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강동구와 길고양이 행복한 동거 3년째

구청서 깨끗한 먹이로 기르기 시작
관내 길고양이, 쓰레기통 뒤질 일 줄어

등록 : 2016-05-12 16:57 수정 : 2016-05-13 14:23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로 쓰레기봉투를 헤집을 일이 없어 거리는 깨끗해지고, 중성화 수술을 적극 실시해 개체 수는 줄어들었다. 강동구의 동물복지 정책 덕분에 떠돌았던 ‘금비’도 봄 햇살 아래에서 털을 고르며 몸단장을 하고 있다.
이 길고양이 이름은 ‘강동이’(아래사진)입니다. 강동구 성내로 25 강동구청 마당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구청에서 살게 됐냐구요?

3년 전, 지금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5월이었습니다. 야간근무를 하던 강동구청 도로과 직원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여기 어린 고양이가 있어요.” 직원은 현장에 달려가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일단 청사로 데려왔는데 보호단체에 문의해도 보낼 곳이 없었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직원들이 마당 한켠에서 깨끗한 물과 사료를 주고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강동구에서 발견돼 강동구청에 살게 됐으니 ‘강동이’란 이름도 붙였지요. 손바닥만큼 작았던 몸집도 어느새 통통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잘 돌아다니지 않고 사람을 피하던 강동이는 볕이 좋은 날이면 청사 현관 앞에서 늘어져 낮잠도 자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강동구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생긴 것도 이 즈음입니다.

강동이의 활동 영역은 구청 전체지만 쓰레기통은 예외입니다. 길고양이 급식소가 구청에만 4곳이 있어 언제나 깨끗한 물과 사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배고파서 구청 쓰레기봉투나 구내식당 잔반통을 뒤지지 않습니다.

‘강동이‘가 강동구청 마당에서 쉬고 있다.
1년이 흘렀습니다. 무럭무럭 자란 강동이는 2.5㎏이 훌쩍 넘어 예방접종을 할 때가 됐어요. 예방주사만 제때 맞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거든요. 2014년 4월 기본 검사를 하고 다음 달에는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11월과 올 4월, 총 두 번에 걸쳐 광견병 예방접종도 맞았습니다. 친구도 생겼어요. 금비와 은비는 작년 겨울 눈이 내리던 날 왔습니다. 둘 다 얼마나 순한지 강동이와 금세 친해졌답니다.

구청을 다녀간 사람 중에는 강동이를 보지 못한 사람도 많을 거예요. 강동이는 혼자 ‘그루밍’(털 손질이나 몸단장)을 하거나 잔디밭을 뛰어노느라 바쁘거든요. 사람을 경계하지도, 청사 공간을 침범하지도 않아요. 구청을 어지럽히지도 않고요. 강동이는 강동구청이 집이지만 지킬 건 지키는 점잖은 길고양이입니다.  

글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