼다. 일찍이 허준 선생을 다룬 책을 읽고 감명받았다고 했다.

서울약령시 일주문


한방으로 한 방에 날리는 피로, 서울한방진흥센터

일요일인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약령시 골목을 걸었다. 약재 향이 진동했다. 동네는 가을 햇살에 느릿느릿 익어가고 있었다. 폭염 속 불티나게 팔렸던 새빨간 오미자와 히비스커스 등은 이제 한 줄 뒤로 물러섰다. “이즈음 몸을 따뜻하게 해두면 겨울이 편하잖아요. 여성들은 계피와 우엉을 많이 사요. 계피는 커피에 타 먹어도 좋거든요. 남성들은 헛개나무 열매(지구자)를 꾸준히 찾죠. 차가버섯도 인기예요.” 꾸벅 졸던 중년의 상인이 벌떡 잠에서 깨 설명했다.

서울약령시에서 약재를 옮기는 지게꾼

약령시 ‘가을 잇 아이템’이라는 말린 우엉을 한 봉 들고 휘적거리며 걷다보면, 골목 끝에 큰 한옥이 보인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서울한방진흥센터다.

서울한방진흥센터 관람 동선은 조선 시대 때 ‘보제원’ 모형 풍경에서 시작한다. 백성과 병자들을 치료하던 구휼기관 ‘보제원’은 당시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의지할 곳 없는 이들에게 열린 병원이었다. 현재 주소로 제기2동 148-5 일대인데, 지역성을 살려 이곳에 서울한방진흥센터를 두고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미도 있다.

지하 3층부터 지상 3층까지, 연면적 9604㎡(2920평)에 이르는 한옥은 마당이 널찍해 여유롭다. 봉고차 타고 견학 나온 초등학생들이 물 만난 듯 뛰어다녔다. 센터 건립에 총 465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최근 젊은층의 한약 기피 현상으로 한방산업이 어려워졌는데, 서울한방진흥센터가 한방의료 관광산업의 메카가 되길 바라는 동네의 포부다.

서울한방진흥센터는 한의약박물관, 보제원, 한방의료체험시설, 약선음식체험관, 한방뷰티숍 및 홍보존, 그리고 별관에 마련된 한방카페로 구성됐다. 본관 3층 한방체험실 보제원으로 막 들어서는 20대 연인은 “여자친구가 먼저 와봤는데 좋다고 해서 함께 왔다”며 신발을 갈아 신었다. 평온한 음악을 들으며 온열안마 침대에서 찜질을 하고, 한방 팩이나 손 마사지를 즐기는 데에 모두 5천원이다. 상주하는 관리사가 스트레스 진단과 상담도 해준다. (예약문의 : 02-969-9242)

서울한방진흥센터 한의학박물관에 전시된 허준의 <동의보감>

서울한방진흥센터 마당에서 초등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층 야외 족욕체험장도 정갈하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일본인 손님들은 경희대학 어학당 학생들이었다. 지난해 한방문화센터 개관 때부터 왔다는 단골 와카나 마리에는 “여기 족욕탕은 올해 중순 생겼다. 좋아서 친구까지 데려 왔다”며 한국어로 인터뷰에 적극 응했다. 일본 도쿄에서 온 와타나베 에리카도 “따뜻하고 좋다”며 엄지를 세웠다. 족욕을 마친 두 손님은 곧 홍보관으로 내려가 홍삼젤리 등 먹거리를 고르기 시작했다.

약령시 상권이 활발한 주중엔 관광객들로 북적일 때가 있지만, 시장이 쉬는 일요일은 느긋한 하루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관계자가 귀띔한다. 한방진흥센터 본관은 매주 월요일 쉬고, 별관 한방카페는 일요일에 쉰다. 족욕 체험은 1팀(2명)에 5천원, 박물관 입장료는 1천원이다. (본관 운영: 오전 10시~오후 6시 (3~10월) / 오전 10시~오후 5시 (11~2월) 주차: 약령시 공영주차장 문의: 02-969-9241)

26~27일 ‘서울 약령시 한방문화축제’ 열려

1995년 서울 약령시가 정식으로 시장 허가를 받은 뒤, 해마다 10월이면 축제가 열린다. 이번에도 26·27일 이틀 동안 서울 약령시장 일원(동대문구 약령중앙로 30)에서 제24회 서울약령시 한방문화축제가 열린다.

서울약령시 약재상. 시중가에 비해 20~30% 정도 저렴하다.

올해는 ‘한방 愛 천년의 향’을 주제로 손님들을 맞는다. 26일 오전 10시 서울한방진흥센터 마당에서 보제원 제향 의례를 시작으로 체험과 전시행사가 빼곡하게 채워질 예정이다.

보제원 무료 진료·투약과 어린이 직업 체험, 외국인을 위한 한의약 체험은 언제나 반응이 좋다. 그 밖에 한방 건강 비빔밥 시식 행사, 한방 산삼김치 나눔 행사, 한방 약초 썰기, 한방차 체험, 한방 향 치유 체험, 한방 소화제와 향주머니 만들기, 한방 비누 만들기 등 우리 약재를 만지고 다루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주 무대에서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약재 경매와 시민노래자랑대회, 한약재 썰기 경연대회를 연다. 또한 교통방송(TBS) 라디오 공개방송, 풍물패 공연, 퓨전 국악 비보이 공연, 마당극 등 행사가 이어진다. 축제 기간 약령시 전 상가에서 즉석복권 1만 장을 배부해 당첨자에게는 황금 녹용 등 기념품을 나눠준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서울약령시는 건강과 힐링이 결합된 ‘웰니스 관광’의 최적의 장소”라며 “박물관 투어, 한방의료 체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한방 요법, 체질 진단 등을 통해 서울약령시가 한의학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한류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축제 정보는 사단법인 서울약령시협회 누리집(www.seouly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969-4793)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