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현장 구청장실’을 꾸준히 운영하며 변화도 꾀하는 다선 구청장들이 있다. 왼쪽부터 김수영(양천)·정원오(성동)·성장현(용산) 구청장.
2014년 민선 6기 구청장으로 취임한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1순위로 ‘주민과의 소통’을 꼽았다. 그해 10월 시작한 현장 구청장실이 4년 만에 100회를 넘어섰다. 양천구는 지난 10월24일까지 ‘찾아가는 현장 구청장실’을 모두 107번 열었다고 밝혔다. 폭염, 한파를 비롯한 기상 악화 등을 제외하면 거의 매주 현장을 찾아간 셈이다.
경로당, 놀이터, 근린공원, 복지관, 동주민센터, 학교 강당 등 주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방문했다. 쓰레기 무단투기 문제가 심각한 지역을 찾았을 때는 골목길에서 바로 현장 구청장실을 열기도 했다. 초기에만 하더라도 현장 구청장실을 찾는 분들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 엄마, 시장 상인,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 하교하던 학생들 등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민선 6기부터 현장 구청장실을 꾸준히 운영해온 구청장으로 꼽힌다. 성동구는 지금까지 현장 구청장실을 모두 53번 운영했고, 참석 주민은 1900여 명, 접수된 주민 의견은 362건이라고 밝혔다.
정 구청장은 지난해 현장 구청장실에서 금호초등학교 삼거리에서 금호근린공원 입구까지 가파른 경사 때문에 보행과 차량 통행이 힘들다는 민원을 듣고 올 초 금호산길 보도를 만들었다. 도로에는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하고, 노약자들이 언덕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보행로 손잡이도 설치했다. 야생화된 들개들이 떼 지어 다니며 주민을 위협해 문제가 된 달맞이봉공원에서는 지난 7월 들개 포획 계획을 놓고 주민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민원 사항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는 행정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현장에서 주민의 시각에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좀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현장 소통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4선인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2010년 취임한 뒤 매주 목요일마다 ‘구민과의 대화’ 날을 운영했다. 그때마다 구청장실은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기다리는 행정의 한계를 느낀 성 구청장은 2012년부터 ‘찾아가는 구청장실’로 개편했다. 용산구 16개 동을 모두 돌며 경로당부터 어린이집, 민원 현장, 위험 시설물까지 찾아갔다.
올해는 이것도 식상하다 판단해 7년째 이어온 현장 구청장실의 방식을 바꿨다. 10월5~11일 용산꿈나무종합타운, 구립갈월데이케어센터, 용산공예관 등 주요 거점 일곱 곳을 차례로 방문해 보육, 노인 복지, 평생교육 같은 특정 주제를 놓고 구민들과 집중 토론을 했다.
성 구청장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주민 의견과 최종 처리 결과 등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주민과 공유하겠다. 이런 자료가 쌓이면 그게 용산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양천구·성동구·용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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