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바람, 강 물결 ‘살랑’ 한강공원 만추의 길
서울시가 뽑은 한강공원 가을 산책길 베스트 4
등록 : 2018-11-15 16:11
잠원 그라스정원, 핑크뮬리와 찰칵!
숲길, 산림욕과 탁 트인 한강 보며 힐링
물고기길, 아이·가족과 함께 산책 추천
전날 내린 비 때문인지 제법 쌀쌀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여기저기서 낙엽 뒹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한강을 따라 버드나무숲 사이로 난 난지 갈대바람길을 걸으면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갈대와 억새가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 강 물결치는 소리, 바람 소리가 마치 리듬을 타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산책과 사색 하기 좋은 곳, 갈대바람길
지난 9일 찾은 마포구 한강공원 난지 갈대바람길은 난지안내센터 바로 아래쪽 선착장에서부터 생태습지원 앞까지 이어진 약 2㎞ 구간으로 가을 산책과 캠핑을 함께 즐기기 좋은 곳이다.
10여 분 정도 걸어가자 갈대숲길이 나왔다. 이날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갈대는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하염없이 하얀 ‘머리’를 조아렸다. 살며시 갈댓잎을 만져보니, 촉촉하고 매끈매끈한 것이 비단처럼 부드러웠다. 난지 갈대바람길은, 서울시가 서초구 잠원 그라스정원, 성동구 뚝섬 숲속길, 송파구 잠실 어도과 함께 한강공원에서 가을에 산책하기 좋은 4곳으로 선정한 곳 중 한 곳이다.
난지 갈대바람길의 가장 큰 특징은 강가까지 이어지는 샛길을 곳곳에 만들어놓은 것이다. 다른 한강공원은 강가를 제방이나 둑 형태로 만들어놓은 데 비해 난지 갈대바람길은 경사면을 따라 공원의 육지 부분과 강의 수면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만들어졌다. 강을 향해 있는 산책길을 걸어가면 그대로 강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가에서 잠시 몸을 굽혀 강물에 손을 담그니 차갑지만 부드럽게 손등을 간지럽혔다. 난지 갈대바람길을 산책하는 동안 햇살은 구름 사이에 숨었다 나타나고 다시 숨기를 반복했다. 간혹 수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널 때면 정겨움이 한층 더했다. 난지 갈대바람길에는 강가와 가까운 곳에 큰 나무 밑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강변 쉼터가 있다. 잠시 이곳에서 쉰 뒤, 강 맞은편으로 눈을 돌리자 고층 빌딩과 강을 따라 난 도로 위를 자동차가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 속에서 편히 쉬는 이곳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전평환 한강공원 난지안내센터 주무관은 “강물을 바라보며 잠시 쉬면서 사색에 잠기기에 좋은 곳”이라고 알려줬다. 난지 갈대바람길을 지나면 곧바로 생태습지원으로 이어지는데, 숲속에 온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난지 갈대바람길은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평화공원 보도육교나 홍제천 산책로(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물감을 뿌린 듯한 그라스정원, 사진 찍기 좋아
올해 조성된 잠원한강공원 그라스정원 산책길은 다양한 색감과 질감을 가진 여러해살이풀로 가득해 빨강, 파랑, 노랑, 하양 물감을 뿌린 것처럼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그려냈다. 핑크뮬리를 비롯해 홍띠, 수크령 하멜른, 사초 골드밴드, 무늬억새, 큰꿩의비름 등 풀이름도 이채로웠다. 그라스정원에는 벤치에서 쉬는 사람, 가을 햇살을 받아 화사한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포천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온 대학생 박범철(19)씨는 “서울에 영화 보러 왔는데, 이곳이 데이트 하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도 있고 핑크뮬리를 좋아해 구경하러 왔다”며 즐거워했다. 고등학교 친구인 김수빈(22)·김달인(22)씨도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겠다”며 연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라스정원은 넉넉잡고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데, 3호선 잠원역 4번 출구로 나와 신잠원나들목을 통과하면 바로 앞에 핑크뮬리가 가득한 그라스정원이 펼쳐진다.
절로 힐링되는 편백 숲길
뚝섬한강공원의 ‘숲속길’은 편백 숲길, 장미원, 연인들의 길까지 이어지는 ‘힐링 코스’다. 편백 숲(치유의 숲)은 안내센터 앞 제2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데, 600여 그루의 편백으로 둘러싸인 100여m 거리의 숲길을 거닐면서 피톤치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거나 분비하는 물질로 스트레스 해소와 장과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백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뚝섬한강공원 힐링 코스는 편백 숲 외에도 각종 나무가 단풍으로 물들어 한강과 함께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편백 숲과 장미원을 지나면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연인과 함께 산책하기 안성맞춤인 ‘연인의 길’이 나온다. 잠실대교 쪽으로 천천히 걷다보면, 탁 트인 한강에서 형형색색의 보드를 타며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2번 출구로 나와 뚝섬나들목을 이용해 한강공원으로 들어가면 된다.
물고기길 따라 아이와 함께 가족 산책
잠실대교 아래 있는 수중보를 넘어오는 물 소리가 마치 작은 폭포 소리를 방불케 했다. 잠실대교 아래쪽에서 시작되는 잠실한강공원 수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잠실생태공원의 어도탐방길이 나온다. 물고기길인 어도는 수중보로 가로막혀 있는 하천에서 물고기가 상류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든 228m 길이의 생태 통로다. 강준치, 끄리, 납자루, 참게, 피라미, 두우쟁이, 잉어, 모래무지 등 다양한 물고기들이 이동한다. 어도는 호기심 많은 아이나 가족이 함께 산책도 하고 학습도 하기 좋은 곳이다.
마침 새끼 왜가리가 물고기가 올라가는 어도의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지나가는 물고기가 없는지 물끄러미 물속을 지켜보는 모습이 기특하게 보였다. 조금 더 다가서자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도를 따라 올림픽대교 쪽으로 걷다보면 갈대숲길이 나온다. 산책로 바로 위 도로에서 꽉 막힌 자동차들의 행렬이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코스모스꽃이 아직도 한들거리고 국화꽃 향기도 은은하다.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4번 출구로 나와 보행육교, 잠실나루역 나들목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강공원 난지 갈대바람길가에 갈대와 억새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자아낸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난지 갈대바람길의 가장 큰 특징은 강가까지 이어지는 샛길을 곳곳에 만들어놓은 것이다. 다른 한강공원은 강가를 제방이나 둑 형태로 만들어놓은 데 비해 난지 갈대바람길은 경사면을 따라 공원의 육지 부분과 강의 수면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만들어졌다. 강을 향해 있는 산책길을 걸어가면 그대로 강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가에서 잠시 몸을 굽혀 강물에 손을 담그니 차갑지만 부드럽게 손등을 간지럽혔다. 난지 갈대바람길을 산책하는 동안 햇살은 구름 사이에 숨었다 나타나고 다시 숨기를 반복했다. 간혹 수로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널 때면 정겨움이 한층 더했다. 난지 갈대바람길에는 강가와 가까운 곳에 큰 나무 밑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강변 쉼터가 있다. 잠시 이곳에서 쉰 뒤, 강 맞은편으로 눈을 돌리자 고층 빌딩과 강을 따라 난 도로 위를 자동차가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 속에서 편히 쉬는 이곳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전평환 한강공원 난지안내센터 주무관은 “강물을 바라보며 잠시 쉬면서 사색에 잠기기에 좋은 곳”이라고 알려줬다. 난지 갈대바람길을 지나면 곧바로 생태습지원으로 이어지는데, 숲속에 온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난지 갈대바람길은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서 평화공원 보도육교나 홍제천 산책로(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난지 갈대바람길에서 이어지는 강가
잠원 그라스정원의 핑크뮬리
뚝섬한강공원의 편백 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