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이쪽저쪽” 대신 “몇 걸음 몇 미터”…관광 약자 응대 구체적으로
서울시, 국내 최초 <무장애 관광서비스 매뉴얼> 발간
등록 : 2018-11-22 15:22
관광 약자 응대법 담은 안내서 처음
12월까지 종사자들 ‘찾아가는 교육’
‘무장애 관광도시 조성 계획’에 따라
다동·무교동 음식점 등 시설 개선도
“흰 지팡이를 들고 있는 손님이 식당에 오셨어요. 어떻게 응대해야 할까요?”
흰 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쓰는 것으로 시각장애인의 표지와 마찬가지다.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이성민 센터장의 질문에 직원들은 “턱이 있는 곳은 미리 말씀드려야 합니다” “자리에 앉으시면 수저의 위치를 안내해야 합니다.” 등의 답을 내놓았다.
지난 9일 오후 광화문의 레스토랑 ‘루뽀’(LUPO)에서는 서울시와 서울시관광협회의 ‘관광 종사자 대상 찾아가는 환대 교육’이 열리고 있었다. 이 센터장은 “다들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덧붙이자면 음식을 내놓을 때 주요리를 중심으로 반찬의 위치를 설명하는 게 바람직합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실습에 들어갔다. 직원 최세빈씨는 흰 지팡이를 든 손님을, 김대욱씨는 레스토랑 직원 역할을 맡았다. 김씨는 배운 대로 스테이크 요리를 중심으로 수프, 샐러드가 담긴 그릇과 포크, 냅킨 등의 위치를 설명했다. 그러자 이 센터장이 조언했다. “먼저 손님에게 허락을 구한 뒤 손님의 팔을 잡고 하나씩 손으로 짚을 수 있도록 안내하면 더 좋겠습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서울시가 최근 제작한 <무장애 관광서비스 매뉴얼>과 5편의 동영상을 활용해 장애인, 어르신, 임산부, 영·유아 동반인 등 이른바 ‘관광 약자’들을 응대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무장애 관광이란 ‘관광하는 데 장애와 장벽이 없다’는 뜻으로 장애인뿐 아니라 어르신이나 일시적 부상으로 휠체어 등 이동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분들 누구나 관광하기 편하게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무장애 관광’은 주로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 몸의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개념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남녀노소 모두를 고려한 ‘모두를 위한 관광’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서울시는 <무장애 관광서비스 매뉴얼>에 관광 약자들이 서울을 여행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관광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이 인지해야 할 기본 에티켓과 상황별 응대법을 담았다. 장애인 인권 향상과 차별 금지 등 포괄적 개념의 지침은 있지만, 관광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관광 약자 서비스 응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매뉴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지체장애인, 보행보조기구 이용 어르신 등)이나 의사소통(시각·청각·발달 장애인, 영·유아 등)에 어려움을 겪는 관광 약자는 물론, 문화·종교·의료적 이유로 식이조절이 필요한 관광객에 대한 내용까지 담았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 관광객에게 안내할 때는 “이쪽”이나 “저쪽”이라는 말보다는 “왼쪽으로 몇 걸음, 몇 미터”같이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게 좋다. 휠체어나 이동보조기구는 장애인에게 몸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만져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허락을 얻어야 한다. 휠체어를 탄 관광객이 식당에 들어오면 진·출입이 쉽거나 음식 진열대와 가까운 좌석으로 안내하는 게 바람직하다.
서울시는 매뉴얼을 관광안내소, 숙박시설 등 주요 관광지 주변 편의시설 1천여 곳에 나눠주고, 관광 종사자에게 찾아가는 교육을 12월까지 한다. 또 매뉴얼에 담긴 내용을 담은 5편의 동영상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 이 매뉴얼을 활용해 전국 관광지 12곳의 종사자들에게 무장애 관광 교육을 할 예정이다. 교육을 마친 뒤 김대욱씨는 “이론은 알고 있었는데 막상 실전에 부닥치면 제대로 못했을 것 같다. 교육받은 걸 바탕으로 더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최세빈씨는 “직접 시각장애인 역을 해보니 좀더 손님의 편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서울시는 관광 약자의 관광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시 최초의 종합계획인 ‘무장애 관광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무장애 관광정책 실행 기구이자 서비스 종합지원기관인 서울다누림관광센터를 지난 4월 만들었다. 센터는 다음달 목표로 무장애 여행 정보와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누리집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중구 다동·무교동 일대 음식점·숙박업소 등 40여 곳에 관광 약자의 여행 편의를 위해 경사로, 출입문, 화장실 등의 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김태명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관광 약자가 체감할 정도로 현장이 변하려면 그 접점에 있는 관광 종사자의 인식 개선이 필수”라며 “이번에 발간한 매뉴얼이 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9일 광화문의 레스토랑 ‘루뽀’에서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이성민 센터장(왼쪽 둘째)이 직원 김대욱(왼쪽 첫째)·최세빈(왼쪽 셋째)씨에게 시각장애인 손님에게 음식 위치를 안내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어서 실습에 들어갔다. 직원 최세빈씨는 흰 지팡이를 든 손님을, 김대욱씨는 레스토랑 직원 역할을 맡았다. 김씨는 배운 대로 스테이크 요리를 중심으로 수프, 샐러드가 담긴 그릇과 포크, 냅킨 등의 위치를 설명했다. 그러자 이 센터장이 조언했다. “먼저 손님에게 허락을 구한 뒤 손님의 팔을 잡고 하나씩 손으로 짚을 수 있도록 안내하면 더 좋겠습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서울시가 최근 제작한 <무장애 관광서비스 매뉴얼>과 5편의 동영상을 활용해 장애인, 어르신, 임산부, 영·유아 동반인 등 이른바 ‘관광 약자’들을 응대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센터장은 “무장애 관광이란 ‘관광하는 데 장애와 장벽이 없다’는 뜻으로 장애인뿐 아니라 어르신이나 일시적 부상으로 휠체어 등 이동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분들 누구나 관광하기 편하게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무장애 관광’은 주로 장애인이나 어르신 등 몸의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개념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남녀노소 모두를 고려한 ‘모두를 위한 관광’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서울시는 <무장애 관광서비스 매뉴얼>에 관광 약자들이 서울을 여행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관광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들이 인지해야 할 기본 에티켓과 상황별 응대법을 담았다. 장애인 인권 향상과 차별 금지 등 포괄적 개념의 지침은 있지만, 관광 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관광 약자 서비스 응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매뉴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지체장애인, 보행보조기구 이용 어르신 등)이나 의사소통(시각·청각·발달 장애인, 영·유아 등)에 어려움을 겪는 관광 약자는 물론, 문화·종교·의료적 이유로 식이조절이 필요한 관광객에 대한 내용까지 담았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 관광객에게 안내할 때는 “이쪽”이나 “저쪽”이라는 말보다는 “왼쪽으로 몇 걸음, 몇 미터”같이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게 좋다. 휠체어나 이동보조기구는 장애인에게 몸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만져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허락을 얻어야 한다. 휠체어를 탄 관광객이 식당에 들어오면 진·출입이 쉽거나 음식 진열대와 가까운 좌석으로 안내하는 게 바람직하다.