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화에 바탕을 둔 인간 사회의 문제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극작가 이보람(33)씨는 오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연극 <두 번째 시간>의 제작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두 번째 시간>은 독재정권 시절 의문사당한 고 장준하 선생의 부인을 모티프로 했다. “37년 전, 죽은 줄로 알았던 남편이 의문사를 당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은 남편을 잃은 뒤 임대아파트에 살며 근근이 삶을 이어간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며느리라 주장하는 의문의 여성이 그를 찾아온다. <두 번째 시간>에는 이렇게 ‘죽은 남편’과 ‘죽지 않은 남편’이라는 두 상황이 한 무대에 혼재돼 있다. 작가는 그를 통해 ‘회복할 수 없는 인간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회복할 수 없는 인간의 상처’에 관한 그의 고민은 심리학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상담심리와 임상심리 시간에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들조차 나름대로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있으며, 어떻게 그 상황을 견뎌내려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한다.
그의 이런 문제의식은 14살에 살인을 저지른 소년범의 이야기 <소년B가 사는 집>, 성폭력의 용의자로 의심받는 남편의 아내에 관한 <여자는 울지 않는다> 등 전작들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들은 모두 상처를 받고 남겨진 자들이 이겨내야 할 고통의 무게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 ‘남겨진 자들’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상처받은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을 뿐 낯설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니다. 이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에, 상처받은 이들의 감정이 충분히 공감되길 바란다.”
■ 이보람은 가톨릭대학교에서 심리학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2013년 <그날>로 데뷔한 이래 2014년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 선정됐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년B가 사는 집>(2015), <여자는 울지 않는다>(2015), <네 번째 사람>(2018), <네가 있던 풍경>(2018), <기억의 자리>(2018) 등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