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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배설물 쓰레기통까지 설치된 영국

등록 : 2016-05-12 17:42 수정 : 2016-05-13 14:25
런던 거리의 반려견 배설물 경고 표지판. ‘당신의 반려견 배설물은 스스로 치워라. 치우지 않으면 벌금 75파운드’라고 씌어 있다.
2014년 여름,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영국과 독일 도심 지역을 탐방한 적이 있다. 그중 영국에서 만난 동물복지 단체 두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메이휴 동물의 집’(The Mayhew Animal Home)은 1886년부터 영국 런던의 켄설그린에 터를 잡고,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위기에 처한 동물 구조, 길고양이 티엔아르(TNR), 입양센터 운영, 교육활동 등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동물복지 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1824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 동물보호단체로,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왕립이란 칭호를 받았다. 합법적인 수단으로 모든 동물에 대한 학대를 예방하고, 고통을 줄인다는 기치 아래 활동하고 있다. 민간단체이지만 영국 동물보호 행정의 일부를 담당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3년 기준 풀타임 근무자만 1461명으로, 동물보호조사관들이 동물복지를 조사하고 동물보호법을 집행하며 반려동물, 농장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등에 관한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활동도 한다.

 두 단체의 동물복지에 관한 공통된 핵심 사항은 바로 교육과 치료다. 협회는 동물 학대를 예방하려면 동물복지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 탓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생애주기에 따른 동물복지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가족 단위 교육부터 교사와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있다. 이 교육과정은 누리집을 통해 영국 전역의 교사들에게 제공된다.

‘메이휴 동물의 집’에서 캐럴라인 예이츠 대표가 반려동물 복지증진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이휴 동물의 집도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직접 교육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가 개 근처에서 안전할 수 있는 법, 어린이가 반려동물을 돌보는 방법, 개가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를 읽는 법 들을 가르친다. 동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는 그 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메이휴 동물의 집은 직영 동물병원을 운영한다. 보호하고 있는 동물 치료는 물론이고 저소득층 주민의 반려동물에게 필수인 중성화 수술, 반려동물 마이크로칩 등록, 예방접종을 맡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는 질병 예방 목적도 있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후원금을 중성화 수술비에 할당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협회 역시 규모가 큰 직영 동물병원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저소득층은 매우 저렴한 진료비로 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저소득층 반려동물의 치료를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가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한다.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정서적인 측면을 포함해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나, 본인 의식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입양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런던의 공원에는 ‘당신 개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있다. 배설물을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도 일반 쓰레기통 옆에 나란히 놓여 있다. 동네 작은 녹지 공간일지라도 주의사항에는 ‘개와 산책 시 유의할 점’이 항상 씌어 있다.

글·사진 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김현주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