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화된 무용수의 몸짓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연기와 무용의 경계를 넘나드는 안무가 김설진(38)은 11월8~9일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여는 <더 룸>(The RoOm)(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수 이효리의 춤 선생으로, 케이블 방송 엠넷(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시즌2> 우승자로 대중에게 알려진 그는 현대무용의 예측 가능한 몸짓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방법은 무용수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용에 보태는 것이다.
<더 룸>은 국립무용단원 무용수 8명이 펼치는 공연이다. 다양한 사람의 흔적이 묻어 있는 평범한 방 안. 소파와 의자가 놓인 평범하면서도 낯선 이 방을 무용수 8명이 80분간 쉴 틈 없이 들고나며 자신들의 사연을 춤사위에 담아 채운다. 8명의 이야기는 각각 따로 노는것 같지만, 서로의 다면적 기억을 ‘콜라주’처럼 매듭짓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8명은 김 안무가가 50명의 국립무용단원 중 자신의 이야기가 잘 드러나는 것을 기준으로 선발한 이들이다. “어차피 전문 무용수이기 때문에 춤보다는 살아온 이야기에 궁금함이 생기는 분들을 뽑았다.” 그리고 이들을 모은 뒤 말했단다.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을 이야기해달라. 서로의 고백이 끝난 뒤에 ‘진짜야?’라고 묻지 않는 조건으로.” 그 이야기들은 김 안무가의 연출을 통해 춤에 녹아든다. 이 방법이 틀에 박힌 몸짓에서 벗어나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한 ‘김설진만의 레시피’다.
김 안무가는 세계적인 무용단인 벨기에의 ‘피핑 톰’의 단원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이런 ‘이야기가 담긴 무용’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야기’는 실제 무용이 만들어지는 데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 김설진은 현대무용단 무버 대표이자 벨기에 ‘피핑 톰’ 무용단 단원.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로런스 올리비에상 ‘뉴 프로덕션 상’에 빛나는 <반덴브란덴가 32번지>로 2013년 내한해 주목받았다. 2014년 케이블 방송 엠넷(Mnet)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시즌2>에서 우승하며 대중문화계에 현대무용 신드롬을 일으켰다. 주요 작품으로는 2014년에 창단한 무버의 <방> <온더 스노우>를 비롯해 국립현대무용단 <쓰리 볼레로> 안무 등에 참여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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