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협치’. 사회적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더욱 중요해지는 덕목이다. 서울시의 상생과 협치는 특히 사회적기업 지원 부문에서 빛난다. 정책 수립부터 예산 집행까지 민과 관이 합의를 통해 정책을 생산해내는 과정은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을 할 정도다. 6년째 계속되는 민관의 아름다운 동행이 가능했던 건 서울시사회적경제민관정책협의회(이하 정책협의회)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한다기보다 함께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같이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정열 정책협의회 의장이 말하는 성공적 민관 협치의 비결이다.
정책협의회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형별·업종별 지원 정책을 기획, 조정, 모니터, 평가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2012년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정책 수립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 ‘서울시사회적경제정책기획단’이 모태다. 이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개소 등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2013년 5월 서울시사회적경제민관정책협의회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시 관련 공무원,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공동체·자활기업·사회투자·중간지원조직 등 사회적경제 대표 기관과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선배로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후배 기업들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지요.” 김 의장이 유독 함께를 강조하는 데에는 1세대 사회적기업가로서 여러 어려움을 헤쳐나온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2006년 설립된 리드릭을 운영하고 있다. 정기간행물을 비롯한 책자와 포스터, 리플릿, 봉투, 달력 등 인쇄와 복사용지 생산, 우편물 발송을 대행하는 리드릭은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이다. 노동통합형 기업이란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이주민, 여성, 장애인들과 함께 생산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사업장을 일컫는다. 리드릭에서는 발달장애인 38명 등 76명의 직원들과 함께 행복한 동행을 하고 있다.
일자리를 안정되게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지속적인 매출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의 고민에서 리드릭 역시 자유롭지 않다. “서울시 사회적기업의 매출은 2조원 정도로 서울시 전체 기업의 매출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기대는 매우 커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가 점령한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도 강조하지만 역량 부족 등 현실적 한계가 큽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민을 덜기 위해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는 ‘스스로기금’을 조성해 내년 1월 출범한다. 한계가 있는 정부의 물리적 지원을 보완하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이 목표다. “스스로 기금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당기순이익의 1~3%를 기부해 조성하는 순수 민간 자조기금입니다. 이탈리아는 1992년 개정된 협동조합법의 ‘상호기금’ 조항에 근거해 해마다 당기순이익의 3%를 의무적으로 출연합니다. 스페인 몬드라곤은 인구 2만2천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몬드라곤협동조합의 민간기금이 50조원에 이릅니다. 유럽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안정되게 운영되는 배경이기도 하죠.”
정책협의회 간사 기관인 (사)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이기도 한 김 의장은 10월1~3일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에서 민간 공동의장까지 맡아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시 사회적경제의 성장을 위해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이 본인의 역할임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글 정희경 기자 ahyun04@hani.co.kr/콘텐츠랩부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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